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선 저는 93년생인 남성인데, 동남아 여성과 연애 결혼을 한지 4년차가 된 사람입니다.아내와 처음 만난 건 대학원생 때였고, 1년 반 정도 장거리 연애를 계속하다가 결국 결혼을 하였고 지금은 아내가 한국에 온지 4년 정도 되었습니다. 결혼을 할 당시에는 그냥 대학원에서 월급 150만 원 정도만 받는 대학원생이었습니다.
아내와 결혼한 직후에는 대학원에서 기혼자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기숙사가 있어서 거기에서 살림을 시작했고, 이후에는 전세를 2년 얻어서 전세집에서 생활하다가 작년 말에 드디어 자가를 마련하였습니다.(아직 애는 없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부터는 부모님께 단 한 푼도 지원을 받지 않았고, 대학원에 다니면서부터 대학원에서 나오는 월급으로 생활비나 등록금 등 모든 것을 해결해왔으며 지금도 아직 집을 살 때 냈던 빚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저희 부모님께도 돈을 한 푼도 보내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동남아에 있는 저희 아내의 가족들은 형편이 어려워서인지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만 돈을 요구합니다.(참고로 저는 연애 결혼을 한 겁니다. 어디 다른 남자들처럼 중개업체에서 계약같은 걸 하고 국제결혼을 한 게 아닙니다.)
처음에는 돈을 보내드렸습니다. 뭐 병원비가 필요하다, 일을 해야하는데 컴퓨터가 고장나서 수리비가 필요하다, 뭐가 필요하다 하면서 이것저것 보내드렸는데 나중에 계산해 보니 10, 20만 원씩 보내드리던 게 모여서 300만 원 가까이 되더군요.
그리고 언제는 한 번 대출 만기가 되었는데 그걸 안 갚으면 집이 넘어갈 위기이니 이번 한 번만 도와달라고 큰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이번엔 돈 단위가 커서인지 달라는 게 아니라 빌려달라는 거였습니다.(우리 돈으로 400만 원 정도) 그래서 저는 넉넉히 1년 10개월이라는 기간을 드리고 이자도 안 받기로 하고 그 돈을 빌려드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그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이후로 계속해서 돈은 이것저것 핑계로 달라고 하고계시고요.
빌려준 돈을 갚기로 한 날이 지난 뒤로부터는 돈을 달라고 할 때마다 제가 이전에 빌려드린 돈을 갚으시는 게 순서고, 그 뒤로 또 돈을 주거나 빌려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저도 지금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데, 저희집도 넉넉한 편이 아닙니다. 집값의 반이 대출이라 대출금을 매달 갚고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1년 반 전쯤부터는 돈을 달라고 할 때마다 계속해서 돈을 안 드리고 있고, 언제부터인가 그쪽도 돈을 달라는 얘기를 더 안 하시더라구요.(돈을 빌려달라, 못 빌려준다 이런 얘기는 제가 그 나라 말을 못하기 때문에 항상 아내를 통해서 얘기를 주고받습니다)
참고로 그쪽 가족은 아내 말고도 아들, 딸이 2명 더 있는데 둘 다 직업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빠듯해서인지 저에게 돈을 계속 달라고 합니다.
반년 전쯤부터인가 아내의 아버지가 치질이 생겼다고 하는데, 치질이 그냥 엉덩이가 좀 아픈 병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습니다.(뭐 돈을 달라는 얘기를 이번에도 따로 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장인어른이 쓰러지셨다고 하네요. 치질 때문에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쓰러졌는데, 응급실에 갔다고 합니다. 아내를 통해서 들었는데, 그 말을 하면서도 돈을 달라 그런 얘기는 안하고 그냥 그랬다는 얘기만 합니다.
그쪽 가족 형편에는 분명히 수술비나 그런 걸 내지는 못할 겁니다. 동남아는 우리나라처럼 의료보험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 수술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쌀 거예요. 그런데 제가 이번에 수술비를 또 보내드리면 그쪽은 또 저를 약간 ATM(?)처럼 보고 다시 돈을 달라고 계속 권리인양 말씀을 하실 거고, 안 보내드리면 본인들이 삐져서 또 기분나빠하실 것 같아서 안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너무 심하게 행동하는 건가요? 치질이 사람이 죽을 만큼 심한 병은 아닌 것 맞죠? 참고로 저는 저희집 부모님께도 한 푼도 안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아내와의 관계는 신혼보다 오히려 더 좋다고 할 정도로 행복한 편이고, 문제는 딱 하나 아내의 가족 쪽과 있는 편입니다.(아내도 왜 부모님이 맨날 그렇게 하시는지 모르겠답니다)---- 내용 추가
생각보다 댓글이 많이 달렸네요. 댓글 내용은 전부 읽어보았습니다. 어떤 말씀이신지 잘 알겠고, 어떻게 보시는지도 잘 알겠습니다. 일반적인 동남아 국제결혼의 편견으로 인한 오해가 생긴 부분이 있어서 억울한 면도 있고, 실체를 잘 파악한 걸로 보이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사실 자세하게 설명하면 가정사가 많이 들어가게 되어서 자세한 내용은 적기가 힘드네요.
