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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억들 3

그날들 |2022.07.07 18:43
조회 1,646 |추천 11
출장을 다녀오느라 운전만 10시간 가까이 했더니 집 앞을 지나다니는 차들의 엔진음만 들어도 진력이 나네요.
운전을 업으로 삼으시는 분들이 새삼 존경스러유 하루였습니다.
다시 장마가 시작된다니 다들 안전운행 하시고,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경험적 사실에 근거하여 쓰여지는 글이고,가벼운 마음으로 봐주십사 부탁드립니다.글이 매우 깁니다.시간에 유의하시길..
(이야기의 이해도를 위해 전편을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라는 동요를 어릴적 배웠는데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집이 즐거워?이상한게 보이고,들려도??
내게 유년시절은 늘 그런 방식으로 흘러갔다.
가위에만 눌리는 일은 이제 양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불우한 환경에서도 곧 잘 먹었는데 동년배들에 비해 마르고 키가 작았다.
아닌가?유전자의 힘인가..

집에 있는 그 여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조롱했다.
마치 놀려먹기 맛집을 찾듯 틈틈히 나만을 노려 공략했다.
아마 돌아다니는 령이었다면 어디가서 야 저 집 쫄보 호구 꼬맹이는 매번 놀리는 맛이 있다..같이 가서 놀려볼래..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물리적인 충격은 정신력 충격보다 약하다.
귀신도 학습이 되는 것인지 터미네이터가 사라코너를 잡으려고 목소리를 변조하여 전화통화를 했듯 나도 매번 그 목소리에 당했다.

잘 자고 있는데 어머니의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잠자다 중도에 깨어나는 것은 정말 큰 곤욕이다.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다가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떠보면 내 가슴을 밟고 허연 눈알과 치아를 보이며 괴상하게 웃고 있는 그 여자가 보였다.보통은 몸만 경련이 오며 움직이지 못하는데 그런 날은 숨이 턱턱 막혀 머리까지 아찔해져 온다.
여지없이 다음날 목이 쉬어 목소리가 갈라져 나오기도 했다.
집에 있는 모든 가족들의 목소리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중에 최악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이용하여 과도한 심리적 압박을 줄때였다.

그 날은 아버지가 지방으로 출장을 가신 날이었다.
아버지에겐 미안한 말이지만,그런 날이 제일 기억에 남고 기분좋은 날이었다.어머니를 중간에 두고 남매가 포근한 엄마의 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날이였기 때문이다.
제일 좋왔던 건 아버지의 출장이 잡히면 어머니는 남매를 위해 어린이 비디오를 빌려와 틀어주셨기에 그날 만큼은 늦은 시간까지 비디오를 볼 수 있어서 그 소소한 해방감이 너무 좋왔다.

영웅물 비디오를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쿵!쿵!쿵! 일정하면서도 반복적인 소리가 들려서 눈을 떳다.
마침 소변이 마려웠기에 벌떡 일어나 허공을 휘휘 거려 거실쪽 작은 불빛을 의지하여 화장실을 찾아 불을 켰다.화장실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의해 거실의 일부분이 비춰졓고 그 순간 쿵쿵 거리는 소리가 더욱 극명하게 귓가에 전해졌다.

엄마?엄마야?

고요한 외침에 대한 대답의 메아리는 없었고,가끔 우리가 잠들면 홀로 기도를 하시거나 책을 보셨기에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일단 소변을 해결한 뒤,다시 나와 불을 끄려다 말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거나 기도를 하실때도 불을 꺼놓고 하지는 않을텐데 어두운 공간도 그렇고,나즈막히 들리는 쿵쿵소리는 더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안방으로 돌아가려다 말고,작은방으로 향했다.
화장실의 불을 끄지 않았기에 어머니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눈에 들어왔다.뭔가 상체를 움직이실때 마다 쿵하는 타격음이 들렸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불을 켜려고 벽을 더듬에 스위치를 찾는데 어머니의 반복하던 행동을 멈추셨다.

엄마?뭐해?무섭게 왜 그래?

