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남편... 어렵네요 정말.
yysosmm
|2022.02.13 13:08
조회 21,347 |추천 9
안녕하세요.
결혼 8년차 여성입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고 남편은 공기업에 재직중이에요.
아이는 아직 없습니다.
결혼 당시 남편 회사 위치 때문에 지방에 와서 살게 되었어요.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던 저는 자연스레 경력단절이 되었고,
원래 관심있던 다른 분야로 방향을 틀어 프리랜서로서 경력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아직은 수입도 남편에 비해 1/2 수준이며 그 마저도 불규칙합니다.
그런 제가 혹시 기죽을까봐 친정 부모님께선 저희 부부에게 공동명의로 신도시 아파트를 사주셨어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남편은 우직하고 성실합니다. 짜증을 잘 내지 않고 나무처럼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게 남편 잘 만났다고 말을 해요.
키크고 잘생기고 성실하다고요. 그런 남자 별로 없다면서요.
동의합니다. 저도 가끔 그런 생각 하니까요.
시댁은 경제상황이 좋진 않으셔서 저희에게 금전적 도움은 주지 못하시지만
그래도 늘 예뻐해주시고, 좋은 말씀만 해주십니다.
소위 말하는 며느리 도리에 대해서도 전혀 말씀 없으시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세요. 이 역시 감사한 일입니다.
여기 까지 보면 제 결혼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의 이 괴로움이 동시에 죄책감으로 번지곤 합니다.
배부른 소리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걸까.
실은 나 힘들다고 하면,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진 않을까..
남편은 전형적인 '회피형' 남자입니다.
본래 인간은 다양한 성향이 뒤섞여 있기 떄문에
이렇게 한 단어로 어떤 이를 정의하는 게 옳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피형인 사람들의 특징을 읽다보니
상당 부분 제 남편과 겹치더라고요. 그래서 그를 회피형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혼 전, 남편과는 1년이 채 되지 않는 연애를 했습니다.
그 마저도 둘다 직장생활 하느라 바빠서 만나면 맛있는 거 먹으며 놀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싸우거나 다툴 일이 없었습니다.
둘다 성격이 순둥한 편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연애와 결혼은 다르고
데이트로 만나는 것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천지차이였습니다.
당연히 갈등이 빚어지곤 했는데
그 때마다 남편의 대처는 저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그는 입을 다물어버립니다.
하루이틀이 아니라,
2주, 3주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저를 아예 투명인간 취급하는 그를 보면서.. 솔직히 너무 쇼킹했습니다.
그런 유형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다 큰 성인이.. 문제상황을 외면하고 해결에 대한 의지도 없이
그 순간 본인 감정이 상했다는 이유로
함께 생활하는 사람에게 '침묵 고문'을 하다니요..
그 것도 '한 집'에서 그런 상태로 몇날며칠을 견디다 보면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빌기도 하고 제발 화풀어라. 내가 잘못했다. 제발 말좀 해라 울고불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통하지 않더군요.
눈물 흘리는 저를 보고도 외면하는 그를 보며 바닥을 치는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우는 걸 보며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걸까요.
제가 잘 우는 사람도 아닌데 말입니다.. 철저하게 무시당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결국 저는 포기해버렸습니다.
그와 민감한 주제에 대해 대화하는 것, 갈등을 대화로 푸는 것, 불만사항을 전달하는 것 등등..
그냥 다 포기했어요.
물론 그가 입을 다물어버렸을 때 대화를 시도하는 것 역시, 포기했습니다.
저도 같이 다물어버려요.
서로 투명인간 취급 하는겁니다.
처음엔 그것 역시 죽을 맛이었습니다.
안그래도 타지에 나와 살고 있어서 주변에 친구도 없고.. 직장이 없으니 동료도 없는데..
남편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철저히 혼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부모님이 너무 보고싶었습니다. 이런 걸 말씀드리면 걱정하실까봐 말씀도 못드리고
혼자 끙끙대며 버텼어요.
그러면 안되지만.. 죽어버릴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내가 죽으면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줄까.
그 불편한 침묵이라는 것이 날 이렇게 갉아먹고 있었다는 걸 알아줄까. 그럼 후회하면서 내게 미안해할까.
별의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것도 문제였어요. 차라리 바쁜 직장인이었다면 덜 했을 수도 있어요.
혹은 제가 좀더 무딘 사람이었다면 괜찮았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너무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그냥 넘길 수 있는 단점을 자꾸 확대해석 하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또 그가 입을 다물어버릴까봐
무슨 말을 하든 전 그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혹시 그가 기분 나빠할 단어가 들어가진 않나 문장을 검토한 후 말합니다.
특히 그가 민감해하는 부분은 본인의 가족이나 친구 얘기입니다.
언젠가 싸움 후 어렵게 그가 실토한 얘기가 있는데,
"본인 집에선 경제적 도움을 못주는데
처가댁에선 집도 사주시고 그 외 여러모로 도와주시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자격지심이 좀 있다. 그런 생각 하기 싫은데 돈 얘기에 좀 민감해진다. "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솔직히 너무 기뻤습니다.
처음으로 그가 속마음을 얘기한 날이었거든요.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회피형의 종말이 온 건가 하고 그저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마음을 이야기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앞으로도 어떤 얘기든 다 해달라고.
그러나 그 때 뿐이었어요.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던 제가 한심합니다.
얘기가 너무 장황해지는 것 같아..
그의 회피형 특징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필자가 무언가 불만사항, (그에게 민감한)건의사항 등을 말하면
갑자기 표정이 일그러짐. 그리고 대답을 안함.
