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선 제가 이런 곳에 글을 올리는 게 처음이라 다소 장황하고 TMI가 많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 할 말은 많고, 어디 하소연 할 때는 없고 주저리 주저리 읊어봅니다.
...화성에 있는 S전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있는 남편이 계속 퇴사한다고 난리입니다.예전부터 몇 번씩 말하긴 했었는데, 그때 마다 저는 반대하긴 했었죠..
'올해 원징 1.5도 넘겼고, 요새는 야근도 잘 안하면서 대체 왜그러느냐' 라고 다그치면
'애초에 시드모으려고 잠깐 다니려했던 회사고, 내가 왜 계속 이 일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반도체 생산성 올린다고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냐,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아까운 짓 그만하고 싶다, 누군가에 의해 하기싫은 일 억지로 하는건 박사과정이 마지막이였다,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거다.'라네요..
그러면서 맨날 하는 말이 '패시브인컴'을 만들어야한다. 근로소득의 시대는 지났다고 하면서 철지난 '부의 추월차선,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자본주의' 뭐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저는 아직까진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나가서 다 성공할 거 같으면 사람들이 왜 공무원, 공기업에 목을 매겠나요..
그래서 나와서 뭘하느냐? 하는 짓이..참 여러가지네요..나와서 사업하면 회사 다닐 때 보다 잘 벌 수 있다고, 포텐은 훨씬 크다고 하는데..저는 너무나도 불안하거든요.. 하나씩 말씀드릴게요..
우선 자동매매 입니다..남편이 그동안 코인이니 주식이니 이런저런 공부하고 매매하면서 많이 잃었는데,요새는 자동매매 하면서 뇌동매매 안하고 프로그램으로 원칙만 지키면서 하니까 그래도익절 확률이 조금 더 높더라구요. 물론 장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그러면서 지금 이 페이스대로 계속 알고리즘 보완하면 충분히 승산있다고 하는데,저는 너무 불안하거든요. 시장 유동성이나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이 많은데..남편은 뭐 슈트니 웨트니, 차트를 공부해야한다, 자동매매 코드를 파이썬에서 C로 바꿔서 통신속도를 올리니 뭐니 TCP/IP가 어쩌구 뭐 이상한 소리 하는데,이걸 하나의 패시브 인컴이라고 하면서 내세웁니다.. 뭐 배당주, 우량주 포함해서요..하지만 주식, 코인이라는게 언제나 잃을 확률이 있잖아요.. 안정적인 수입이 될 수 없다는게 제 지론입니다..
또 하는게 앱개발..'요새 별거 아닌 어플로 대박나는 스타트업이 많다. 판교에 가면 제조업처럼 초기 비용 많이 드는 사업이 아니라 코딩으로 부가가치 창출하는 기업들이 너무나도 많다. 1인 개발자도 많고 나라고 왜 못하냐 나도 충분히 일정 수입 벌 정도는 할 수 있다.' 라면서 어플을 하나씩 만들면서 런칭하는데,뭐 IMU?같은거 넣어서 센서 어플만들고, 만보기랑 간단한 게임 어플 만들었는데 다운받은 사람이 300명도 안돼요. 에드센스 넣어서 뭐 몇만원 벌었나 하는데,이걸 가지고 자기는 홍보도 제대로 안했고, UI나 디자인도 대충만들었는데, 이 정도다. 가능성만 본 어플들이고 조금만 공들이면 꾸준한 돈 벌이 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저는 역시나 그렇게 한다고 쉽게 될 게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죠.. 아무리 1인 개발자가 많아도 그 사람들은 맨날 그것만 하는 사람들이고, 당신은 기계공학인데 전산학과 코딩 실력을 어떻게 이기겠냐고..
