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태도가 애매해요. 왜이럴까요? 글 썼던 사람이에요.
처음 글올렸을때만해도 댓글이 4개 뿐이었거든요.
친구들이 알아볼까봐 대충 적었다가 많이들 안보시길래 알아볼일 없겠다 싶어 구체적으로 적었더니 오늘의 판?? 에 올라가서 많은 분들이 보셨네요ㅠㅠㅋㅋㅋ
구체적으로 조언해주시고 위로해주신 분들께 친구랑 잘 대화했다고 알려드리는게 예의인거같아 마지막으로 후기??를 남겨요
우선 친구가 본인이 뾰족하게 행동한 게 맞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취준생 입장일 때 티오가 한자리 수인 경우 대부분 내정자가 있고, 인맥이나 백으로 들어오는 낙하산들 때문에 자기가 밀려서 떨어지고 했던 경험이 많았대요. 그래서 제가 친척 소개로 제의받아서 취업을 쉽게쉽게하는? 그런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대요. 직접적으로 본인한테 피해 끼친 건 아니지만 자기도 모르게 취준생이던 시절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랬다고.. 내 친구니까 내 편을 들었어야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까칠하게 굴어서 미안하다고 사과 받았어요.
제 입장을 덧붙이자면 친척 소개로 취업을 한게 맞긴 하지만, 회사 대표님이 먼저 친척분께 주변에 쓸만한친구 없냐고 여쭤보셨고 1차 실무진면접 2차 임원면접까지 다 통과해서 붙었어요.
아무리 소개로 입사했다고는 하나.. 정말 아무것도 갖춘거 없이 빽으로만 밀고들어간건 아니에요. 학벌도 부서내에서 제가 제일 좋구요, 토익950점, 토스 레벨7, 컴활1급, 업무관련 자격증 2종 등등 기본적으로 갖출건 갖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신입사원으로 늦은 나이지만 실무진분들은 제가 가진 조건들을 많이들 긍정적으로 봐주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소개빨이 있었을 것이다. 넌 낙하산이다 왜 친구한테 염치없이 축하받으려하냐 비난하신다면....ㅜㅜ 그건 제가 감수해야할 부분인거같네요. 어쨌든 소개로 기회를 잡은건 사실이니까요.
두번째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공부해왔던 친구니까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데, 내 학벌이나 재능이 그런 회사에서 썩을 정도로 하찮은 게 아닌데. 회사에 비해 내가 너무 아깝다 생각했대요. 그런 비전 없는 회사에서 정년까지 일하겠다 다짐하며 마음 편해하는 저를 보니까., 솔직하게 말 못했는데 속으로 많이 답답했대요. 이직 준비하고 스펙 쌓아도 모자랄 시간에 제가 주어진 상황에 크게 욕심 없이 만족하고 안주하려는 모습이 친구로서 제가 너무 아까운 마음에 싫었다네요.
만약 자기가 내 상황이었으면 가진 것들을 그렇게 썩히지 않을 텐데. 얘는 가진 게 많은데 왜 늘 더 노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대요.
자기는 어떻게든 더 성공하려고, 성취하려고 조급한 마음에 아등바등 하는데, 저는 어떤 일을 하던 크게 성공하는 건 없어도 반대로 크게 실패하는 일도 없이 늘 무난하게 흘러갔대요. 주어진 문제들이 큰 노력 없이도 늘 순탄하게 잘 풀리고, 언제나 심적으로 느긋하고 안정되어 보이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나기도 했대요.
그나마 제일 순탄하지 않았던 게 공부였는데 심지어 너는 공부할 때도 가끔 우울해하긴 했지만 평소에는 나이 서른에 알바하면서 공부하는 자기 삶에도 크게 비관하는거 없이 언젠간 다 잘 되겠지. 이런 마인드로 만족해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질투나기도 했다네요.
친구는 정말 자기 일을 사랑하는 워커홀릭형 인간이거든요. 입사한지 얼마 안됐을 때부터 승진대비해서 자격증이나 시험준비하고 봉사활동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회식자리나 사내동호회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서 인맥도 다지고..
그 뿐만 아니라 사생활적인 측면에서도 여자는 몸매관리도 스펙이다 생각하면서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식단조절하고 운동하고, 계절마다 옷, 네일, 메이크업 톤이나 컬러까지 유행에 뒤처지지 않게 신경 쓰고 뭐하나 허투루 하는 거 없이 완벽주의(?)처럼 살아요.
