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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남편 추가글입니다.

oo |2021.04.05 10:58
조회 86,913 |추천 32

 

어제 글 써놓고 깜빡 잊고 있었는데, 출근길에 보니, 댓글이 너무 많아 놀랬습니다.

대부분 남편을 옹호하고, 제가 남편에 비해 부족하다는 댓글이 많아서 더 놀랬네요.

저를 옹호해달라고 쓴 글은 아니었고, 그저 이런 사람도 있다. 이런 식이었는데..

몇 가지 사례를 더 들어도 여러분도 잘 참고 좋은 남편이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지 적어볼께요.

 

추가1. 맞춤법

남편은 맞춤법에도 약간 강박이 있어요.

카톡보낼때나 말을 할때도,

항상 신경써서 보내요.

남들처럼 ㅇㅇ 한번 한 적이 없고, 꼭 응 알겠어. 이렇게 마침표까지 꼭 찍어서 답문을 보내요.

그리고 사람들 많이 쓰는 줄임말 이런 것도 잘 안쓰고, 제가 써도 이해를 못하니 남편에게는

말 그대로 쓰게 되요. 그래서 애들과도 말할때 좀 말이 안통할때가 있어요.

남편이 회사에서도 팀장을 맡고 있고, 남편 운동모임에서도 총무를 하고 있어서,

단톡에 공지사항이나 뭐암튼 이런저런 거 올리거나 할때도,

연습장에다가 본인이 쭉 써놓고, 몇번을 고치고, 그걸 또 맞춤법 검사까지 해서 올려요.

네 본인자유인데,

그러다보니 남편과 톡을 할때도, 이게 맞춤법이 맞나,

엄마로서인가 엄마로써 인가 이런거 검색해보고

저도 모르게 마침표까지 찍는 습관이 생겼어요.

물론 좋은 습관이긴 한데, 친구들은 마침표 찍는 제톡이 좀 차갑게 느껴질때도 있다고 하네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편은 이런 걸 강요하지 않는데,

눈치가 보여서 제 스스로 이런 걸 고치게 됩니다..

 

추가2. 집 상태

저희 집은 항상 시어머니가 오시던 저희 엄마가 오시던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즉, 딸들이 거실에서 노는 장난감 몇개 널부러져 있는거 빼고는

(누가 와도 1분이면 다 치울수 있는 상태)

집이 진짜 깔끔해요.

남편은 집이 지저분하면 치우자 이런 말도 안하고

지혼자 슬슬 치워요.

이게 되게 은근히 스트레스에요. 같이 치우자. 청소하자 말하면 좋은데.

그냥 아무 내색없이 치우니, 저도 좀 쉬려고 누워있다가도, 남편이 치우기 시작하면

저도 따라 일어나서 치웁니다.

어디 외출할때도 집 싹 치워야해요.집 널부러진 상태로 어디 가본 적 한번도 없어요.

우리 딸들 낳으러 갈때도, 며칠전부터 남편이 짐 미리 다 싸놓고,

그러고 있다가 병원 갔어요.

설거지는 또 어떻구요.

남편이 집청소를 다 하고 있다보니 제가 음식만드는 거랑 설거지는 제가 해요.

제가 음식만들고 있으면 남편이 나와서 상차리고 같이 밥먹으면 설거지는 제가 하죠.

그런데 그럴때 있잖아요. 바로 하기 싫을때 티비보거나, 뭐 좀더 중요한 일이 있을때..

그러면 남편이 또 혼자 가서 슬슬해요.

그러면 또 저는 티비 보다말고, 하던 일 그만하고 제가 한다고 해요.

그러면 남편은 그러죠 이미 손 젖었으니 자기가 한다고..

그러면 또 이게 스트레스가 되는거에요.

욕실..

여러분은 샤워하시고 얼만큼 욕실정리하고 나오시나요?

거울이랑 세면대에 물한번 쓱 뿌리고, 수챗구멍(이 말 몰라서 또 네이버쳐보고 쓰네요.. )에

머리카락정도만 치우시지 않나요?

남편은 거기에다가 유리창 닦을때 쓰는 뽀드득 소리나는 막대 있죠?

(네이버 검색해보니 유리닦이 스퀴즈라고 하네요)

그거 두개 욕실에 걸어놓고 하나로는 유리 쓱 밀고, 다른 하나로는 바닥 싹 밀고 나와요.

남편이 그러고 나오는데, 저는 안하나요.

그럼 저도 따라해서 스트레스를 받는거에요.

시키지 않는데 눈치보여서 하는거..

딸내미들이야 재밌다고 하지만, 저는 스트레스에요.

빨래도 얼마전에 건조기 사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은 빨래 널고 대충 몇시간 계산해서 쓱 걷어요.

일요일 아침에 세탁기 돌려서, 오후에 걷고,

본인 와이셔츠 다리미로 다려놓고, 구두닦는게 남편의 일요일 오후 루틴중에 하납니다.

절대로 어떤 경우에도 빨래가 건조대에서 1박 2일을 지낸 적이 없습니다.

 

3. 자당 춘부장을 넘어선 어휘력과 상식

이건 남편이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거라 좋은 거긴한데,

줄임말과 유행어를 모르는 대신,

남편은 진짜 모르는 옛날말이 없어요.

