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 추천 2개
저 관종 DNA가 탑재되어 있나봐요~
[03- 손이 간다]
집에 데려다 준다며 나온 선배는 아까부터 별 말이 없다
방안에서의 포옹 가만히 있었던 내가 우스웠나
걷는 중에 선배는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깜짝놀라 선배가 잡은 손을 뿌리치니 가던길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빼낸 내 손을 다시 확 잡더니
"야! 오늘 손잡는거에서 끝난걸 다행으로 여겨"
대충 의미는 알겠다만
사귀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손을 잡고 걸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저는 사귀는 사람이랑만 손잡을거예요"
"선배처럼 아무나랑 손잡고 안그래요"
"뭐? 나도 아무나랑 손 안잡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손잡지"
퍽이나
내가 본것만 해도 수십번이다 술자리에서 매번 양 옆에 여자들 끼고
어깨에 팔 두르고 여자를 폭 싸고 있던데 뭔 개소리...왈왈
아 선배 너란 사람 그 많던 여자들... 죄다 좋아하고 아끼는 인류애 넘치는 그런 인간이었구만
어이가 없어 허허 웃음이 나온다
선배가 다시 잡은 손을 뿌리치고 주머니에 깊이 양손을 찔러 넣는다
다시는 잡을 수 없게
그렇게 참 이상했던 세번째 만남 후
약속이나 한듯 나도 선배도 서로에게 연락 한통 하지 않고 시간이 흘렀다
술집에서나 마주쳤지 학교에서 마주칠 일도 드물었기에
선배를 만나지 않는 방법은 내가 술집을 가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학교 생활이 적응 될 즈음
친하게 지내던 동기에게 고백을 받았고
그게 사랑인지 우정인지 혼동한 채 그저 그 아이를 친구로 오래 보고 싶은 내 욕심
그 이유 하나로 우린 사귀게 되었다
나를 살뜰히 챙기며 바라봐주는 그 아이에게 고마웠지만 딱 고마움 그 이상으론 감정이 들지 않아
우리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던 그때
우연히 마주쳤다 선배 너를
멀리서부터 보이는 선배 실루엣에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달아 올랐으며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을 해야할 정도로
앞이 깜깜해졌다
얼굴을 보면 들킬것 같아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냥 마주치지 않는게 낫겠다
뒷걸음질 치며 뒤돌아 갔다
남자친구가 놀라 따라왔고 몸이 좀 좋지 않아라는 핑계에 걱정을 할때
나는 이 친구와 헤어져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처음엔 사랑이 아니어도 노력하면 사랑이 되는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멀리서 보는 선배의 실루엣만으로 이렇게 가슴이 미친 듯이 뛰는데
더는 미안해서 이 아이를 내 곁에 둘 수 없을 것 같았다
헤어짐의 과정은 꽤 지리했다
그 아이는 이유를 물었고 미안해서 더는 안되겠다는 나의 대답에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그저 미안하다로 반복되는 헤어짐의 과정에서
왜 자기를 계속 친구로 보냐며 강제 키스를 했고...그렇게 지리했던 이별은 끝이났다
그해 여름이 시작되던 즈음
나는 조금 아팠던 것 같다
첫사랑, 첫키스 그간 꿈꿔왔던 그 처음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으므로
마음이 아팠고 그래서 몸도 아팟고 얼굴은 뭐 말할것도 없이 아파보였다
그런날 선배가 본걸까?
몇달만에 톡이 왔다 또 처음과 같은 두줄, 자기집주소와 지금 오라는 말
며칠째 잠을 자지 못했고 잘 먹지도 못해서 몸과 마음이 무척 피폐해진 상태였다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거나 판단할만한 정신머리가 아니었는데
난 그런 무의식의 상태에서 선배 집으로 향했다
벨을 눌렀고 문을 열고 나온 선배는 처음과 달리 놀라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고 선배는 익숙하다는 듯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뚜껑을 열어 나에게 건넨다
한두모금 물을 마시고
"오늘은 왜요? 왜 오라고 한건데요?"
"아프다며?"
"왠 상관?"
"요 며칠 벤치에 널부러져 있던데"
"길에서 자지말고 여기서 쉬었다 가"
"나 수업이라 나가야하는데 편하게 자고 현관문만 잘 닫고 가"
"선배 이렇게 친절하게 웃으면서 여자 꼬시는구나"
"잔말말고 그냥 좀 자"
그말에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더니 왈칵 쏟아져버린다
남자친구를 잃은건 내 잘못이지만 친구까지 잃고싶진 않았다
내욕심에 그 아이를 친구로라도 오래 보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잘 되지 않았다 그날 내 입술에 난 상처는 상처도 아니었다
마지막에 보인 그 아이의 거친 행동 날 죽일 것 같은 눈빛...난 크게 상처를 받았다
사과를 받았지만 아직도 그 눈빛이 생각날때면 오금이 저린다
쏟아져 나오는 울음을 참아보려고 입술을 물어본다
통증은 없는데 피맛이 느껴지는 걸 보니 아직 낫지 않은 입술의 상처를 깨문것 같다
선배가 급히 휴지를 가져와 내 입술에 묻은 피를 닦는데
가까이 다가온 선배의 얼굴에 갑자기 그 친구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눈이 질끈 감긴다
내등을 받치고 선 선배가 한숨을 길게 내쉰다
그 한숨 소리에 그 친구가 아님을 새삼 깨달으며 눈을 다시 떴다
"만나도 그런 쓰레기를 만나서 고생을 하고 있냐?"
선배는 알고있었나보다
그간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