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들 1
조하혜
절박한 것에 관해
비명을 내지르는 습관이 사라지고서야
침묵이
가장 절박한 것임을 안다
아무런 강요 없이
맹세처럼 침묵을 지키는 수녀, 같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세계는
그래서 명암이 있다
깊숙이 들어간 곳은
상처 입고 움푹 패인 곳이 아니라
단지 어두운 곳이다
빛의 배려다
평면 도화지 위에 그려진 원이
비로소 평면으로부터 튀어오르듯,
원근법처럼
희미한 길의 입구에서
장님처럼 눈이 어둑해져 돌아오는 이들은
그래서 저마다의 다른 사연을 가지고도
꼭 운명처럼 한 번은 만나는가보다
삶이란
멀리 있는 것은 작게,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그려진
아름다운 원근법이다
길의 작달막한 가로수들이 꼭 침묵의 볼륨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