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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선 다 파토난 후 변명같은 글 일기처럼 쓸게요

ㅇㅇ |2022.06.04 13:14
조회 2,846 |추천 4
결혼하기 위해서 선 보고 있는 중인데남자를 만나면 만날수록  생각이 극단적이게 되는 것 같아서 글 써봐요글이 좀 긴데 편하게 다체로 일기처럼  쓸게요사실 여기 적은 말들은 인터넷에서 불특정다수에게 할 말이 아니에요우리 집안 어르신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인데차마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는 심정으로 적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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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고향에 한 동네 살던 친척 집이 있었다그 집 장남이었던 오빠는 어렸을 때부터 얌전해서 사고 안 치고 부모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 입학해서 장학금 받으면서 부모에게 부담 안 주고졸업한 뒤에는 서울에 있는 번듯한 대기업에 입사해서 돈 잘 벌며 부모에게 용돈 많이 주는마을 최고의 효자였다집안 어른들이 나에게도 너 나중에 커서 저런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 한다 했다
그 오빠가 어느 날 서울에서 만났다는 예쁜 언니를 데려와서 결혼하고 싶다고 집안 어르신들에게 소개시켰고 마을에는 난리가 났다
여자에게 큰 빚이 있어서 그 집 아들이 다 갚아줬다더라대체 젊은 여자가 돈 필요한 일이 뭐가 있어서 빚을 그렇게 많이 지냐지금까지 벌어 놓은 돈 다 그 여자에게 쓰고 남은 게 없다더라왜 결혼도 안 한 여자 빚을 대신 갚냐나중에 결혼 안 하게 되면 어쩔려고그 여자네 집안환경이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복잡하고 이상하기까지 하던데결혼하게 되면 사돈댁 때문에 골치 많이 썩게 생겼다여자가 확실히 이쁘긴 한데....  정말 이쁘긴 한데걔가 그 집 장남인데 맏며느리 자리로 저런 여자를 어떻게 맞냐하다못해 장남만 아니었어도...그런데 그 여자 어딘가 아파보이지 않아? 나만 그렇게 생각해?대체 왜 저런 여자를...

