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엄마의 한을 어떻게 풀어줘야할까요?

ㅇㅇ |2021.10.08 13:55
조회 3,762 |추천 3
안녕하세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어느덧 고등학교 졸업한지도 거의 10년이 다되가는데요
어젯밤 어머니랑 같이 저녁먹으며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어머니가 제게 그동안 서운한 점 하나 둘씩 털어놓으시더라고요
그 중 하나가 제 마음이 넘 아팠어요
어머니는 제가 자기를 챙피해서 제 졸업식에 못오게 한 줄알고계세요 사실은 그게 아닌데..
실은 전 초중고가 하나씩밖에 없는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친구가 고등학교까지 같이 가는거지요
새로운 애가 거의없어요

전 집이가난하고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고
선택적함구증까지있어 친구와 어울리지못하는 왕따였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요
초등학교 저학년때 애들이 우리엄마가지고 늙고 안예쁘다고 할머니라고 놀리기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뒤로 제가 엄마보고 학교 못오게했죠
엄마 늙어서 학교오면 쪽팔리다고 제발 오지말라고..
어린맘에 엄마한테 상처를 줬죠..지금까지도 그게 마음에 걸리고
평생 속죄하고싶어요 그 당시에 옷도 후줄근하고 꾸밀줄 모르는 40대 후반 아줌마셨으니까요

다행히 초등학교 고학년될땐 애들도 철이 들어서 그런가
아님 저희 엄마가 걔네들한테 잊혀져서 그런가
더이상 저희 엄마가지고 절 놀리지않더라고요 그래도 전 애들로부터 표적삼아 온갖 괴롭힘을 당해왔습니다
그러고 초등학교 졸업식때 엄마가 절위해 이모한테 비싸고 좋은 이쁜옷 빌려입고 미용실가서 머리도하고 화장도하셔서 이쁘게 오셨어요 전 그때 넘 행복했어요
그러나 전 친구가없었기에 같이 졸업사진 찍을친구도 못구해서
엄마가 같은반 애 붙잡고 같이 사진찍어줄래하고 부탁해서
간신히 마지못해 같이 사진찍어주는 애들때문에 엄마한테
제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이모한테 카메라 빌려오셨는데
결국 이런 모습 보여서 죄송스러웠어요 필름카메라여서 사진소에서 사진찾아와서 저랑 엄마랑 찍은 사진만 두고 나머진 다 찢어버렸어요 날 괴롭히거나 방관한 애들이 마지못해 찍어준거니 표정이 다 하나같이 똥씹은 표정이었거든요
그 뒤로 중학교나 고등학교나 상황이 나아지질않았고
전 결국 중고등학교 졸업식때 엄마한테 졸업식날짜를
거짓으로 알려줬어요 말안해주면 계속 추궁하실걸 알기에..
졸업식 이후로 제가 학교안가니까 엄마도 짐작하신거죠
아..졸업식 이미 지났구나.. 그때 엄마의 슬픈 눈이 잊혀지지않아요 전 그냥 내 초라한 모습 보여주기싫어서..엄마가 속상하실까봐
졸업식에 못오게한거였거든요 저희집이 워낙 못살아
어머니도 일을하셨거든요 집에오면 녹초가 되셔서
전 제 고민이나 힘든부분 일절 말안했거든요
안그래도 힘든사람 나까지 짐되기 싫었으니까요
글쓰면서 졸업식끝나고 아무도 없는 교정을 빠져나오는
그 학교풍경이랑 집가는 길이 생각나네요
전 교실에서 졸업장 받자마자 쥐새끼처럼 곧바로 교실을 빠져나왔거든요 다들 식구들이 축하해주러 왔는데
나홀로 북적이는 교실을 뒤로하고 반대로 조용한 교정을 빠져나오는길이 너무 서글프더라고요..애교심 일절 없었지만
죽고싶은마음 잘 버티고 졸업까지 한 내가 대견스러웠어요
병신같이 맞받아치지는 못했지만 내게로 날아오는 온갖 화살들 맞아가며 학교생활했지만 그냥 버티고 버텼어요
엄마가 아실까봐.. 그래도 제가 꽁꽁 숨겨서 몸에 멍도 긁힌자국도 못보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까지 쓴 글처럼 엄마한테 전하고싶은데 못했어요
그거 그대로 속상하고 이건 이거대로 속상하실테니까요
똥이냐 된장이냐 그것이 문제인데
그냥 엄마가 알고계신 그대로 알게하는게 나을까요?
지금까지 자기딸 졸업식도 못가본 한이 있으셔서
너무 죄스러워요 그래도 유년시절 상처극복하고
이제라도 효도하고있어요 그냥 어머니 임종때 고백할거에요
어렸을땐 엄마가 챙피한건 맞지만 중고등학교땐 아니었다고
그냥 엄마한테 초라한 내모습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고
그게 옳은일이겠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3
반대수3
베플ㅇㅇ|2021.10.08 14:06
쓰니님 글에는 엄마의 한이라고 쓰셨지만 읽는내내 쓰니님의 어린시절 사연에 맘이 쓰이네요 과거는 바꿀수 없으니 어떻게 말해도 속상한 일이지만 어머님이랑 앞으로 예쁜 추억만 만드세요 그리고 쓰니님이 어머님께 말씀드리는건 쓰니님이 편한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자식이 그런일을 겪었다면 너무 마음아프겠지만 털어놔서 자식의 마음이 더 편할수있다면 늦게나마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고 이해할수 있어서 그거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것 같아요 쓰니님 참 고생하고 컸네요 잘이겨내줘서 대견해요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