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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라이어로 만든 연어머리 구이

Nitro |2018.12.02 08:38
조회 5,917 |추천 26

 

해산물 수업 과정이 끝난 기념으로 통연어를 한 마리 주문했습니다. 

학교에 주문하면 2~3일 내로 싱싱한 연어를 도매가로 받을 수 있거든요. 

현재 가격은 파운드 당 $5.99,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kg당 13,000원 정도라고 보면 되겠네요.

의외로 우리나라에서 구입하는 통연어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데, 어종은 똑같은 대서양 양식 연어지만 이건 미국산이고 한국에서 유통되는 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산이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는 국가적으로 연어 양식 사업을 밀어주면서 세계 시장의 60% 가량을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대규모 생산을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따라갈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비슷한 가격이라면 유럽에서 오는 연어보다 바로 옆동네에서 가져온 싱싱한 연어가 더 나으니 미국에서는 미국산 연어가 대세지요.


 

아가미 뒤쪽으로 칼집을 내고 몸통을 포 뜹니다. 뱃살 쪽의 가시가 있는 부분을 떠내고, 살에 줄줄이 박혀있는 가시들은 펜치나 집게 등으로 하나씩 뽑아내야 합니다.

생선 가시를 제거하는 작업은 굉장히 중요한데, '생선에 당연히 가시가 있는거지'라고 받아들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서양에서는 생선 가시를 일종의 이물질 취급 하기 때문이지요.

공중위생 수업 들으면서 배운 바에 의하면, 생선 가시를 플라스틱 조각이나 쇳조각이랑 별 다른 구분 없이 모두 '물리적 오염'으로 간주해버립니다.

그래서 생선뼈까지 포함하는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생선 요리는 항상 가시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셰프에게 "그러면 연어 가시는 모두 몇 개인가요? 숫자 세어가며 제거하는 게 확실하지 않을까요?"라고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넵튠에게 물어봐 (Ask Neptune)"였지요. 셰프가 모르는 걸 물어보거나, 알 필요가 없는 걸 질문하면 듣게 되는 대답입니다.

실제로 연어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약간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남아있는 가시의 숫자가 매번 다르고, 그 때문에 일정한 수를 염두에 두는 것보다는 손으로 하나씩 확인해가며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에 굳이 가시의 갯수를 알 필요 없다고 하더군요.


 

뼈를 모두 제거한 다음에는 껍질을 벗기고 가장자리를 정돈하는 것으로 연어 휠레가 완성됩니다.

껍질에 살이 얇게 약간 묻어나기는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합격점입니다. 

연어를 해체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각도'더라구요. 몸통에서 포를 뜰 때도 그렇고 껍질을 벗길 때도 그렇고 각도가 너무 깊으면 뼈나 껍질을 잘라버리게 됩니다. 그렇다고 각도를 너무 얕게 잡으면 뼈나 껍질에 살점이 뭉텅뭉텅 묻어나면서 수율이 엉망이 되지요.

보통 연어 한 마리를 해체하면 수율을 60% 정도로 잡습니다. 10kg 짜리 한 마리를 손질하면 살코기는 6kg 밖에 안 나오는 셈이지요. 손질을 서투르게 하면 수율이 50% 밖에 안 나오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은 워낙에 생선을 깔끔하게 발라먹는지라 수율이 별 상관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연어 대가리와 뼈도 얼마든지 맛있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얇은 가시가 촘촘히 박혀있는 뱃살은 나중에 튀겨 먹으려고 따로 보관하고,

살코기는 요리하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절반은 훈제, 1/4은 스테이크, 나머지는 삶아 먹을 예정입니다.

살을 다 발라내고 남은 머리와 뼈를 '서덜'이라고 하는데, 기름기가 많고 맛이 강해서 서양식 생선 육수 만들기에는 안 어울립니다. 

하지만 한국식 매운탕을 끓이거나, 달달한 간장 조림으로 만들어 먹거나, 오븐에 구워서 생선 갈비로 먹기에는 최고지요.


 

연어를 해체하느라 오늘의 요리력을 모두 소진했으니, 일단은 간단하게 오븐 구이로 만들어 먹기로 합니다.

녹인 버터 두 큰술을 앞뒤로 꼼꼼히 발라주고, 소금과 후추를 넉넉히 뿌립니다.