오빠가 그 언니를 한 번 데려온 게 아니었다한 번으로 허락을 못 받자 그 뒤로도 몇 번 데려왔다나도 그 언니를 길거리에서 한 번 봤다정말 예뻤....던 것 같다너무 어릴 때 딱 한 번 본 거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처음 봤을 때 예쁘다고 생각한 것 하나는 확실하게 기억한다첫 인상이 유리구슬같았다새하얗고 맑고 투명했다이질적이었다나랑 똑같은 사람같지 않았다보통 예쁜 여자에게 선녀같다는 표현을 쓰는데 선녀가 아니라 선녀가 팔에 두르는 길다란 띠처럼 하늘하늘했다바람 불면 날라갈 것 같은 게 아니다바람이 안 부는데도 발이 공중에 떠서 둥실둥실 날아갈 것 같았다지금 생각해보면 피부색,체형,골격 등등이 약간 혼혈같은 느낌도 났다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가 나랑 동생을 붙잡았다너희들 오늘 그 집 근처로 가지 말아라그 불효자 놈이 결혼 허락 안 해준다고자기 앞에서 그 여자 욕했다고애비애미를 발로 차고입에 차마 못 담을 쌍욕을 하고손에 잡히는 건 다 집어던지고그 여자 손 붙잡고 서울 올라가버렸다여자에 미쳐서 부모자식지간에 연 끊자고 했다그래서 그 집에 유리 깨지고 도자기 깨지고 장독대 안에 장 담근 거 다 망치고엄청 위험하니 근처로도 가면 안 된다아니,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말아라밖에 분위기 안 좋으니까 나가 놀지 말고 할머니랑 같이 있어라
내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라서 대체 어느 정도였던 건지는 모른다할머니가 호들갑떨며서 과장한 건지, 진짜로 그 정도였던 건지진짜인가 궁금했지만 할머니 때문에 결국 집 밖으로 못 나갔다집 안에서 대체 어떤 상황이었을지 상상만 하면서 그렇게 있었다
그리고 잊고 살았다크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갔고 명절 아니면 그 집 만날 일이 없었으니까 그 두 명이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그런데 이제 나이가 차서 결혼하겠다고 선 보고 있는데 자꾸 그 오빠 생각이 난다
나도 알고 있다그 오빠 하나가 극단적인 케이스라는걸그런데 주변에 그런 케이스가 있으니까 세상 살면서 기준이 그 오빠로 맞춰진다어지간한 드라마나 연애소설은 재미가 없다전부 그 언니오빠만 못하다
남자 소개받을 때 효자라는 말만 들으면 일단 코웃음부터 나온다그 오빠도 그 일 전까지는 세상에 다시 없을 효자였는데...지금까지는 효자였다해도 앞으로도 그럴까진짜 효자가 맞기나 할까내가 봐서 아는데 효자가 불효자되는거 순식간이더라이제껏 살면서 딱히 불효할 건수가 없었던 건 아닐까사람들은 남자가 경찰서 갈 일 없이 얌전히만 있으면 다 효자라 하는 것 같아
막상 만나도 늙으신 우리 부모님, 불쌍하신 우리 부모님,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모님얘기하는 남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내 얼굴이 별로구나내가 그 언니처럼 예쁘지가 않구나앞에 앉아있는 나를 보면서 부모에게 효도시킬 생각만 하는구나이 남자가 그 언니를 본다면 머리 속에서 부모님 생각이 나기나 할까이 남자도 그 언니랑 결혼할 수 있다면 부모 따위 발로 찰 수 있지 않을까
샐러드 우걱우걱 씹어먹고, 한 병에 몇 만 원하는 미백크림을 바르고, 공원 가서 뛰고그러다가 갑자기 현타가 온다다 소용없는 것 같아노력을 안 하는 것보다야 낫긴 하겠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그 언니처럼은 못 해스스로에게 아예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 기억 속 그 언니만큼은 못 해나도 이런 생각 하기 싫은데결혼 얘기가 나올수록 생각이 점점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차라리 결혼 생각 안 하고 혼자였을 때는 이런 생각 안 했는데
물론 남자 보고 부모를 발로 차라는 게 아니다그런데 최소한 갈등이 발생했을 때 내 편을 들기나 할까 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이다내가 삼대가 함께 사는 집안에서 자랐으니까내가 우리 엄마처럼 시부모 모시고 살 수 있을 것 같으니까<그럴 생각 전혀 없지만>가정환경이 <겉보기에는> 복잡하지 않고 무난해 보이니까<집안에서 실제로 무슨 말이 오갔는지에 상관없이>내가 빚이 없으니까 안정적인 직장 다니면서 혼수로 쓸려고 모아 놓은 돈이 적당히 있으니까모델 만큼의 몸매는 아니지만 크게 살찌지도 않았으니까
내가 맘에 안 든다고 하면 거기서 끝나는 거고내가 맘에 든다고 사귀자고 하는 사람이 있어도 막상 남자 쪽 부모에게 인사 드릴 때 조금이라도 문제 생기면 당장 헤어지자 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남자에게만 뭐라 할 수 없는 것이나도 직업,종교,가정환경....등등 조건 맞춰서 남자를 만나는 거니까조건 안 맞으면 아예 만나러 나가지도 않으니까내가 금사빠도 아니고 주변 소개로 처음 만나서 잘 모르는 사람첫 만남부터 크게 사랑하지는 않은데 문득 허무해진다
맞선 주선했던 어르신들이 자꾸 말한다넌 왜 그렇게 눈이 높니그 남자들이 뭐가 맘에 안 들어서연애는 좀 하고 있냐좋은 시절을 허송세월 그냥 보낼 거냐그 남자들 아니더라도 좋으니까 누구 하나라도 좀 만나봐이젠 더 이상 소개해줄 남자도 없다
어... 음... 그게 말이죠... 뭐가 맘에 안 드냐면....결국 제대로 말 못 했다이런 마인드를 고쳐야 하는데 뭘 어떻게 고쳐야 할 지 잘 모르겠다혹시 고아인 남자를 만나면 이런 생각을 안 해도 될까 싶다가도 그런다고 과연 나아질까 싶다 아직까지 고아는 한 번도 못 만나봤지만.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냥 내가 문제인 것 같다-----------------------------------------
혼자 생각해서는 결론이 안 나오는 것 같아서 인터넷에 글 올려봐요혹시 이런 게 피해망상인 걸까요?

추천수4
반대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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