유아인씨 나왔던 영화에서 어이가 없네 이거 다들 알고 계셨었나요?

네 저는 알고 있었어요.

남편이 몇번 말해줬었거든요.

어이는 맷돌의 손잡이라서, 맷돌 갈러 갔는데 어이가 없으면 어떻겠냐?

그래서 어이가 없다는 말이 생긴거고,

어이랑 어의(임금 주치의)랑은 헷갈리기 쉽다고..

비단 이런 것만 가르쳐줬겠어요.

티비 예능에서 사자성어 나오면 이건 이런 뜻이고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거라고

제가 물어볼때만 알려주긴 하는데, 진짜 모르는게 없어요.

그리고 국사랑 세계사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빗살무늬 토기에서 국사를 접었는데,

(근데 솔직히 미대나오신 분들, 빗살무늬토기의 빗살이 그렇게 중요한 디자인인가요?

개인적으로 궁금해서요)

남편은 국사랑 세계사를 섞어서 잘 알고 있어요.

왜 아관파천이 일어났는지, 단순히 임오군란때문이 아니였다 뭐 이런 식이에요.

저도 하도 듣다보니 이런 거 대충은 알아듣네요.

나중에 우리 딸들 국사시험공부는 걱정 안해도 될 정도에요.

남편은 우리 나라 국사 교육에 대해서도 말을 잘 해요.

진짜 우리 아빠랑 제부랑 밥먹을때 정치얘기 근대사 얘기해도 입다물고 있다가,

저랑만 있으면 이야기를 잘하는데,

우리 나라 국사교육의 문제는 바로

국사시험범위라고 해요.

1학기 중간고사는 기껏해야 삼국시대

1학기 기말고사는 발해랑 고려

2학기 중간고사는 조선 전기

2학기 기말고사는 조선 후기 고종때

대충 이런 식으로 배우니 정작 배워야 할,

일제강점기 및 해방이후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근대사 과목을 신설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해요.

그리고 중3, 고3,대학교4학년때는 노동법도 배워야 한다고 해요.

근로자로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법규와 보호받는 법 등을 알아야한다고.

구구절절 옳은 소리라는 걸 알지만,

그걸 들을땐 저는 속으로

"어쩌라고?"

이 생각 밖에 안들어요.

물론 주변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남편에게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해고예고수당도 저는 얼마전에 알았네요.

아는 것도 많아서 제가 남편에게 이길 수 있는게 없어요.

이기고 싶은게 아니라, 저도 좀 숨쉬고 여유롭게 살고 싶은데,

선생님하고 같이 사는 그런 기분이 들때도 있어요.

 

더 쓰고 싶은데,

저도 직장인이라 눈치가 보여서 이만 쓰고 갈께요.

댓글 못달아 드려 죄송합니다만,

이런 남편과 사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약간 널널하고 지저분한 사람을

제가 치워가면서 사는게 스트레스는 훨씬 덜 받을거 같아요.

모두 맛점하세요.

남편따라 마침표찍는 제가 참 웃기네요.ㅋㅋㅋㅋ

 

추천수32
반대수483
베플남자ㅇㅇ|2021.04.05 11:32
제 기준에서는 남편이 보통사람이고 쓰니가 좀 게으로고 나이에비해 상식이 적은 것 같음.
베플ㅇㅇ|2021.04.05 11:04
그러니까요.... 남편 입장에선 쓰니와 함께라서 스트레스 일꺼에요... 님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베플ㅇㅇ|2021.04.05 12:55
이래서 끼리끼리 만나야 한다는게..어떻게든 남편 깎아내리려고 추가글까지 쓰는 심보봐;;; 남편은 격식있고 예의 바르고 교육 잘받은 상식인이고 꼰대도 아니에요. 님이 상식인 수준에 훨씬 못미치는거지;
베플ㅇㅇ|2021.04.05 15:03
지난글부터 다 보고왔습니다. 이게 남편이랑 성향이 비슷하면 괜찮은데 아니라면 정말 숨막힐 타입인게 맞습니다. 바른생활에 강박을 가진 수준인데, 이런사람들은 굉장히 예민하고 자신의 루트에서 벗어나는일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갑갑해서 미치겠다는 생각이 들거예요. 게다가 남에게 털어놔봤자 남편은 좋은사람이기때문에 부인이 좋은말을 듣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반응도 그렇지요? 혼자 속이 썩어가는거예요. 저거는 못고칩니다. 저희 어머니 절친이 딱 저런케이스였는데 애들 대학 보내놓고 이혼하셨어요. 사람들은 속도 모르고 저렇게 좋은 사람을 두고 이혼을 하냐며 이해를 못하더군요. 어머니 친구분은 자식에게 흠이라도 될까봐 본인이 정신병원 상담받아가며 병원약 먹어가며 버티고 버티다 이혼하신건데...뭐든 정도껏이라야지요. 병원에서는 남편도 꼭 와서 같이 상담받으라 했었다는데 한번도 간적이 없었다합니다. 그렇겠지요. 남편은 자기가 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테니까요. 성향이 안맞는다는건 그정도로 힘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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