그리고 늘 새로운거에 도전하고 부딪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마음에드는 남자 있으면 적극적으로 대쉬해서 꼭 친해지고, 모험심이 강해서 여행도 좋아하고, 내 입장에선 좀 위험해보이고? 무서울 것 같은 오지에도 혼자서 척척 여행다니고..
일도, 사랑도, 친구관계도 전부 열정적인 멋있는 친구에요.
반대로 저는 자기관리 하기 보단 집순이 스타일이라 쉬는 날엔 하루 종일 집에서 고양이 옆구리에 끼고 늘어지게 잔다던지,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봤던 영화 또 본다던지.. 그런 거 좋아해요. 좋게 말하면 느긋하고 나쁘게 말하면 게으른 성격이에요;
내성적이어서 늘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랑만 어울리고, 밥집도 새로운 거 도전하기보다는 가던 곳 또 가고, 옷도 어떤 스타일에 꽂히면 친구가 제발 그 옷 좀 갖다버리라고 할 때까지 유행 다 지나서 남들이 날 촌스럽게 보던 말던 주구장창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옷만 입고..
일도 사랑도 친구관계도 좁고, 익숙한거 좋아하고, 변화를 두려워해요.
서로 스타일이 달라서 그런가 예전부터 친구가 저를 많이 답답해하며 잔소리를 많이 하긴 했어요. 고등학생때는 교내 야자실에서 같이 공부할때 또 잔다고 공부하라며 항상 깨워주고, 대학교 방학때도 고향내려가면 시간 아까우니 집에서 퍼자지말고 학원이라도 다니라고 제 손 잡아 끌어서 자격증학원 같이다니고.
그러고 보니 입사할때 도움이 됐던 자격증 몇개는 친구가 하라고 잔소리해서 따놓은 자격증이더라구요.. 이번 취업 관련해서 꽁했던 문제도 사실은 어릴적 친구가 해왔던 잔소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맥락인데(안주하지 말고 더 공부해라. 더 노력해라. 이런맥락)
괜히 저도 오래 공부하면서 자격지심 생겨서 울컥했던것같아요 ㅠㅠ
사실 정말 제가 잘못되길 바라는 못된 심보의 친구라면 잠 올때 깨워주고 자격증 같이 따자고 끌고 다니고, 지금도 벌써부터 이직 준비하라면서 잔소리 하진 않잖아요ㅜㅜ
아무튼 친구입장에선 얘는 주어진 조건이나 재능이 많은데 왜 자꾸 안주하며 살까. 이런 마음에 답답하고 화났대요.
그래서 그 부분은, 사람마다 만족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부분이 다르다. 이건 가치관의 차이다. 난 남들 보기엔 그 학벌에 왜 저러고 사나 싶은 게 우습게보이거나 얕보일 수 도 있고 또 어떤 사람 눈엔 그냥 평범해보여도, 일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도 크게 없고 그냥저냥 먹고 살만큼 벌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좋다.
너가 친구로서 그걸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친구라도 우린 서로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니 나를 보며 한심해하고 화를 낼게 아니라 그냥 이 친구는 이런 삶에도 만족하는구나. 나 자체를 인정해달라고 얘기했어요.
친구도 까칠하게 굴어서 미안하다고. 너를 부러워하는 마음에 못나게 행동한거 같아 미안하다 했고, 저도 직접 대화해서 풀면 될 걸, 인터넷에다가 글 올려서 마치 너를 같이 흉봐달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비겁하게 굴어서 미안하다 했어요.ㅠㅜ
그리고 그동안 너가 해준 잔소리들이 결국 내 인생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제가 너무 나태해지는거 같으면 가끔씩 잔소리 해달라고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구요.
어찌 보면 취향, 취미, 관심사는 비슷하지만 서로 라이프스타일이 전혀 달라서 저는 그 친구를 보며 열심히 살아야겠다 자극받고 그 친구도 저를 보며 한 템포 쉬어가고. 그렇게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캐미(?) 때문에 지금껏 서로 윈윈하며 친구로 잘 지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껏 친구로 지내오면서 저는 에너지 넘치게 열정적으로 사는 친구를 보며 열등감을 느끼고, 친구는 늘 느긋하고 쉽게쉽게(?) 사는 저를 보며 열등감을 느끼는 부분이 분명 있었겠죠. 하지만 친구니까, 서로 부러워하는 마음을 열등감이라고 생각한다기 보단 서로 좋은 자극받음으로써 서로 발전하고 성숙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 하려구요.
오히려 속 터놓고 하루종일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전보다 더 깊어진 거 같아요.
서로 존중하면서 더 아끼는 친구사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친구랑 직접대화해보라고 조언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