거기에 오픈마켓..특히 스마트스토어 붐이 한창 불 때, 중학생도 한 달에 매출 몇 천 나오고, 회사 퇴사하고 한 달만에 몇 백 만들고, 뭐 신사임당이니 이런저런 관련 유튜버를 보더니 자기도 뛰어들면 충분히 돈 벌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대충해도 돈이 벌리긴하더라구요.. 근데 이게 마진을 많이 남기려면 업체 컨택해야하고, 사입해야하고 배대지 선정에 이차저차 할게 많아지니까 회사일이나 다른걸 핑계로 관리안하고 냅두더라구요..근데 그래도 한 달에 몇 십 만원은 팔리는데, 그래봤자 순 수익은 몇만원이예요. 제가 그 얘기를 하면 그 역시도 '내가 다른 일 때문에 못해서 그렇지, 회사 업무 하는 만큼 스마트스토어에 한다고 생각해봐라. 온갖 시장조사부터 수요조사 싹 다 하고, 물품조사, 마진율, 검색상위노출 심지어 네이버, 유튜브 알고리즘까지 인버스엔지니어링 할 정도로 서치하고 서베이하면 된다고. 중학생도 벌고 고졸 출신도 얼마든지 버는 시장인데, 내가 왜 못하겠냐'고 그러는데..아직까지 마땅한 아이템이 없어서 잘 될지 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게임, 리니지? 같은거 그냥 컴퓨터에 켜놓고 자동사냥 하는데, 그걸로도 돈이 벌리나봐요. 아이템매니아인가 거기에다가 팔면 된다는데 이건 그래도 꽤 쏠쏠히 한달에 몇십정도 벌긴하더라구요..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 남편 말로는 컴퓨터 대수만 늘리면 어느정도 고정수입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는데.. 저는 전기세가 더 나갈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컴퓨터 사는 비용도 무시 못하구요.. 남편은 '회사에서 야근 10시간 해서 30 벌 바엔 차라리 게임 자동사냥으로 30 버는게 낫다'라고 하는데..저는 그렇게 쉽게 될 지도 모르겠고, 생각이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유튜브도 합니다..예전부터 조금씩 여러 채널 하면서 1300명짜리 구독자 한 달만에 만들었다고 여기에 시간 쏟으면 구독자 상승하는건 시간문제라고 호언장담하더니 요새는 회사 일 핑계로 잘 안하네요..제가 '영상편집이 쉬운줄 아냐' 라고 말하면 '말도 안되게 훨씬 어려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수십 개는 다룰 줄 안다. 포토샵같은건 일주일이면 마스터한다' 라고 말만 번지르르.. 아는 사람 결혼식 영상도 에프터이펙트?로 자기가 편집했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땐 유튜브는 단순히 편집말고 다른 영역도 중요해서..게다가 단순히 정보 전달 하는 걸로 얼마나 커지고 돈이 벌릴지도 의문이고..그때마다 남편은 맨날 똑같은 소리하죠..'내가 단순히 그러고 끝나겠냐. 온갖 시장조사 조회수 잘나오는 영상, 온갖거 다 분석해서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별 능력없이도 성공하는 사람 많은데 내가 못할게 뭐냐' 라는데..지겹습니다. 저는 계속 일단 결과로 보여달라고 하고 있죠..
요새는 부동산 공부도 하고 있고, 뭐 웹사이트나 커뮤니티 작게 운영해도 어느정도 쏠쏠하게 벌린다면서 틈날때마다 이것저것 하는데..저는 계속 그럴 때마다 걱정입니다.. '제발 회사일 하면서 부업으로 안정적인 수입이 나올 때 나와도 늦지 않지 않냐'..하면 회사 퇴근하면 남는 시간 1,2시간인데 그걸로 얼마나 하겠냐. 나와서 회사에서 하는 업무 로드의 반 정도만 해도 저 중에서 뭐든 성공한다 맨날 그래요..
남편이 처음부터 이랬던것 아니였거든요..원래는 연구만 하고 일만 하는 착실한 사람이였는데 박사과정하면서 대학원에 환멸을 느끼고 좀 바꼈어요..돈을 목적으로 사는 삶이 불쌍하다 생각했는데 아니라구 하고싶은거 하려면 연구만 해서는 안되고 무조건 돈이라 앞으론 돈을 목적으로 살거라고,, 대학원때 1,2억짜리 과제하면서 맨날 밤새고 연구하고 피폐해지면서 '차라리 감옥이 낫겠다. 감옥에서 연구하면 최소한 방해라도 안하지, 이럴바엔 내가 1,2억을 벌고 만다' 했던게 기억이 나네요.. 수십억짜리 과제하면서 자기가 받는건 한달에 30이라고 하소연 하기도 했었고..자기는 하고 싶은 꿈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그걸 위해선 논문쓰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돈이 제일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더라구요.
남편의 입장이 아예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저는 회사다니면서 충분히 베이스업 해놓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저도 남편 이해해보려고 회사 일 끝나고, 파트타임 박사과정 수업이 끝나면 자동매매 코드도 짜보고, 스마트스토어도 조금씩 해보는데 아직까진 제대로 공감이 안됩니다. 이걸로 대기업을 퇴사한다는게 납득이 잘 안돼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든 남편의 부수입이 회사 월급을 넘기 전까지는 기를 쓰고 말릴 생각입니다. 남편은 회사 다닐수록 인생을 갉아먹는 느낌이라고 회사 다니면서 남는 시간에 저걸 어떻게 성공시키겠냐고,, 자기 인생 포텐을 대기업 따위로 한정짓지 말라는데, 기가 찹니다.
제 개인적은 입장은 남편을 얼른 뇌내망상에서 꺼내주고 싶지만 제가 잘못된 생각 일수도 있으니 한 번 참고차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아낌없는 조언과 비판 부탁드려요.
글이 기니까 짧게 요약할게요.1. 남편이 대기업 퇴사하려고 함.2. 자동매매, 앱개발, 스마트스토어, 유튜브, 게임, 부동산 등으로 훨씬 더 큰 돈을 벌 것이라 함. 최종목표는 하고싶은 사업.3. 저는 그게 그렇게 쉬운 길이 아니다. 다 성공하면 누가 회사 다니겠느냐, 실패한 사람이 훨씬 많다.4. 남편은 박사과정이나 회사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해결하며 인류 지식의 끝을 달리는 이론과 수식들을 매일보며 살아왔다. 그거에 비하면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적당한 사람들도 성공하는 시장에서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