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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건, 상황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언니 |2021.10.09 14:07
조회 747 |추천 3
성실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키가 크고 머리숱이 많았으면 좋겠어.



멍청했다.

성실이 뭔지 명확했어야 한다, 멍청아!



식탁을 사려고 알아보고 있다. 최소 50만 원 이상 지출 계획이 있어서 한 번에 결정하지 못하고 한 달 정도 고민하고 있다. 디자인은 괜찮은지, 내구성은 괜찮은지, 색은 괜찮은지, 가성비는 좋은지 등등

물건을 미리 산 사람들의 리뷰를 샅샅이 뒤지면서 안 좋은 이야기가 2번 이상 나오면 그 부분을 세밀하게 다시 한번 관찰하고 있다. 한번 사면 적어도 5년 이상 사용할 거니까, 마음에 안 들면 짜증 나니까 알아본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세부적으로 알아보야 함이 맞는데, 어째 더 대충 알아본다. 양말을 사더라도 두께가 어떤지 탄력이 어떤지 한 번씩 리뷰를 보는데, 더 단순한 이유로 결정하게 된다. 비싼 패딩을 살 때도 인기 있는 제품이니까 결정을 했고, 비싼 가방도 지금 유행에 맞춰 사게 된다.



결혼을 할 때 남편에 대한 조건은 더더 단순한 이유로 결정했다.

마음에 안 들면 짜증 정도가 아니라 인생 전반이 흔들린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리뷰)를 들을 생각이 없었고

누군가 안 좋은 이야기를 하면, 발끈했다.



적어도 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봤어야 했다.

그동안 함께 보낸 시간이 좋은 것과, 앞으로 함께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 좋은 것은 다르다. 너무 다르다.

연애는 시간을 보내면 된다. 즐겁게 보내고자 하는 시간에 함께 있으면 된다.

오늘 뭐 할지? 재밌는 장소와 이벤트를 찾아 애인과 함께 하기에 즐겁다.



결혼은 데이트하다가 헤어지기 싫어서 하겠지만

데이트도 아니고 이벤트도 아니고 삶이다.



황무지를 개척해야 하고, 때로는 태산을 넘어야 하며, 사막에서 어렵사리 발견한 생수 한 컵을 함께 나눠마셔야 한다.



시간이 지나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황무지 지날 때 하늘이 예쁘지 않았아?

태산 넘을 때 귀여운 동물 봤지? 너무 예쁘지?

우리 그때 목마른데 생수 발견했을 때, 똑같이 나누려고 엄청 내기했는데 웃겨.



아, 황무지 매우 힘드네

아, 태산 매우 힘드네, 넌 뭐 하냐?

아, 물 한 컵밖에 없네, 정확하게 마셔라.



모두에게 힘든 상황은 닥치게 마련이다. 그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것도, 그 해결법을 선택해 나가는 것도 두 사람이다.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한다. 사람이 다르다.



힘든 상황은 누구에게나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답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다르다.



아내와 두 아이를 위해 항상 노력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친구 남편이 있다. 괜찮은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앞으로 사업의 방향이 사회환경 와 맞물려 안 좋아질 것을 감안하여 2년 뒤를 걱정하고 있다.

매번 바쁘지만, 아내와 아이에게 미안해하며 함께 있는 시간의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친구는 항상 미안해한다. 그리고 고마워한다.

친구 남편은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하는 친구에게 늘 고마워한다.



그들에게 큰 문제가 생겼다. 전세사기.

갭투자로 임대를 놓고 전세금을 먹튀하는 일명 세 모녀 사건.

전세금은 찾았지만 다음 이사 전, 월세집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완전 우리 인터뷰했잖아, 방송 탈수도 있어."라며 깔깔 웃던 내 친구.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 전세금을 못 찾을 수도 있고, 어린아이 둘과 함께 이사를 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고, 이사를 하고 다시 적응을 하는 등 다양한 일이 있을 텐데 그럼에도 즐거운 이벤트가 되었다.

남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방팔방 뛰었고, 친구를 안심시켰다.

걱정을 하던 친구는 남편을 믿고 있었다. 혹여 잘못되더라도 괜찮을 거라는 둘만의 무언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엄청난 상황임에도 둘이 만들어 가는 인생에 다양한 이벤트로 치부하며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는 부부들이 생각보다 많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벤트로 만들어나가는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남녀 차별의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남편 쪽이다.

집안의 분위기는 아내가 만들어갈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프레임은 남편이 만든다.

남편이 만든 상황 안에서 아내가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멍청했다.

남편을 고를 때 세부적으로, 꼼꼼하게, 하나하나 따졌어야 했다.

그리고 남편도 마찬가지로 나를 따졌어야 했다.

그러고 나서 결혼을 결정해야 했다.

결혼할 상황이 되어 옆에 있는 사람과 한 결혼이 행복하지 않다.



계산적으로 결혼하는 것이 싫다면, 연애부터 꼼꼼하게 따져서 만나야 한다.



명품도 다 같은 명품이 아니다. 바느질 오류, 손잡이 방향, 패턴 무늬 등 다양한 하자가 존재한다.

다행히 양품이 왔다고 이야기한다.

매장에 가서 고를 때, 꼼꼼하게 고르는 것이 눈치 보이더라도 꼼꼼하게 골라야 한다.

눈치 보이는 것은 길어야 한두 시간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시간은 훨씬 길다.



그리고 명품 가방보다 사람은 더 꼼꼼하게 골라야 한다.

대충 몇 가지 맞는다고 괜찮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편의 조건을 100개 이상 적고, 그것을 다 만족하는 조건을 가진 남편과 결혼했다는 강수정 아나운서는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보인다.



강수정 아나운서니까?라고 편협한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만든 조건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한 노력과, 처해진 삶을 살아내기 위한 노력의 가치는 다르다.

보기에도 다르다.

결과물도 다르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다고? 나만 개고생했구먼

흑흑
추천수3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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