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만 11년차 맞벌이 부부입니다.
참고로 저희 남편은 결혼전에 경미한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더라구요.그래서 힘쓰는 일, 못 박는 일, 나사 조이는 일도 허리에 무리 간다며 안했습니다. 심지어 형광등 갈 줄도 모릅니다. 왠만한 일은 사람사서 하라고 말하더라구요.그래서 어지간한 일은 제가 하거나 관리사무소에 부탁하거나 사람사서 했습니다.
한번은 봄에 겨울옷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옷을 나르고 남편은 앉아서 청소기 들고 압축팩 공기 빼는 일을 했죠. 남편 겨울외투 세개를 압축팩에 담고 옷장에 넣으려는데 너무 무겁고 높아서 몇번을 시도했지만 잘 걸어지지 않더라구요. 옆에서 지켜만 보고있던 남편에게 당신이 좀 해보라고 하니 자기는 어깨도 아프고 허리가 안 좋아서 못한다고 하며 끝까지 지켜만 보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번의 시도끝에 간신히 제가 걸었습니다.저녁부터 손가락이 아프더니 자고 일어났는데 오른손 손가락 세개 정도가 붓고 멍이 들었더라구요. 병원에가니 무거운거 때문에 손가락이 꺾여서 인대가 늘어났다네요...열흘정도 반깁스를 하고 살았습니다. 집에와서 남편에게 얘기하니 그렇게 힘들면 울지 그랬냐고...울었으면 해줬을거라는 어이없는 소리를 하더군요.그 뒤로 본인도 좀 미안하긴 했는지 그 다음부터 흔쾌히는 아니지만 얘기하면 조금씩 하긴하더라구요. 절대 먼저 나서서 일을 하는법은 없었습니다. 마지못해 떠밀려 하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얼마전에 남편이 쓸 런닝머신을 들여놓기 위해 집에 있던 디지털피아노를 당*에 팔게 되었습니다. 빨리 처분하기 위해 5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올리고 일찍오실수 있는 분 우선이라고 적었죠. 그리고 사진과 함께 어쿠스틱과 비슷한 크기의 대형 디지털 피아노라고 명시하였습니다. 저희 아파트 주차장까지 끌고 가실 수 있게 대형 카트는 빌려드릴 수 있다고 썼구요.저렴한 가격이라 올리자 마자 여러명이 사겠다고 챗을 보내셨고 그중에 가장 빨리 오겠다고 한 분과 거래를 하기로 했습니다. 피아노는 저희가 먼저 정리해서 엘베 앞 복도에 내놓았구요.
약속시간에 오신 분들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큰사이즈라고 분명히 챗에서도 한번더 강조했건만 여자분 둘이 오셨더라구요. 체격이 좋으신 것도 아니고 보통 체격의 제 또래로 보이는 주부들이었습니다. 더구나 차도 suv를 끌고 왔다더라구요!!!! 사이즈 크다고 말씀드렸지 않냐니까 인터넷 찾아보니 다리 분리하면 들어간다 했다네요. 저는 5만원에 거저주다시피 하는 피아노 힘써가며 팔 생각이 추호도 없었습니다. 드라이버 좀 빌려달라고 하니 남편이 쏜살같이 집으로 가지러 가더라구요. 쫓아들어가니 자기가 분해해 줘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조용히 드라이버만 주고 둘이 알아서 하게 놔두라고 했습니다. 남자 지인을 부르던 용달을 부르던 자기들이 해결해보고 안되면 저는 줄 서있는 다른사람에게 팔려고 했죠. 한 사람이 드라이버로 분해를 하니 남편이 달려들어 그 무거운 피아노를 들고 분리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카트에 싣고는 그걸 끌고 자기가 앞장서 엘베에 타는 겁니다. 남편이 그렇게 동작이 빠른 사람인걸 처음 알았습니다.
내가 힘든일 할땐 한번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는걸 본 적이 없거든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간 남편이 한참이 지나도 올라오지 않길래 내려가보니 들어가지도 않는 SUV에 싣느라 낑낑거리고 있더라구요.. 기가막혔습니다. 내가 뭐 해달라고 하면 허리 아프다고 그렇게 엄살을 피던 사람이 그 무거운걸 들고 애를 쓰고 있다니... 그 여자들은 여자 대접을 하고 그동안 저는 머슴 취급을 했다는 생각에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결국 차에 싣지 못하고 그 사람들은 남자 지인을 불렀고 저는 남편을 끌고 올라왔습니다.끌고 올라오며 남편을 나무랐습니다. 알아서 끌고 가게 두지 힘들면 다른 사람을 부르던가 용달을 부르던가 그사람들이 해결할 문제인데 뭐하러 그렇게까지 나서서 도와줬냐고 했죠.본인은 빨리 팔 생각에 그랬고 화내는 제가 이해가 안간다는 겁니다.