아내의 가족에게는 돈을 안 보내준지 1년 반 정도가 되었고, 앞으로도 보내주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정말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말입니다. 지난번에 비교적 큰 돈을 빌려줄 때 저도 솔직히 그 돈은 못 돌려받을 걸 알았습니다만, 그 돈을 못 돌려받음으로써 앞으로 돈을 더 달라고 할 때 안줄 수 있는 명목이 될 수 있어서 일부러 빌려준 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얘기를 하면서 실제로 돈을 계속 안 줬더니 이제 더이상 돈 얘기가 안 나오기도 하고요.
아내는 지금은 주부지만 전에는 영어 가르치는 일을 했었고, 월급은 마음대로 하라고 했었는데 20% 정도만 고국에 보내고 80%는 전부 저희 생활비에 보탰었습니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전부 보내고 생활비는 안 보탰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제가 버는 돈만으로도 생활비는 충분합니다)
그냥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아내의 본가에 연애할 때도 몇 번 가 보았고 결혼 후에도 가 보았는데 그 나라에서도 시골 깡촌에 있는 집이고 또 집도 무슨 도마뱀이 기어다니고 천장에는 쥐가 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거기까지는 참는데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도 없어서 도저히 잠을 못 자겠어서 제가 제 돈으로 선풍기를 사서 켜놓고 잘 정도였습니다. 그것도 힘들어서 두번쨰 방문부터는 근처 모텔을 빌려서 잤었는데, 모텔도 에어컨이라고 달려있는 게 시원한 바람도 아니고 그냥 미지근한 바람만 나오는 정도였습니다.(그 정도로 아내 가족 형편이 안좋고 열악합니다)
아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본인의 가족들은 그렇게 열악한 곳에 사는데 자신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수도에서 좋은 인프라를 누리면서 쿠팡 로켓배송같은 편리한 서비스에 지하철, 버스같은 좋은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서 아플 걱정도 안하고 살 수 있으니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들겠죠. 가족들 얘기를 하면서 엄청 울더라고요. 저도 거기에 공감이 충분히 되고요. 그런 마음 충분히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 도의적으로 돈을 좀 보내줬던 거고요. 처음에 돈을 보내줄 때도 달라는대로 주면 너무 호구로 볼 것 같아서 10만 원 달라고 하면 5만 원밖에 없다고 하고 5만 원만 보내주고, 5만 원 달라고 하면 2만 원만 보내주고 이런 식으로 보내줬었습니다. 달라는 대로 다 준 적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튼 장모님 장인 모두 참 좋은 분이시고 저에게 엄청 친절하시고 인간적으로 나쁜 분은 절대 아니십니다. 제가 글로만 써서 서로 나누는 대화의 늬앙스나 그런 부분은 전달이 안되어서 많은 분들이 동남아 가족들이 단순히 한국인 사위를 얻어서 한탕 해보려는 그런 정도로 생각을 하실 듯한데, 사실 저도 인정하는 게 그쪽에서도 한국인 사위인 만큼 어느정도 도움을 받을 걸 기대하긴 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쪽에서 기대하는 만큼 재력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아직 집값의 반이 대출이라 제 대출 갚으면서 살기도 빠듯한 사람이라 그쪽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죄송한 거죠. 그 부분은 몇 번 정도 각인시켜 드렸습니다. 실제로 그쪽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엄청 좋아하고 인기가 많은데, 꽃보다 남자같은 그런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대한 환상이 좀 있는 편입니다.
제가 아내에게 약속한 건 집 대출을 다 갚을 때까지는 저희 부모님이든 아내 부모님이든 한푼도 보내지 않을 생각이고, 대출을 갚고 나서 여유가 생긴 이후에는 조금씩 용돈을 보내드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게 약속이고 바꿀 생각은 없고요, 아내도 좀 슬퍼하긴 했지만 거기에 동의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돈 얘기를 안하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