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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글 쓴 사람입니다

ㅇㅇ |2020.05.26 15:24
조회 111,639 |추천 757
아니 이게 뭐라고 핫한 결시친에서 베스트까지..네판 죽순이로써 글을 두세번 써본 적은 있지만 전부 댓글 예닐곱개 달리다 말아서 이런적은 또 처음이네요.이어지는 글 써보는 것도 처음이고요. 
폰으로 쓰고있고 천상 이과라 글솜씨도 별로 없으니 이점 넓게 양해해 주세요. 
전업이 적성에 맞고 편하신 분도 있겠지요. 아이 크는것만 봐도 못먹어도 배부르고 잠 못자도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그런 분도 계시겠죠. 그게 제가 아닐 뿐입니다.왜들 그렇게 싸우시는지ㅠㅠ그냥 제 경험을 말씀드린 거에요.;; 
그리고 저 지금 전업 아닙니다. 워킹맘이고요, 일 시작한지 1년도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남자분들 댓글에 전업 주제에 힘든척 하지말라고, 전업이면 닥치고 똥기저귀나 빨라고 하셔봤자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1. 님이 선택해서 애 낳았으면서 왜 징징대세요?

아 네.. 제가 이 말이 싫어서 전업 1년하고 때려쳤습니다. 앞으로도 평생 안해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대학도 본인이 선택해서 갔고 들을 전공과목도 본인이 선택해서 들으시면서 교수욕, 과제욕, 조별과제 팀원들 욕.. 한번도 안하시나요? 회사 본인이 선택해서 가놓고 심지어 돈도 받으시면서 상사욕, 팀원욕, 거래처욕 한번도 안하시나봐요.
그런데 전업은 결코 불평이 허용되지 않더라고요.돈도 안되고 커리어도 안되면서 불평도 하면 안되요. 오로지 내가 못먹고 못자고 살이 쭉쭉 빠져도, 내새끼 이쁜것 보면 하나도 안힘들어~ 라고 하는 길 밖에 선택지가 없습니다. 
왜죠? 전업도, 특히 영유아 돌보는 전업은 정말 힘든 일인데요. 
솔직하게 말하죠. 답은 알고 있어요.전업은 돈이 안되니까요. 만만한겁니다. 돈도 못 버는 일 하면서 징징대지 말라, 이런 거죠. 
저는 고등교육 받고 자라고, 회사에서 나름 직책달고 일하면서 30여년을 살아왔지만 사람의 위치 자체가 이렇까지 아래로 처박히는 경험은 전업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2. 여자가 직장에서 일해봤자 얼마나 높은직급이었다고 그러냐. 어차피 취집이 목적아니냐.

굳이 반박해야 되나 싶은 한심한 댓글인데 엄청 많네요..댓글 다시는 분이 어디서 일하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일도 안해보신 대학생 분들이 그런댓글이나 달고 있겠지만, 
드물게 건설업 같은 남초의 영역도 남아있는거니 해명을 하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일했던 제약업에서는 팀장 까지는 여자가 1/3~1/2까지 차지했습니다. 
이사급 까지 올라가면 남자들이 많았지만저도 과장까지 달고 전업하러 나온 거고요.
제가 약사기 때문에 주임부터 시작해서 승진이 조금 빨라서 30대초에 과장이었습니다.RA1팀 과장이었고, 중견기업이다보니 회사내에 부작용관리 팀이 따로 없어서 부작용관리 담당약사였습니다. 

지금은 돈 빨리 모으려고 약국가에 나와서 근무약사로 일하고 있고평일 상근, 격주토요일로 일합니다.코로나 한참 기승일 때도 쉬지않고 마스크쓰고 의료장갑끼고 쉬지않고 일해서 세후로 월450정도 법니다. (회사 명함은 3년 전꺼라 이미 버렸고 면허증도 약국에 걸려있고. 뭘로 인증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가운 빨아서 널어놓은 사진이라도 올릴까 하다가 그건 좀 아닌것 같아서 패쓰합니다.주작인 것 같으시면 알아서 뒤로가기 누르시면 됩니다.)  
약사가 무슨 돈도 없어서 시터 쓰는걸 고민하냐 하실텐데 저랑 신랑이 둘다 육아에는 참 소질이 없어서 애기한테 무엇을 남겨줘야 좋을까 고민하다가 열심히 돈이나 벌어서 집을 사주자 해서 무리해서 대출땡겨 서울에 집 사고 그 이자랑 원전 갚느라 둘다 허리가 휘어져나가고 있습니다. 