내가 중간에 둘이 알아서 하게 두라고 얘기도 했고 산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처음에 얘기했는데 뭐하러 그렇게까지 팔려고 애를 썼냐...다른 사람한테 팔고 말지. 내가 suv 끌고 피아노 사러 가자고 했으면 갔을거냐니까 아무말도 없더라구요.그래서 제가 그동안 나한테 한게 있는데 그게 다 엄살이었냐... 할 수 있는데 안한거였냐..
사실 저는 처음에 여자 둘이 와서 suv에 넣어가겠다고 다리 뜯는다고 할때 남편이 먼저 나서서 불가능하다 용달불러라 할 줄 알았습니다. 평소에 저한테 항상 그랬으니까요...힘들다 싶은 일에 힘쏟는 사람이 절대 아니라 생각했으니까요.. 배신감이 들고 지금까지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열심히 산게 너무 허무하고 화가나서 밤에 잠도 안오더라구요...
이렇게 화내는 제가 이해가 안간다는데 정말 객관적으로 다른 남편분들이 볼때도 제가 이상한가요???
추가글...
어떤분이 잔소리 하냐고 쓰셔서 추가합니다.
저 잔소리 많이 합니다.
애 생기기 전에는 잔소리 1도 안했습니다.
근무하고 들어와 밥하고 집안일 다 해도 힘들지 않더라구요..
애가 생기고 잠을 제대로 못자니 돌겠더라구요..집안일도 몇배가 늘었구요. 죽겠으니까 눈에서 자동으로 레이저가 발사되더라구요. 애낳고부터 도우미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도 일이지만 잠 못자는게 사람 미치게 하는거더라구요..
뻥안치고 저희 남편 결혼전에 자취하던 집이 요즘 인터넷에 쓰레기집으로 간혹 올라오는 그런집 보다 쬐끔 나은 수준이었습니다.
지금도 본인 책상에 보통 먹던컵 두세개씩 올려져있고.. 먹다남은 곰팡이핀 식빵이 서랍에서 나오고.. 옷은 벗어서 산을 이루도록 의자에 쌓아두고.. 정리라는걸 모르는 사람이죠..
먹은 컵 싱크대 갖다놔라..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라.. 벗은 옷 옷장에 걸어라..양말은 빨래통에 넣어라.. 등등 입에 달고 삽니다.
자기는 시키면 한답니다. 시키면 합니다. 위에 말들을 매번해야 움직입니다. 학습이 안되나봅니다.
그래서 매일 잔소리 합니다. 퇴근하고 집에와서 애들 밥 챙기고 힘들어 죽겠는데 일거리 보태는 남편 보면 저도 사람인지라 잔소리가 안나갈 수가 없죠..
남편은 칼같은 주5일 근무 저는 토요일도 격주 근무입니다.
그덕에 자가에 빚도 없고 경제적으로는 부족한거 없이 삽니다. 돈문제로는 싸운적 없고 생활비 똑같이 내고 부족해도 제가 더 쓰지 남편한테 생활비 더 달라한적 한번도 없습니다. 제가 더 많이 벌기도 하구요..
제가 토요일 일끝나고 들어오면 집이 아주 난장판이었습니다. 배달음식시켜 먹고 그대로 식탁위에 널부러져 있고 애들 장난감에 뭐에 바닥은 발디딜틈이 없고.. 몇번 열폭해서 울며 난리를 쳤습니다. 본인이 울면 해준다고 했으니까요.. 그전에는 그정도는 아니었는데 울면해준다고 한 이후로 일년에 두세번 정도 통곡하며 난리를 칩니다. 그때일은 생각만해도 울컥합니다. 평생 못 잊을듯 합니다. 그럼 또 한동안 긴장하고 하는 척이라도 합니다.
저희 남편 일끝나면 바로바로 집에 들어옵니다. 빠지기 힘든 자리 아니면 회식도 거의 안가고 정말 집에는 잘 들어옵니다. 골프 같은 혼자하는 취미도 없고 허튼 돈도 안씁니다. 한마디로 나가서 사고는 안칩니다.
친정엄마가 낮동안 애들 봐주시는데 힘든거 가끔 얘기하면 항상 사위편 드십니다. 집에 잘 들어오고 사고 안치는것만도 착한거랍니다. 그러면 또 그런가하고 참고 삽니다. 그런데 이번엔 저희 엄마도 너무했다 하시더라구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칭찬해줘라 하시는데.. 저희 남편이 정말 칭찬을 잘 합니다. 앉아서 입으로만 떠드는데 춤은 커녕 입을 꿰매버리고 싶습니다. 저만 혼자 일하고 본인은 앉아서 놀며 입으로만 떠들면 약올리는거 같아 더 열받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