취향에 맞게 타임이나 파슬리, 딜 등의 허브를 뿌려서 에어 프라이어에 구워주기만 하면 되지요.

당연히 오븐에 구워도 비슷한 결과물이 나오긴 합니다만, 커다란 오븐이 예열되기를 기다렸다가 생선 세 조각 굽느니 그냥 에어 프라이어에 재빨리 돌려버리는 게 속 편합니다.

다만 오븐이나 전자레인지가 하던 일을 에어 프라이어가 모조리 맡아서 하다보니 사용 횟수가 늘면서 전기세의 압박도 함께 높아진다는 게 문제지만요...ㅠ_ㅠ

200도로 맞춰놓고 20분 쯤 돌린 다음, 뒤집어서 5~10정도 더 구워주면 완성입니다. 

처음 요리할 때는 중간중간 잠깐씩 상태 확인해 가며 갈색으로 노릇노릇하고 바삭하게 구워지는 타이밍을 맞출 필요가 있지요.


 

완성된 연어 서덜 버터구이. 

겉표면은 바삭하고 안쪽은 부드럽고 기름진 것이, 뼈를 양 손으로 쥐고 뜯어먹으면 마치 갈비 뜯는 기분이 듭니다.

대가리는 안쪽에서부터 아가미살, 볼살 등을 차례로 공략해가며 발라먹는 재미가 있지요.

나름 수율 신경써서 손질해도 가시나 대가리에 붙어있는 살점이 워낙 많기에 서덜 절반만 구웠는데도 한 끼 반찬으로 먹기에 충분합니다. 갓 지은 하얀 쌀밥에 짭짤한 연어 갈비살 한 점 올려 먹으면 최고지요.

버터와 허브향이 어우러지며 서양 요리 먹는 느낌이다가도 촉촉한 볼따구살을 먹을 때면 우리나라 생선찜 발라먹는 기분이 든다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이 요리를 먹고 있자니 에이미 탠(Amy Tan)이라는 중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생선 볼따구(Fish Chicks)"라는 글이 생각납니다.

굉장히 짧은, 일종의 자전적 에세이인데, 여기서 주인공은 동네 목사님의 아들을 짝사랑하는 14살짜리 중국계 이민 2세 소녀입니다.

우연히도 소녀의 부모님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에 목사 가족을 초대하게 되지요. 그리고 성대한 중국식 만찬을 차려냅니다.

두부나 생선회, 해삼, 오징어 등 서양인 입장에서는 익숙치 않은 재료들을 사용해서 말이죠. 


"부엌은 날음식들로 가득했다. 커다란 눈을 희번뜩거리는 점액질로 뒤덮힌 생선, 하얀 고무 스펀지같은 두부, 곰팡이처럼 생긴 말린 해삼은 물에 담기자 되살아나고 있었고, 칼집을 낸 오징어는 마치 자전거 타이어를 연상시켰다. (중략) 어머니가 통생선찜을 가져오자 친척들은 환호했다. 로버트(목사의 아들)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버지가 젓가락으로 생선 눈알을 찌르고 그 아래쪽의 볼따구살을 끄집어내며 내게 권했다. "에이미,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나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 에이미 탠, "생선 볼따구" 중에서


그렇게 소녀의 첫사랑도 끝나고, 에이미는 왜 우리도 남들처럼 칠면조나 구워먹으면 안되냐고 하소연하죠. 어머니는 그 투정을 들으며 "부끄러운 것은 네가 아니라 너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그 모습이란다"라고 대답합니다. 

일종의 열린 결말로 끝나는 이 소설은, 읽기 쉬우면서도 미국 내 이민자 사회의 문화 다양성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학교에서 많이들 읽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글을 처음 읽을 때는 '볼따구살 맛있겠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구요. 

미국 애들은 생선 대가리를 안 먹기 때문에 심지어는 아귀를 먹을 때도 그 맛있는 머리는 다 버리고 몸통 부분만 먹습니다. 

음식의 맛은 단순히 미각과 후각에 의해서만 결정되는게 아니라 문화적 배경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지요. 

미국 사람들에게는 생선뼈나 머리가 음식물 속에 섞여있는 이물질인 반면에 저에게는 발라먹는 재미가 있는 부드럽고 촉촉한 특수 부위니까요.


자세한 연어 해체 방법 및 오븐구이 영상은 이 쪽으로: https://youtu.be/x69RzXjBxCY
추천수26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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