3. 애 본다고 사흘씩 잠도 못잔다니 뻥 아니냐
아 신생아 돌보는거 구경도 못 해봤으면 댓글쓰지 마세요. 짜증나니까. 님은 알바 한번 못해본 급식이가 '일하는게 뭐가 힘들어요? 대충 책상에 앉아있으면 되잖아요. 엄살쩐다 진짜' 이러면 기분 좋아요? 
제 경험상 얘기하자면 저는 신생아 케어하는 반년간이 태어나서 제일 빡씬 시기였고요.신랑 왈, 의대 인턴이랑 레지1년차 수련보다는 좀 낫다고 하더라고요.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신랑이 저보다 육아 곧잘 해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4. 시터 쓸 것 같으면 꾸역꾸역 둘째를 왜 낳으세요? 
...그럼 낙태할까요?;평소에 주변에도 그렇게 말하세요? 애기 맡기고 맞벌이하는 가정 보면요.
그렇게 남한테 맡길바에 그냥 애 뱃속에서 긁어내서 지워버리지 왜 꾸역꾸역 낳았냐고 물어보고 다니세요? 
솔직히 시터나 어린이집에 맡기고 맞벌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왜 '애를 낳을 자격도 없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요.그럼 여자에게 주어진 선택지란 전업주부 하나밖에 없다는 소리인지도 궁금하고요.
저희 신랑도 애보는 할머니가 키웠고 평생 맞벌이하신 부모님을 두었지만, 잘 커서 의대 들어가고 지금도 잘 살고 있습니다. 
1번의 연장선과 같은 맥락인것 같은데어째서 애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들을 듣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적어도 가운입고 마스크 팔고 있으면 진상은 종종 봐도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듣는 일은 없더군요. 세상천지 애엄마가 가장 만만한것 같아요. 밖에서 일하는 사람한테는 함부로 못하는 소리를 엄마들한테는 쉽게 내뱉으니까요. 




몇년 동안 묵혔던 불만들을 털어놓다 보니 글이 참 퉁퉁거리는 투가 됐네요. 아무한테도 못했던 얘기들을 한꺼번에 다 쓰려나 그렇게 되었어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분들한테는 모르겠는데 저한테는 전업 1년이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직업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있다가 영유아 키우는 전업주부로 살아보기란 정말...물론 자식은 사랑하지만
참으로 사랑스럽고, 이게 돌맹이같고 퉁방망이같은 전형적인 이과충인 엄마아빠의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그런 생명체이지만.
그 사랑만으로는 도저히 극복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더군요. 자기 정체성 자체가 부정당하고 그저 아이에 딸린 부속품이 되어서일체의 불평 불만도, 아픈것도, 휴식이나 월차도 허용되지 않는 그런 분위기.

그러니 자신의 일에 열정과 자부심이 있는 모든 젊은 여성분들은전업주부를 택하기 전에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해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추천수757
반대수76
베플어이없네|2020.05.26 16:12
와 절대 결혼출산 안해야겠다 결심하는 댓글상태네. 서점이며 인터넷에 널린게 회사 힘들다는둥 힐링에세이 이딴거아닌가? 애엄마가 힘들다하면 예민충 취급받는구나. 딱 글이 맞는말했네. 애엄마는 무조건 애보면 하나도 안힘들다고 처웃는 선택지밖에 없다고.
베플ㅇㅇ|2020.05.26 15:34
한국 아직 과도기라서 전업맘도 워킹맘도 힘든건 사실임. 일부 빻은 사상 가진 루져들이 기득권은 버리고 싶지 않고, 더블 인컴은 원하고 뭐, 이율배반이죠. 어떤 자리에 있든 휘둘리지 말고 꿋꿋하게 살아요. 글보니 교육 잘받은 똑똑한 엘리트 같은데, 남들이 뭔 상관? 님 인생 알아서 열심히 살고 있는듯. 잘하고 있어요.
베플경미안녕|2020.05.26 16:22
이과라고 말씀 잘 못하신다는거 봤는데 무슨 이렇게 말씀을 잘 하시는건지 박수치면서 봤어요 ㅋ 지금 임신8개월로 워킹맘을 준비하는 엄마로 맘 준비 단단히 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시터를 고용하신다고해도 똑소리나게 육아도 잘 하실 분 같아요 응원합니다
찬반뀨미|2020.05.27 00:27 전체보기
음... 저도 7살 4살 남매키우며 이댓글쓰는 순간에도 근무중인(간호사교대근무) 워킹맘인데요.. 쓰니님 이해,공감되는 부분많은데 애들보면서 진짜 너무힘들때도 x발 x같다 라는 욕은.... 뱉어보지도 생각도못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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