잠시 잠깐의 지독한 적막감을 긴장감을 극대화 시켰다.
그 순간 어머니가 뭔가를 나즈막히 주절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그때는 그게 뭔지 잘 몰랐는데,어머니는 주기도문을 매우 빠르고 작은 목소리로 반복하셨다.마치 랩퍼가 랩을 하듯이...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쿵쿵쿵쿵쿵쿵쿵..
동작이 매우 빨라졌고 소리는 거칠어졌다..재빨리 형광등 스위치를 눌렀다..나무 책상을 향해 머리를 반복적으로 찍어내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가히 충격을 넘어섰다.서둘러 누나를 부르며 어머니에게 뛰어가 팔을 잡고 늘어지며 그만하라고 울부짖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는 얼굴 전체를 덮었고,잠이 덜깬 누나가 놀라서 달려나오다 그 광경을 목격하고 토끼 눈이 되어 방문 앞에 주저 앉았다..별 수 있었겠어 누나도 어리고 여린 여자였는데..
그 순간은 국딩 3년차인 나는 나이답지 않게 의연하게 말했다

울지 말고 와서 엄마 붙잡아..이러다가 엄마 큰일 나...

엉엉 우는 누나까지 합세하여 양쪽에서 붙들고 늘어졌지만 완력으로 어떻게 해 볼 상황은 아니었다.
사고능력이 정지 하였고,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단지 우리 남매가 할 수 있는 건 큰 소리로 엄마를 붙들고 늘어지며 애타게 그분을 부르는 것 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그런 상황이 10분은 더 이어진 것 같다.
아니 체감상은 10시간은 지난 것 같았다.누나와 나...거의 탈진을 한 상태로 축 늘어져 마지막까지 어머니의 팔을 놓지 않았고,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상황은 어머니의 졸도로 막을 내렸다.

뇌의 사고회로가 완전히 마비되었다..119에 신고 해야한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고,누나가 주방에서 행주를 대충 빨아와 어머니 얼굴에 뭍은 피를 닦아내며 울고있었다.난 사실 눈물도 나지 않았다.지금 생각으론 그런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어이없다고 느껴졌으리라...다행히 어머니는 너무 평온한 얼굴로 그대로 누워 잠드신 듯 했다.두 어린 자녀들이 번갈아 가슴에 귀를 대보고 입술과 코로 바람이 나오는지 확인을 한 뒤에야 정말 둘다 거대한 전쟁을 치루고 온 전사의 심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방에 어머니를 두고 나올 수 없다는 생각에 남아 있는 힘을 총 동원하여 누나와 함께 어머니를 짐작 나르듯 질질 끌어서 겨우겨우 거실로 옮겼다.
안방에서 이불을 가져와 어머니를 덮어주고 그 옆에 누워 어머니를 꼭 안아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음 날 어머니는 두 자녀를 안심시키고 학교에 보내시지 않으셨다.어머니를 따라 병원에 들려 간단한 치료를 마치고,집이 아닌 근처 할머니 집으로 향하셨다.
그 날의 일들이 전혀 기억이 없으시다는 어머니의 말은 거짓이었다.그 말이 진실이라면 어머니의 표정이 그렇게 심각할리 없을테고 우리를 할머니 집에 보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역시 강했다.

주말을 할머니 집에서 보내고 돌아 온 공포의 집구석은 그날의 일들을 잊은 듯 조용했다.
이어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언변다툼...아버지의 입장에서는 가족들이 전부 다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이제 하다 하다 당신까지 이러면 어쩌자는거야??
환장하겠네...당장 어디로 가자고??한심하게 왜 그래 진짜?

이사온지 세달이 안 된 시점에서 기이한 일을 경험한 어머니의 종교적 신념은 무너져 있었다.자신의 자식을 위해....
1년을 계약하고 들어왔기에 당장은 안된다는 아버지와 대출을 해서라도 나가야 겠다는 어머니의 전투는 몇 일이나 이어졌다.
그 사이 난 더 심한 조롱을 당했다..안방에서 잘때도 가위에 눌렸고,심지어 목눌림도 당했다..그럴때 마다 그 존재는 나를 협박하듯 속삭였다.

다 죽이고 싶다..다 죽었으면 좋겠어...내가 괴롭게 해줄께..

적응이 안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스스로도 정신이 이상해 진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명도 자주 들리고,학교생활도 순탄치 못하여 누군가에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고,그 순딩하던 성격이 굉장히 예민하게 변해 급우들과 다투고 싸우기도 했고,어머니의 말도 잘 듣지 않기 시작했다.
당연히 성적도 바닥을 치고,멍하게 지내는 날들이 많았기에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으셨을테고 어떠한 방법을 간구해야 하셨을 것이다.

