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외할머니는 올해 90살 되십니다. 10년 전부터 치매와 우울증 증상이 있으셨고 3년 전 허리수술과 고관절 수술 후 움직임이 불편해지면서 행복요양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현재도 휠체어가 없으면 거동을 하실 수 없습니다. 행복요양병원에서 치료도 잘 받으시고 보살핌도 잘 받으셔서 할머니도 가족들도 모두 만족하는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매주 자식들이 번갈아가며 면회를 가고, 손주들도 한달에 한번씩 면회를 갔었습니다. 갈 때마다 저희를 기억은 하셨지만 최근 일보다는 예전 옛날일들만 주로 이야기하시더군요. 그래도 늘 깨끗한 상태에 식사도 잘 하시고 편안해보이셨습니다. 작년에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행복요양병원에서는 면회를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코로나 방역조치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다른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발할 때마다 할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은 아무일없음을 감사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제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할머니가 퇴원해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무슨일인가 했더니 나라에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3개의 요양병원 후보 중 2개를 지정할 예정인데 그 중 행복요양병원이 후보에 들었다고 합니다. 그 병원도 갑작스럽게 통보받았고 다음 주 화요일에 그 결정이 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통보받은지 일주일도 안 되서 결정이 된다고요.. 그래도 할머니의 거취에 대해 대책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어 혹시 옮길 요양병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없답니다. 그렇다면 집에 모시게 된다면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을 한 명 붙일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없답니다. 행복요양병원이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다면 병원 소속 간병인들은 아마 모두 관둘 예정이라고 합니다.. 만일 다음주 화요일에 행복요양병원이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면 짧게는 1주, 길어도 2주 안에 모든 환자들이 다 퇴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무 대책없이요.. 심지어 그 병원에 계시는 몇백명의 환자들 중 저희 할머니가 제일 경증에 속하는 환자입니다. 저희 할머니보다 상태가 안 좋으신 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려나 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 나라에서 지금 코로나 병상이 모자라서 힘든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거취에 대한 대책이라도 세워주고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해야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현재 행복요양병원에 입원해있는 80대, 90대 환자들이야말로 제일 고위험군 환자들인데, 이렇게 여기저기 요양병원이나 집으로 모시는 과정 중에 더 위험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3개의 후보로 지정된 다른 요양병원들도 비슷한 상황이겠지요... 서울시청이나 강남구청에 항의한다고 해도 다른 후보병원들도 마찬가지 상황일텐데,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추가
댓글들 보고 추가글 남깁니다. 요양병원과 직접 통화한 사람은 저희 엄마이고 제가 다시 듣고 글로 옮긴거라 중간에 빠진 내용들이 있네요.
먼저 이 글은 병원 측이 잘못했다고 비난하려고 쓴 글이 아닙니다. 저희가 병원 측에 옮길수있는 병원이나 요양보호사, 간병인 여부를 물어본 것은, 정부에서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하는 대신 대책을 제시해주었는지 물어본 것입니다. 정부에서 전담 병원을 지정할 것이면 기존 환자들에 대한 대책도 함께 제시해주어야하는것 아닌가요?
당연히 할머니 요양등급도 받아두었고 요양보호사는 지자체에 신청해야하는것 압니다. 다만 정부에서 제시한 대책이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입니다.
할머니가 3년전 요양병원 입원전까지 거의 7년을 자식들이 1년또는 6개월씩 돌아가며 모셨습니다. 원래도 고집이 있으신 분이 치매가 오면서 성격이 더 강해지셔서 가족들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지금 자식부부들 중 한사람이라도 안 아픈 집이 없고, 작은 외삼촌부부는 얼마전 이혼했습니다. 저희 엄마도 몸이 많이 약해지셨고요.
일단 후보 선정 통보부터 결정까지 5일밖에 안걸리고 그후 선정되면 빠르면 일주일안에 퇴원해야한다는데, 이주도 안되는 시간에 병원 알아보고 안되면 모실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황당했습니다.
댓글들 중 이기적이니 뭐니 욕하는 분들 계시는데, 치매환자 모셔보지 않았으면 함부로 말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