그 상태로 최소3일 최대3주간 필자를 투명인간 취급.
그리고 그 상황/안건에 대해 일언반구 얘기 없이 넘어감.
필자가 얘길 꺼내면 대답을 얼버무림.
2. 평소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라는 말 안함.
3. 진지한 주제로 얘기하는 걸 어려워함. 그래서 필자는 대화에 대한 갈증이 늘 있음.
4. 필자가 무슨 말을 하든 일단 부정적으로 대답. 어떨 때 보면 부정봇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
5. 늘 감정적 거리감이 느껴짐. 속얘길 잘 하지 않고, 필자의 속얘길 궁금해하지도 않음.
그래서 점점 필자도 진짜 속 얘길 잘 안하게 됨.
6. 그는 필자에게 원하는 것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음.
등등..
입니다.
적다보니 점점 외로워지네요.
그렇다고 당장 이혼을 하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이런 일(침묵지옥)이 자주 있는 건 아니고 1년에 두세 번.. 발생하거든요.
정당한 이혼사유가 될 지도 모르겠고요..
저희 부모님도 사위를 참 예뻐하시고요..
다만 궁금한 건.. 이런 경우 제가 노력을 하면 개선이 가능한지,
아니면 이 상태로 포기하고 하우스 메이트로서 살아도 괜찮은건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겪어보신 분들 이야기가 궁금해요.
참고 살면 살아지나요? 그냥 포기하고 다른 분야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면 되는걸까요?
함께 있으면 더 외로운데, 이혼하면 덜 외로울까요..?
아이가 생기면 나아질까요?
사실 올해부터 난임병원에 가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남편의 이런 성향 때문에 점점 더 망설여집니다.
저는 더 외로워질테고 남편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회피형 남자를 겪어보신 분들의 충고와 조언을 구합니다.
감사합니다..
- 베플ㅇㅇ|2022.02.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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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지금도 맞지않는 사람 견디고 계신데, 그거 세월 지나 쌓이면 홧병됩니다. 떨어진 정을 그래도 이사람 이 문제만 아니면 괜찮아로 합리화 하시면서 스스로를 다독시고 있으신거 같아요. 그런데 이경우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회피만하고, 그 다음 해결책이 없단거예요. 회피를 해서 시간이 걸려도 그 문제는 이렇게 하도록 하자라고 마무리를 지어야하는데, 그저 회피로 상대방 피를 말리니,, 얼마나 이기적익ㆍㄷ 비겁합니까? 솔직히 무섭기도 하네요.. 부부싸움 칼로 물베기라고 하는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닌데 얼마나 모진 구석이 있음 몇주씩 사람 피를 말립니까?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이라지만 그 남자 맞춰만 주시다간 님 홧병에 공황장애 와요~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사람이 있는관계는 결국 깨지길 마련입니다. 심리상담이라도 해서 남편이 본인의 문제점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모를까,, 그 결혼생활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 베플남자ㅇㅇ|2022.02.1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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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학계에선 회피성 성격을 정신질환으로 분류 합니다. 치료 받기 거부 하면 이혼 하세요. 뭐하러 정신병자랑 불행한 삶을 함께 하려고 합니까.
- 베플ㅇㄴ|2022.02.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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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확인, 가스라이팅 용도의 침묵이 많던데요. 몇년씩 말 안하다가 이혼하는 경우 많더라고요… 이건 남편쪽이 의지가 있어도 바뀌기 어려운데 입다무는쪽 본인은 가스라이팅이라 생각안하고 본인이 피해자코스프레를 해서 크게 좋게 되는 경우가… 없어요…. 배우자를 극단적으로 무시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가 않음.. 애낳으면 얼마나 대화할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주둥이닫는다? 없는게 나아요. 큰 다행이네요 부부상담 다녀보고 별 성과 없으면 굳이 난임클리닉까지 몸상해가면서 다닐 필요 있을까요? 이혼안하고 계속 남편눈치보면서 쪼그라들어서 사는 친구가 하나 있어서 속터집니다 애도 따라서 엄마 무시해요 저러다 병생기지 싶은데 본인은 자기가 뭘 잘못했다고 자꾸 생각하네요
- 베플ㅇㅇ|2022.02.1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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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이 회피형인데 아내가 견디다 못해 우울증에 온갖 정신질환 다 생겼고 그런 분위기에서 자란 자식까지 우울증이랑 공황장애 있고 중학교 자퇴하고 서른 넘었는데 집 밖에도 잘 못 나가요. 그거 다 회피형 아버지 탓임... 그 집은 심하면 반년 넘게 말 안했다고 들었음... 지금 애 생기면 문제가 해결될 거 같나요. 애랑 같이 지옥불 들어가지 말고 정신차려요.
- 베플우슈|2022.02.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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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회피형인데 그거 안 고쳐져요 그냥 성격이 그렇게 타고난건데 어릴때 사회화를 못시킨거라서 사회화 시켜도 성격 자체가 변하는게 아니라서 자기가 약점으로 인식하는 부분에 대해 화제가 나올때마다 그걸 마주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엄청 써야 되거든요 그래서 남는 에너지가 없어서 다른곳에 무기력 무관심해지기 쉬워요 참고로 유전됩니다 저희 집안에 할머니-아버지-저 라인 타고 지금 계속 내려가는 중이고 저희 애도 성격보니 아기때부터 나무 티나는 회피형이네요 그런 사람 아이 낳으시면 안 됩니다 아이도 세상살기 고생스러워요 저도 뭐만 하면 도망가고 싶은거 견디느라 죽겠어요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