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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6> 어른아이

쓰니 |2021.08.06 21:07
조회 464 |추천 0
~~꽤 깁니다~~

우리 애들은 정말 사랑스럽고 예쁩니다
힘들어도 힘들지 않아요
잘 시간이 되면 다같이 양치하고 티비끄고
잠자리봐주면서 불을 끕니다
이 평범한게 그동안 우리집에서는 낯설었어요

아빠는 애들 잠자리에 들 애매한 시간 10~11시
귀가합니다 일부러 그러진 않았겠지요
티비부터 켜구요 난닝구팬티만 걸치구요
그날의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점점 헐벗어집니다
급기야 화장실문도 안닫고 훤한 불빛 아래서 샤워하다가
중학생딸에게 다 보이기도 했습니다
(본인도 끔찍한걸 알까요? 아님 이거머그럴수있다
자기최면과 방어기제로 극복하는걸까요?)

식구들이 잠자리가 아니라
밤새 죽음 속으로 들어갔다고 여기는지
티비켜고 핸드폰켜고 책을 소리내어 읽으며
철퍼덕철퍼덕 왔다갔다
물도 촤르르 틀었다가
방문도 냉장고문도 벌컥벌컥 열고닫죠
어케하면 샤워소리가 온집안에 진동하는지 모르겠어요
새벽 서너시까지 이어지고
제가 자고있는 안방으로 침대진동을 하며 자죠
일찍 들어온다고 별반 나은 것도 아닙니다
애가 줌수업을 하는지 숙제공부를 하는지
전혀 아랑곳하지않고
골프스윙을 휘둘다가 핸드폰 유튜브 골프채널을
크게 틀어놓고 티비를 켜두죠
때로는 쇼파에 드러누워 해외주식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다른남자들은 본인만의 동굴을 필요로 해서
따로 방구석을 마련해준다는데
우리남편은 동굴보다는 광장스타일인 모양입니다
어느 방하나에 기어들어가면 좋겠는데
거실 한가운데를 장악하고 있으니
게다가
에어컨을 쌀쌀하리만치 켜고 드러누워 있으니
식구들이 하나둘씩 어디론가 사라져버리죠
자긴 혼자라며 자기편은 없다며 개탄합니다

그놈의 알코올 섭취가 과다했다면
그날의 겉옷 뿐만 아니라 갈아입은 팬티 난닝구 양말도
쇼파 옆 1인용 리클라이너에 걸치거나
바닥에 널부러뜨리죠
본래 본인의 속옷은 은밀하거나 노출이 안되는
그런곳에 숨기지 않나요?
이이가 변태인가 싶기도 하고
속옷이라고 별개냐 겉옷과 똑같지 머 싶기도 한데...
여튼
집에 일하는 아줌마도 아침에 그걸 치우지않고 둡니다 본인은 8~9시나 되어야 일어나니 치울리 만무하고. 
즉 제몫이죠. 부끄러움도 정리도 제몫이죠

애들은 태어날 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제가 애들 앞에서 이러면 안된다 지적을 안해서 그런지
여튼 겉보기엔 그냥 넘기는듯 합니다
하지만 애들이 지들속옷은 굉장히 잘 정리하고요
잘 치웁니다
말을 꺼내는 순간 문제시될까봐 어케 생각하냐
옳고그르냐 묻지도 않았습니다

주말엔 집안일이 오롯이 저만의 일입니다
저도 만만치않은 직장생활합니다
하지만
시키는거 자체가 너무 고되어 제가 그냥 합니다만
항상 기분과 표정이 좋을 수가 없죠
사람이 옆에서 줄곧 바쁘고 힘들어하면
머라도 거들고 싶지 않습니까?
아니 눈길은 줘야하지 않나요?
안시켜서 안하고 못시켜서 안하고 하기싫어 안합니다
제얼굴은 굳어지고 말이 없어집니다
거실이고 안방이고 등이 고장나면 참아냅니다
머 서브등을 켜면 되긴하니까요
근데 화장실등이 꺼진 것도 참아냅니다.
샤위기꼭지가 고장나나 문고리가 망가지나
관심이 없는걸까요 눈에 들어오지 않는걸까요
본인일이 아니라고 여기는걸까요?
그러다가 한번씩 말문이 터집니다
저말고 남편말입니다
줄창 궁금한것도 없고 뭘물어도 단답형이다가
주로 정치, 자산형성, 누군가의비판을 하기 시작하면
이렇게 말이 많았나 싶을만큼 입이 터집니다
저는 생활일상속에 묻혀있는데요
차라리 내일 누구랑 골프를 치러가고 몇시쯤 들어온다 그런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식사시간이라도 맞출 수 있으니까요
본인의 기분이나 속마음, 요즘 겪고있는 현황들 얘기는 일체 안합니다
그저 진보를 비판하거나 우울한 미래를 전망하거나
부자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대꾸를 해야할까요?
우리부부는 대화가 없답니다
그래서 집구석에 들어와봐야 말한마디 못하고
행복하지가 않다네요.
같이 좀 바쁘고요 같이 좀 생각을 공유하고요
같이 좀 느끼구요 같이 좀 대화하구요
같이 좀 쉬면 좋겠어요

