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꺼내려니 가슴이 답답하고 손도 덜덜 떨리지만,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머릿속이 터질것만 같아 판에 처음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30대중반 평범한 아줌마입니다.
결혼도 했고, 사랑많은 남편과 너무나도 예쁜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주 여유넘치진 않지만, 나름 부족함 없이 살고 있구요.
겉보기엔 아주 행복한 여인같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요즘입니다.
친정아버지께서 암수술을 수년전 하시고, 얼마전 재발 그리고 전이까지 되셔서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셨습니다. 너무나도 착하게 살아오시고, 건강하시던 아버지셨기에 친지분들과 저희 가족의 충격은 더했지요.
그 중에서 어릴적부터 유난히 말썽피우던 제 여동생은 특히나 죄책감에 더욱 힘들어보였습니다. 바쁜 일정에도 거의 매일 친정부모님 찾아가 일도 돕고 병간호도 돕고 있는데, 얼마전 친정 어머니께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지나간 얘기들 이것저것 하면서 속이야기를 했던 모양입니다.
학교다닐때 얼굴 좀 반반하다고 말썽피우고 다닌줄알았던 동생이 알고보니 학교폭력 피해자였다는겁니다.
나이차이가 얼마나지 않았던 저희 자매는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 초등학교 때 저랑 동갑인 친구가 동생을 불러다가 "너희 언니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났다"며 너희 언니 밟아주겠다고 하니 동생이 발끈 해서 "미친x"이라고 욕했고 그때부터 동생을 때리고 괴롭혔다고 하네요.
밟는다고 밟힐 저도 아니었겠지만, 지금 같아선 차라리 그때 제가 한번 밟혀줄걸 그랬나봅니다.
동생말로는 어떤 이유를 갖다붙이든 말이 안되는데, 자기가 말린것 같다고 엄마한테 얘기했다는데, 저는 또 저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것 같아 가슴이 미어지네요.
저랑 잘아는 친한친구도 아니었고, 저때문에 혼날만한 일도 없었는데 저랑 다르게 예쁘장하게 생긴 제 동생에게 시비걸만한 거리가 저밖에 없었던것 같아요. 핑계죠.
그렇게 시작된 학교 폭력은 어린애한테 담배를 물려놓고 제대로 피우지 않는다고 때리고, 돈 가져오라고 때리고 집에도 늦게까지 보내지 않고.. 집에오면 왜 늦게 왔냐고 또 혼나고.. 그 어린것이 그 힘든상황을 꾹꾹 혼자 감당했을 생각하니, 또 그 시작이 저인걸 생각하니 미치겠습니다 지금..
똑똑하고 야무져서 올백도 곧잘 맞아오고, 자신감 넘쳤던 동생은 언제부턴가 그렇게 겉돌기 시작하고 성적은 말할것도 없고 집안에 유일한 말썽꾸러기로 전락했습니다. 전 그런 동생이 창피하기만 했구요... 이런 제자신이 너무나도 싫네요ㅠㅠ
부모님 지갑과 제 지갑에 손대고, 집에도 늦게 오고 집에 와서도 짜증만 내다가 또 혼나고, 학교생활도 엉망이라 엄마가 학교에 불려다니기도 수도 없이 했지요.. 다들 그냥 사춘기가 심하게 오나보다 하고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믿었죠. 그래도 감사하게 가출 같은것도 안하고, 꼬박 집에는 잘 들어와준 동생에게 새삼 감사하네요..
힘든 시기 보냈지만, 가족 여행도 자주 다니고 그래도 또래들보단 가족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깔깔 거린 시간이 많았습니다. 돌아보니 좋은추억도 많았네요..
그러는 사이 이 나쁜 것들은 초등학교 졸업하고도 중고등학교 까지 가서도 동생을 불러내어 괴롭혔던 모양입니다. 하.. 진짜 악질이네요..
어찌저찌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도 갔지만, 한번 비주류로 빠졌던 동생은 그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가해자 중 한명(그땐 그냥 같은 학교 나온 동창정도로 생각했지요)이 큰 사고를 당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말썽피우고 친구들 괴롭히고 다니더니 벌받나보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엄마 얘기들어보고 참 기가 찼습니다.
수년전 그 때 그년 다쳤을때, 선배님 다치셨는데 병문안도 안와보냐고 동생에게 전화가 왔더랍니다. 지 버릇 개 못주는거죠. 병상에 누워서 그 정신인걸 보니 덜 다쳤었나봅니다. 그때 동생이 전화번호를 바꿨다고 하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퍼즐이 맞춰지는겁니다..
어른되어서도 일진놀이가 그리 하고싶었나봅니다.
동생은 인생의 절반을 그것들한테 시달리며 마음 졸이고 살았을텐데 아무것도 몰랐던 전 하하호호 행복하게 살고있던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한마음도 들고 가슴 한구석이 콱 막혀서 풀어지질 않습니다.
그때 동생이 그 지경까지 시달린걸 알고 도와줄수 있었다면,
동생이 말썽 피우지 않았으면,
아빠가 조금이라도 덜 스트레스 받으셨을까,
그럼 암이 안생기지 않았을까,
생기더라도 이런 상황까지는 안왔을까
자꾸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입니다.
글로 쓰고나면 후련해질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요ㅠㅠ
대신 생각 정리는 되는것 같습니다.
친구 괴롭히는 어린친구들,
그게 힘의 상징이고 또래보다 더 잘나보여도
나중에는 후회하니 지금이라도 그만두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괴롭힘 당하는 친구들!
그런 상황에 있는 너희를 안타까워하고 보듬어주고 싶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어요.
도움 청하세요, 그리고 말하세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요ㅠㅠ 제 동생처럼요...
예쁘디 예쁜 제 동생 젊은날이 저렇게 망가졌다는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네요 자꾸..
제목 그대롭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난 사고 인줄도 모르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지만, 가해자가 오래 고통받고 살았음 좋겠습니다.
우리가족이 고통받는 만큼만이라두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읽어주신 분들 가정엔 모두 평안과 건강이 가득하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