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늦었어요.
주말에 컴티와 카페 식구들과 정모가 있었습니다.
프리첼에 870분, 다음에 140여분 정도 계시거든요.
정말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늦어서 죄송해요.
8-4
수암을 선두로 집으로 들어갔다.
쌍둥이들은 의외로 겁을 먹지 않았고, 영민씨가 제일 겁을 먹고 있었다.
귀신을 본 경험도 적고, 의사소통을 한 적도 없으니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폐가에 온 것은 처음이라 나도 적잖이 긴장하고 있었다.
등 근육이 뻣뻣해진 것이 느껴졌다.
“어머나.”
처음 놀란 것은 현관에 가지런히 놓여진 신발이었다.
여자용으로 보이는 검은 단화였다.
“폐가 치고 너무 단정하다.”
영민씨가 말했다.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불빛을 비추고 보니 집안의 물건들은 먼지만 싸여 있을 뿐 흐트러짐이 없었다.
“빈집이라면 누가 와서 물건을 집어 갈만도 한데 손을 댄 흔적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여기는 시골이잖아. 그건 도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야. 이런 시골에서는 길에 물건을 두고 가도 다음날에 가보면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아.”
농촌 출신인 영민씨가 답을 해주었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라 신기하게 들렸다.
“아직은 아무런 기운이 없네. 시간이 일러서 그런가.”
숙희 언니가 말했다.
사방에 불빛이 없어서 꽤 늦은 시간 같았는데 시간을 보니 아홉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우리가 소란스럽게 들어와서 놀랐을 수도 있으니 조금 기다려 보는 것이 좋겠소.”
수암은 리더답게 동요하는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불빛을 최대한 줄이고 조용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어두운 곳에서 조용히 있자니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잠이 오다니 대단한 생활력이야. 나는 어찌 장미가 아니라 잡초로 태어났다는 말인가.’
“왔다.”
보연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 대부분의 일은 보연이가 맡기로 했었다.
[우리...집이야]
‘남자네.’
“집에 미련이 있는 건가봐요. 악한 기운은 없는데요.”
“그렇군요.”
수암도 동의를 해주었다.
[우리... 집....]
영은 집에 관한 애착이 많은지 자신의 집이라는 것만 말하고 있었다.
‘알았어. 니네집 맞아. 놀러 좀 왔다. 손님 맞는 예의가 없구만.’
혼령들은 대부분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사고를 하는 것은 ‘뇌’라는 물질을 기반한 것이 아니던가.
혼령은 육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체계적이지가 못하다.
흔히 죽기 직전에 강하게 갖고 있던 생각이나 염원, 미련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집의 혼령은 집에 이상할 만큼의 집착을 갖고 있었다.
“여자의 영도 있는 것 같은데 말은 하지 않아요.”
‘그건 몰랐는데 정말 대단한걸.’
할아버지의 영을 빌어 얘기를 듣기보다 편하게 보연이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여자와 남자의 영, 두 개의 혼령만이 있네요.”
“죽은 사인은 어찌 된답니까?”
수암이 물었다.
물론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었다.
“다 나이가 많지 않아요. 둘은 부부였어요.”
‘둘이 부부였다고?’
“서울에서 돈을 모아 어렵게 마련한 집이래요. 여기에서 둘이 행복하게 살고 싶었대요.”
[우리 집...]
이번에는 여자의 혼령이었다.
허름한 집이라 그런지 소리가 더욱 음산하게 들렸다.
영민씨를 보니 귀엽게 떨고 있었다.
‘귀여운 구석이 다 있네.’
“서울 생활이 너무 싫었대요. 힘들었대요. 이제 행복해지려고 하는데. 여자가 그만.”
보연이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졌다.
‘힘이 드는 건가?’
믿고는 있었지만 나이가 어려서 걱정이 됐다.
“차사고. 차사고가 났대요. 집으로 오는 길에. 여자가 죽었대요. 남자는.”
남자의 슬픔이 전해졌는지 목이 메이는 듯한 음성이었다.
“남자는 너무 슬펐대요. 시신을 집으로 가지고 왔어요. 그리고 자기도 죽었대요. 죽어서라도 이집에서 둘이 잘 살고 싶었대요.”
어찌된 사연인지는 대략 밝혀진 셈이었다.
악한 영들이 아니었고 그냥 단순히 집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것뿐이었다.
일이 쉽게 끝날 것 같았다.
“대충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제 사령제를 올려 줍시다. 준비한 것들을 가져 오도록 하지요.”
영민씨와 숙희씨가 트렁크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러 나갔다.