방문 예배를 통해 목사님을 초빙해 30분이 넘는 안수기도를 받게 했고,같이 온 신도들이 마치 악마를 퇴치하는 의식을 치루듯 날 중간에 두고 빙 둘러 앉아 온 몸에 손을 얹고는 단체기도를 해주었다..목에는 그들의 전리품인 십자가 목걸이가 걸렸다.
그리고 그런 날은 그 여자에게 난 더 괴롭힘을 당했다.
화풀이라도 하듯이 손가락으로 눈알을 찌르는 시늉을 했고,귓가에 대고는 특정 단어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주로 괴롭힌다,죽이겠다,고통스럽게 해주겠다는 협박이었다.
몸이 극도로 약해져 수액을 맞으러 간 병원에서 의사가 몸도 몸인데 정신적으로 극단적인 상태라며 치료를 권유했다.
당연히 정신과 치료도 병행을 했고 이 마저도 아버지는 탐탁치 않아하셨다.

어머니가 성당에 같이 다니시며 자매처럼 친하게 분이 계셨는데 그 분과는 이런저런 비밀스런 대화도 나누셨던 모양이다.
그 분의 권유로 아시는 스님을 아버지가 출장을 가신 사이 몰래 집으로 부르셨다.풍채가 있으셨던 그 분은 굉장히 온화한 표정으로 잠깐의 대화를 나누시고는 집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셨다.
그리 심각해 보이는 표정은 아니셨다.각방을 둘러 보시고는,주로 문제가 있던 작은방에서 꽤 오랜시간 목탁을 두들기며 염불을 외셨다.그리고는 내 어깨를 양손으로 꼬옥 잡으시고는...

어린나이에 친구가 고생이 많네...친구가 더 기운을 내고 용기있게 잘 버텨줘야 하는 거야 걱정하지마 잘 해결될꺼야..

사실 그게 어떤 위로는 되지 않았다.가시가 서 있던 그 시절의 나에겐 그저 남 일을 간단하게 말로 위로해 버리는 과정이 무슨 소용이 있는 가 싶었다.
스님은 어머니를 따로 부르시더니 몇가지의 말을 건내셨고,무슨 약조를 하시는 듯 보였다.그 분이 돌아가고 어머니는 깊은 고뇌에 빠지셨다.그 분의 종교적 신념에 위배되는 방법을 써야 했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한다. 결론은 스님이 해결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그 분의 소개로 무속인을 소개해 주신다는 이야기가 오간 듯 했다.원래 무속인들도 돈이 오가야 움직이지만 스님이 잘 부탁을 하시어 비용없이 와주신다고 약조를 하셨단다.
어머니에게 믿음보다는 자식의 안위가 중요했다.

그 즈음 일이 하나 더 터졌다.
어머니에 이어 멀쩡하던 누나까지 이상한 행동을 보인 것이다.
벽을 보고 대화를 한다거나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는 일들이 반복되자 어머니는 급하셨는지 비용을 드릴테니 되도록 빨리 뵙고 싶다고 요청을 하셨던 것 같다.
아버지와 누나는 친가에 갔고,어머니와 나 둘 뿐이었다.
아마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모종에 대화가 있으셨겠지...
원래 주말에 움직이지 않는 분이라는데 사태가 좀 심각하게 느껴지셨는지 주말에 그분이 집으로 찾아왔다.


난 무속은 다 계량한복에 토속적인 옷을 입는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무속인과는 모양새가 좀 달랐다.
검정 뿔테안경,정장 바지에 갈색구두,연한 하늘색 와이셔츠 차림에 작은 가방을 손에 들고는 어머니와 악수를 나누었다.
다른 걸 떠나서 약간 조폭 같은 모습에 움츠려 들었다.
적어도 내가 처음 본 이미지는 그렇게 좋지 못했다.
그 분은 내 머리를 능숙하게 쓰다듬더니 사무적인 미소를 지었다.

아이구 너구나??얼굴이 많이 안좋네..몇 학년이지?

약간의 호구조사를 끝으로 계단으로 내려가는 내내 표정이 별로였다.문을 열기 전 갑자기 자리에 멈추고는 자신만의 의식이라고 행하듯 눈을 지그시 감고는 뭔가 혼자 속삭였다.
본인의 루틴 같았다.문을 열고 들어가 거실에 가방을 내려놓고는 바로 이곳저곳을 면밀하게 살폇다.
마치 꽁꽁 숨어버린 그 여자를 찾아내듯 방문도 닫고 혼자 들어가 보고 나왔다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 앉아 보시라고 했다.
어머니와 나는 자리에 앉자 강력계 형사에게 심문 받듯 줄줄히 그날의 기억들을 나열했다.역시 어머니는 본인은 그날의 일에 대해 명확히 기억하고 계셨다.



이야기가 길어져 이쯤에저 마무리를 해야했습니다.
장시간 운전으로 심신이 온전치 않아 본의아니게 다음에 이어서 하겠습니다.너른 양해를 부탁드리며 오늘도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추천수11
반대수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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