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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원의 현실 (현직의사가 쓴 글)

iwish2000 |2020.08.28 17:26
조회 115,868 |추천 1,839
5년째 공공병원(지방 모 도립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진료과장입니다

저희 병원은 500베드 정도에 한달에 운영비가 50억(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고 있어도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 등등 인건비, 기타 등등으로 들어가는 고정비) 정도 들어갑니다.

코로나 이전까지 한달 총지출 50억 총수익 49억 정도가 매달 발생했습니다. 수 년 간 지속되었으니 몇 년 쌓이면 수십 억 부채가 계속 쌓이겠죠?

그럼 공공병원이니 누군가 적자보전을 해줘야 할텐데... 물론 해줍니다 도에서 '유이자'로요.

도에서 땅 파서 돈나오는 거 아니니 이자로 준다고 칩시다.
하지만 매달 1억 지원해주면서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도에서 심사받고 매출이 왜 이러냐, 이렇게 방만하게 운영하면 예산 삭감할거다...등등

이런 상태에서 중앙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건 1원도 없습니다.

참고로 5년 간 의사 연봉은 0프로 상승입니다. 노조에 가입하신 의사 외에 직업군들은 매년 투쟁으로 연봉인상을 따가시구요.
심지어 월급이 밀린 적도 여러 번 입니다.

"그런 조건에서 왜 일하냐 불만이면 때려치고 나오면 되지." 
이런 얘긴 여기서 할 말이 아니니 패스합니다.
공공병원이 어떤 상황인지 알려드리려고 쓰는 거니까요.

여기까지가 코로나 전 상황입니다.

2월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2월 하순 언젠가 보건복지부에서 공문과 함께 사무관인지 주무관인지(공무원 직급이 높은 사람인지 뭔지 모릅니다. 그냥 보건복지부에서 담당자라고 온 사람) 높으신 분이 병원에 찾아옵니다.

보건 : "여러분 1주일 후까지 500명 환자 전부 내보내시고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바꿀거니 실행하세요."

병원 : "어어... 지금 수술하고 회복 중인 분도 있고 내일 수술할 분도 있고 당장 호흡기 떼면 사요나라 하실 분들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해요?"

보건 : "그건 모르겠고 그냥 하라면 하세요. 방법은 알아서 하시고.."

병원 : "저희가 안 그래도 현재 적자상태라 입원환자 다 빼면 저희 매출이 없어지고 그럼 직원들 월급은 어떻게 주죠?"

보건 : "국가가 책입집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병원 : "그럼 코로나전담병원이 되면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한동안은 환자들이 코로나 전담이었던 기억때문에 기피하게 되서 잠재적인 추가손실이 예상되는데 어떻게 하실건가요?" (실제로 타병원에서 일할 당시 메르스 환자가 그 병원에서 생겼다는 이유로 멀쩡하던 병원이 파산 후 현재 겨우 복구중입니다.)

보건 : "그런거 신경쓰지 마세요. 국가를 믿으시고 그냥 진행하세요."

병원 : "네..."

이후 7월까지 병상 500개인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 최대 150명 찍고 10명 대로 내려와서 500개 병상 중 10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3~7월 병원 수입은 말 그대로 개박살 났습니다.
평소 50억 지출에 49억 수입이라고 말씀드렸죠?  
지출은 그대로 50억 나가겠죠. 사람이 다 그대로 있으니까, 근데 수입이 5억 나오더군요. 5개월 간.. 푸하하

그럼 매달 45억 적자가 5번 쌓였네요. 그럼 225억 빚이 생겼어요.
이정도면 영원히 못 갚는다고 봐야겠죠?
  
이때 병원에서 보건복지부에 연락합니다.
병원 : "저기.. 보전해주신다는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

보건 : "지금 국가비상사태인 거 모르세요? 드릴테니까 기다리세요."

그 이후로 띄엄띄엄 2월말부터 문 닫은 병원에 4월 15일에 15억, 5월 28일 11억, 7월 3일 18억 입급됩니다..

병원 : "이거 저희 운영비에 택도 없는데요?"

보건 : "돈 없으니까 배째세요."

어떻게든 월급은 줘야하니 어디든 돈을 구해야 했습니다.

병원 : "나라에서 돈 안 주는데 어떻게 좀 도와주세요."

도 : "그럼 저희가 '빌려' 줄게요 당연히 이자는 내셔야겠죠?"

도에서 다시 돈을 빌려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도지사님.

자... 시간이 흘러 8월 광복절 전까지 전국 발생 10명 이하였죠?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 공공병원이라고 만들어 놓고 국가도 시, 도도 책임 안 지는데 병원 다시 재개하자. 뭐라고 하든 배째.

몇 명 안 남은 코로나 환자들은 음압병실에 격리시키고 일반 환자, 수술환자 받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야되니까요.

보건복지부에서도 "OK 이제 환자 없으니까 코로나 환자만 격리하고 나머지 일반병실 열어도 됨."

그러다 얼마 전부터 다 아시듯 다시 환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듯이 또 보건복지부에서 연락옵니다.

보건 : "에...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다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돌아가야...."

병원 : "!!!"

보건 : "그전처럼 병원을 비우는 건... 좀 생각해보시고..."

병원 : "XXXXXXXXXXX!!!!!"

보건복지부에서도 이제 자기들이 책임진다는 거짓말 다신 못하네요. 뽀록 났으니까.

공무원도 안 내려오시고... 누가 때리나...

이제 병원에선 우리가 왜 뒤집어 쓰냐 아무도 책임 안 질 건데, 월급도 제때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공병원에게 의무만 지우고 권리는 다 무시하는 짓거리 꼴뵈기 싫다고 합니다.

공공병원만 아니면 저도 파업 참여했습니다.
의협 전공의협 등에서 얘기하는 파업의 목적에 동의여부를 떠나서 떼인 돈 받고 싶어서 파업하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정부에서 공공의료에 어쩌고 저쩌고 하나도 못 믿습니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전국에 공공병원이나 제대로 운영하고 얘기했으면 좋겠네요.
추천수1,839
반대수163
베플ㅠㅠ|2020.08.28 17:46
너무 답답해요 정부는 언론을 장악하고 있고 시민단체는 어느 순간부터 기득권자가 되어 있고 국민들은 계속 선동당하고...
베플ㅎㄷㅎㄷ|2020.08.28 17:35
코로나 지정병원이면 적자 다 메워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의료원마저도 그런 체제라니. 병원 자체는 이렇게 무한경쟁 시키면서 무슨 공공의사인가요? 게다가 공공의대 나오면 서울대 채용 우선권이라니, 지역균등발전 맞나요?? 너무 화나요
베플옳소|2020.08.28 17:55
이게 공공의료원의 현실. 있는 공공의료 먼저 잘 살려주시길.
찬반ㅇㅇ|2020.08.29 07:23 전체보기
파업한 의사들 지들 가족은 ㅈㄴ 소중함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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