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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애하고 결혼 준비 중인 남자 이야기 [공개고백 썰]

ㅇㅇ |2020.04.02 17:17
조회 10,015 |추천 20

안녕하세요 판 여러분들~

 

종종 네이트판 눈팅만 하다가 갑자기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써봅니다.

글재주가 없어 재미는 없지만, 길가에 떨어진 누군가의 일기 읽는다는 느낌 받아들여주세요. ㅠ

 

저는 평범한 27살 회사원 남자입니다.

여자친구는 동갑이고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2010년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던 저희는 1학년 때부터 사귀기 시작했고,

어느덧 10년을 함께 하며 이번 년도에 결혼을 합니다.

 

시작이 아주 꿀잼이었습니다.

 

처음 고백은 9월 16일, 야자가 끝나고 집에 데려다 준 날이었습니다.(썸은 이미 타고 있었죠.)

집으로 올라가기 전에 사귀자고 먼저 말을 했고, 여자친구는 당시 생각해보겠다고 하고서는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두근두근 애타는 밤, 여자친구로부터 그날 저녁 좋다고 문자로 답변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귄 날을 1일로 하는 것이냐, 다음날 부터 1일로 해야하는 것이냐 등 쓸데없는 얘기를 하다가 잠들었죠.

 

그리고 다음날인 9월 17일 금요일, 학교 점심시간에 라디오 처럼 방송을 해주는데 그 방송을 통해 그날이 고백데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됩니다. 9월 17일에 사귀면 100일이 크리스마스라네요.(판여러분들은 아셨나요??)

 

그리고 저는 문자하나를 보냅니다.

"공개 고백 같은거 받으면 어떨꺼 같아?"

(이미 전날에 사귀기로 했는데? -_-)

정확히 뭐라고 답장했는지는 기억안나지만, 긍정적이었다는 것은 기억납니다.

그래서 전 여자친구에게 오늘 야자 쉬는시간에 교실에 있으라고 말을 하죠.(저희 학교는 일단 남녀 분반이었습니다. 저와 여자친구 반은 복도 끝에서 끝 수준이었구요.)

 

대망의 야자 쉬는시간.

저는 어색함을 무릎쓰고 뚜벅뚜벅 여자반을 지나가 여자친구 반 앞에 도달합니다.

문을 팍 열고 들어갔죠.

문이 열리자 시선이 확 쏠리면서 여자반 애들 표정이 딱 '이 새X는 뭐하는 놈이지' 라는 표정으로 쳐다 보더군요.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여자친구 찾는데 안보여요... 애들 시선은 집중 되어 있는데...(긴장 + 다 똑같은 교복, 앉아 있고 뒤통수만 보임, 두발 제한이 있던 때라 머리도 비슷한게 너무 많음...)

"아 저 공개고백하러 왔는데요."

라고 슬쩍 말하니까 애들이 꺄악!! 소리지르고 저기 한명이 푹 엎드려 책상에 쓰러지더군요.(찾음ㅋ)

다가가서 2AM 이노래 1절 조금 부르고 고백했습니다.(자세히 묘사하진 않겠습니다. 글쓰는 지금도 온몸에 닭살이 돋아요. 여자친구도 2AM 이노래 얘기만 꺼내고 오글오글 말려들어갑니다. 금지곡이에요.)

아 절대 노래를 못부르진 않았어요.

 

그렇게 저희는 사귄 다음날이 1일이냐 당일이 1일이냐 고민하지 않고 9월 17일이 1일로 하자!

결론 내리게 됩니다.

 

제가 앞에서 시작이 아주 꿀잼이라고 말씀드렸죠. 네.

 

저는 보통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했었는데요.

고백한 다음 날 놀토가 아니어서 언제나 처럼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초록불 신호 받고 사거리를 건너려는데 노란불로 바뀌었죠.

이미 딜레마 존에 들어와서 멈추면 사거리 한가운데 멈춰야 했기에 저는 풀가속해서 진행을 했고

(여러분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이륜차)여서 자전거 도로가 없으면 차도로 다녀야합니다. 인도로 다니다가 사람치면 오토바이로 사람친거랑 적용되는 법이 똑같아요.)

오른쪽에서 과속한 1톤 트럭에 자전거 우측 뒷편이 치이게 됩니다.

 

조금만 느리게 달렸거나 중간에 멈췄으면 저는 이 자리에 없을 겁니다.

소방서가 가까워 신속하게 온 앰뷸런스타고 응급실로 직행 했고,

그 와중에 구급대원님께 제 핸드폰 드리면서 부모님이랑 담임선생님께 전화해서 교통사고가 나서 학교 못간다고 전화 좀 부탁드렸습니다.(후에 담임선생님이 저 안죽은거 다행이라고 아이스크림 반에 쐈음 -_-)

다행히 직접적으로 제 신체를 친것이 아니어서 날라갔다 떨어진 충격에 의한 타박상 찰과상 가벼운 뇌진탕(?!) 기타 등등으로 끝났죠.(교복은 왕창 찢어짐, 교복안버리고 남겨둠, 자국 남아있음, 추억.)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다더라구요.

"어제 어떤 남자애가 여자반에와서 공개 고백했대!"

"와 누군데 구경가자!"

"근데 그 공개고백한 놈 학교오다 교통사고나서 입원했대!"

"와..."

 

한 번에 큰 사건이 두개가 연달아 터져버리니까 학생들 사이에서도 많이 퍼지고 선생님들도 다 알더군요.(공개고백교통사고남)

 

병문안 와준 친구들 갑자기 모두 고마워지네...

그때도 고맙다고 했지만 또 고맙다. 착한녀석들.

 

응급실에서 검사하고 치료하고 입원 수속을 마치고 핸드폰을 봤습니다.

여자친구에게 문자가 와있더군요.

"교통사고 났어?"

오른팔과 손에 깁스를 한 상태라 왼손으로 문자를 치기가 너무 힘들어서 딱 두글자 보냈죠.

"미안"

얼마나 놀랐을까요.

참 착하고 귀여운 아입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게, 입원해 있을때 와서 있는 사과 깎아주겠다고 삐뚤삐뚤 깎고 있는게 너무 귀엽더라구요.

"이야 사과 반은 버리네ㅋ"

"조용히해"

 

이게 10년의 시작 스토리였습니다.(급 마무리)

10년 동안 만나면서 수 많은 썰이 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적어보려고 합니다.

나중에 또 쓸 생각이 들면 적으려구요.

 

혼자 떠드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추천수20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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