‘정말 안됐어. 이제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어야 할텐데. 살아있을 때에도 좋은 사람들이었을 것 같아.’
“저기 콘도에 물품들을 두고 왔나봐요.”
숙희 언니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수암에게 말했다.
“뭐라고 하셨소?”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두고 왔네요. 위험한 영들도 아닌 것 같으니 내일 다시 오도록 하죠.”
영민씨가 말했다.
“대체 준비성들이 없구려. 처음 들어온 의뢰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다니. 앞으로 뭘 믿고 맡길 수가 있겠소?”
수암은 상당히 화가 난 듯 했다.
“사실 오늘 올라오느라고 다들 지쳤고하니 내일 다시 오죠.”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인데 왜 영민씨가 나서서 말을 하는 것이오. 당신이 선생이요?”
아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일을 이따위로 처리하다니.”
“아무리 선생이지만 말이 너무 심하잖아.”
영민씨도 수암의 말에 화가 났는지 말을 짧게 했다.
“오늘까지 끝내고 보고를 올리기로 했는데.”
수암은 영민씨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중얼거렸다.
그것에 영민씨는 더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내 말을 듣고 있냐구?”
‘이러다가는 정말 싸우겠어.’
“죄송해요. 제가 빠뜨린 거에요.”
실은 내 담당이 아니었지만 상황 수습을 위해 나섰다.
“혜림양이?”
수암의 눈빛은 정말 싸늘했다.
“제가 챙기기로 해놓고 큰 실수를 했네요. 죄송합니다.”
“말로 끝날 일이 아니요. 혜림양, 처음에 말했듯이 모든 사람이 끝까지 함께 갈 수 없다는 말 잊지 마시오.”
‘나를 자르겠다는 뜻?’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려고 했던 것인데 분위기가 좋아지기는커녕 괜한 오해만 사게 된 꼴이었다.
“영민씨가 운전 좀 하지.”
수암은 황급히 나가더니 조수석도 아니고 뒷자리에 앉았다.
마치 운전기사 부리듯 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 같아. 저것이 수암의 참 모습이었을까?’
콘도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수암의 차로 뛰어갔다.
다행히 수암은 내리기 전이었다.
“오빠, 잠깐만.”
“왜?”
“트렁크에서 꺼낼 것이 있거든. 좀 열어줘.”
트렁크가 열리자 이모의 도시락을 꺼냈다.
황당한 표정의 수암.
‘너한테 사과라도 할 줄 알았냐? 나 혼자 다 먹을 거다.’
“그게 뭐야?”
“도시락이야.”
“나 참.”
수암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나를 뒤로하고 콘도로 들어가 버렸다.
그동안 나는 이모가 싸준 음식들은 쉬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싸늘히 식긴 했지만 냄새를 맡아보니 다행히 쉬지 않은 듯 했다.
‘날씨가 꽤 더웠는데 신기하다.’
주차장에서 도시락을 펼쳐놓고 먹기 시작했다.
‘뭐야? 너무 짜잖아.’
소금에 절여 놓은 듯한 갈비찜이었다.
쉬지 않은 것이 이해가 갔다.
‘이모 말이 맞았어. 내가 너무 모르는 게 많았나봐.’
아무도 위로를 해주지 않는 상황이라 이모의 체취를 느끼고 싶어서였을까 나는 짜디 짠 갈비찜을 꾸역꾸역 먹으며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다음 날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서는 저녁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어제 한 번 와 보았다고 모두들 긴장감이 덜 한 듯 했다.
집안으로 들어가자 일부러 늦은 시간에 왔는데도 영들이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기다려야 하나?’
“여기 쪽지가 있어요. 선생님께 남겨진 쪽지 같은데요.”
영민씨가 쪽지를 수암에게 넘겨주었다.
수암은 쪽지를 읽더니 무척 화가 난 듯 밖으로 나가버렸다.
“뭐에요? 무슨 내용인데 저렇게 화를 내면서 나가는 거에요?”
숙희 언니가 물었다.
보연이가 수암이 구겨버린 쪽지를 주어서 큰 소리로 읽었다.
“영들을 우리 방식대로 처리하고 가네. 월청.”
‘그럼 흑술을 사용해서 영들을 소멸시켰다는 얘기잖아.’
사람들도 이해를 했는지 모두들 침통한 표정들이었다.
‘악의도 없는 가여운 영혼들이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모두들 황급히 차를 몰아 수암을 쫓았지만 수암은 아마도 서울로 혼자 간 모양인지 콘도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