중학생딸이 취학전에 제일 좋은 사람으로
아빠를 꼽았었습니다
딱히 아빠는 딸들을 위해 놀아줘야겠다
공부를갈켜야겠다 살아가는얘기를 나눠야겠다
그러는거 없이 애들이 다가오면 다가오는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응해줍니다
사춘기가 다가올 무렵부터는 다가가지 않잖아요
더욱이 이 집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불편함과 기운을
느끼기시작했습니다
아빠가 싫은거까진 모르겠는데 좋아하지않는거는
확실합니다
초등학교졸업식에 아빠가 안왔으면 하고
귓속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엄마는 같이 가면 좋겠고
아빠한테 가지말란 소리도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럼 할수없죠 하더라고요
본인도 뭔가를 감지하는지
딸들은 엄마편이라며 아들이 없어서 외롭답니다
학원 좀 데려다주라고 하면 애한테 물어봅니다
사춘기딸이 됐다고 하겠죠
그럼 애가 원하지 않아서 안태워줬다고 하더라고요.
사춘기딸은 저한테도 쏘아붙이고 머든 됐다고 하거든요
저는 안전을 이유로 시간을 이유로
머라도 이유를 대서 태워주는데요
엄마아빠의 방식까지는 탓하지않겠습니다만
제가 하는걸 보고 느끼고는 해야하지 않습니까?
최소한 니편내편이니 하는 말은 말아야죠
아버지되는 자가 먼저 애한테 듬직함과 편안함과
믿음을 줘야하는데 이걸 어디서부터 갈켜야할지요

속이 터질 것 같아서 상담센터를 갔습니다
성인아이, 어른아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지성이나 신체는 성인인데 감성이 아이인 사람이랍니다 머릿속이 번쩍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 이런 딱맞는 용어가 있었구나
한마디로 집약한 느낌이었어요
이런사람은 기저에 불안과 우울이 있고
중년으로 넘어가며 초조까지 더해져서
힘에 대한 집착이 생기는것같습니다
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요
와이프한테 보였던 제왕적 자세가 그래서 그랬구나
근데 저한테는 택도 없는 스탠스죠
저의 극렬한 저항에 스스로 분노를 느낄 것입니다
어린시절 너무 가난하고 바빠서
어머니가 훈육과 관심이 많지 않았던거 같은데
그걸 저한테 요구를 했더랬어요
(본인은 모토가 설렁설렁이고 그때그때
내키고 여건되는대로 살아간다고 하는데
그래서 격려칭찬은 사양하고 비판은 거절한답니다
아닙니다!!!!절대로아닙니다!!!!
한 십여년 살아보니 본인이 아주 잘 못 알고 있습니다)
계속 관심있어해주고 케어해주고 지지해주어야하는데.. 그걸 바라는데 저는 좀 논리적이고 냉정한 성격이거든요 또 제입장에서는
저의 머리 위에서 군림하는 자세를 보였는데 그 사람을 어찌 애기다루듯이 할 수 있었겠어요?
생각도 못한 부분입니다
저런사람은 어질고 부드럽고 수용적인 여자를 만났어야 하는데
저는 당차고 독립적이고 씩씩하고 이성적이거든요
안맞는거죠
서로가 속은거죠 스스로에게. 
결혼전에 저는 남편이 부드럽고
제 딱딱한 성격을 따뜻하게 품어줄 사람이라고 믿었고요
남편은 제 스타일이 무섭다면서도 좋아했으니까요
저는 늘 저울질을 하는 사람입니다
시간에도 사람에도 업무를 대할 때도 저울질을 하여
딱 5퍼센트 10퍼센트의 톨러런스만 허용하며
더하고말고를 결정하는데
남편은 저울 자체가 없는 사람인거죠
내가 바라는 양을 재어보고
그 정도만큼 반대급부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가끔은 남편이 한없이 수용적일 때도 있습니다
그땐 제가 저를 너무나 사랑해서
그렇다고 여기기만 했던거 같아요
원래 성격 자체가 꽂히면 몰입을 하는데 말이죠
제 저울에서는 집안일도 애들키우는일도
늘 터무니없이 기울어져 있으니 화가 찬 상태이고
남편은 그것들이 그냥 둬도 돌아가는일인데
사서하면서 본인에게 끝없는 요구를 한다고
여기는거구요

이중성과 모순성만 없으면 각자 성격대로 살면 되는데 논리적인 성향의 제눈에는 그게 몹시 거슬립니다
아내한테 바라는만큼 해줘야하잖아요
내가안하면 해야할일들을 누가 합니까
아내가 다하겠구나 생각을 좀 하고
힘들겠다 도와주기라도 해야겠다..
그런 생각보다는
왜 내 아내는 내 기분을 모르고 묻지도 않고
내 얘기도 안듣고 대꾸도 없나..
자기기분에 한없이 빠져드는것 같아요
아이같아요 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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