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한 명 둔 워킹맘입니다.
남편과 제가 출퇴근 시간 조정이 어려워 엄마인 제가 1년 육아휴직 후, 등하원 도우미를 구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양가 어머님들께서 한달 중 각 2주씩 아이의 등하원을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너무나 감사했고, 아이의 돌 지난 시기부터 지금까지 해주시는 점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양가가 모두 저희 집과 멀어서 각 2주씩 양가 어머님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저희집은 수도권, 양가는 경상도)
그러다보니 서로 같이 살면서 어머님과 부딪히고, 친정엄마와 부딪히는 일이 많습니다.
육아의 문제로 부딪히는 것도 많이 힘들지만, 저는 시어머니의 힘든 점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 신혼 때(아이가 없어서 같이 지내지 않을 때)는 어머님이 좋아하는 한 브랜드의 옷을 가끔씩 본인이 저에게 선물해주고 싶으셔서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제 스타일의 옷이 전혀 아니지만 어머님이 사주신 옷이라 환불하기도 뭣하여 정말 필요한 옷으로 교환하거나..사이즈도 바꾸러 자주 갔고..그냥 입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님이 아이를 돌보느라 저희집에 오셔서 백화점을 같이 간 일이 있는데 또 그 브랜드 매장에 들어가시려 하기에, ‘어머님, 사실 저 이 브랜드를 안 좋아해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삐지시고는 ‘다시는 안 사 줄 거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전 속으로 아 이제 드디어 옷을 안 보내주신다..고 안도했습니다.
- 이 날 백화점에 갔을 때 스시집에 갔습니다. 저는 다양한 종류의 스시를 먹기를 바라는데, 어머님은 한 종류만 계속 저에게 주시면서 이게 맛있다고 이것만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님, 저는 다양하게 먹는걸 좋아하고 특히 **종류를 좋아해요..’ 라고 말씀드렸으나, ‘oo이 제일 맛있다. 이것만 먹어라.’ 라고 하셔서 억지로 가져다 준 접시를 먹었습니다. 뺑뺑이 돌 때 손으로 잡으면 다시 접시를 올려놓으면 안되니..어머님이 드실려고 가져온 것도 아니어서, 제가 먹었습니다.
- 같이 지내면서 집에서 고기 반찬이 나오면, 어머님은 좋은 마음으로 제가 육아하느라 힘드니 고기를 많이 먹으라는 마음이셨겠지만, ‘고기부터 먹어라. 고기만 먼저 먹어라. 밥이랑 같이 먹으면 고기를 많이 못 먹으니 고기부터 먹어라’ 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집에서 먹을 때는 밥, 국, 반찬 골고루 먹길 좋아하고 고기반찬도 밥이랑 같이 먹어야 잘 먹힙니다. 이건 정답이 있는게 아니라 개인 취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제 밥그릇을 뺏어가며 ‘고기부터 먹어라’고 하셨습니다.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먹고있는 밥그릇을 뺏어가시니…
- 어머님이 남편(본인 아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실 때, 남편은 분명하게 나는 그게 싫다 라고 의사를 밝혀도 그 생각은 틀렸다며, ‘바보다, 답답하다, 엄마 말도 안 듣는 문디 자슥’ 이라고 하십니다. 본인은 어쨌든 좋으니까 자식에게, 우리(저나 저희 아이)에게 하라고 강요하는 건데, 상대가 싫다하는 거에 대해 받아주지 않으시고 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잔소리가 길어지십니다.
저는 그런 모습에도 제가 매번 참고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는데, 여기에 쓰이는 제 에너지가 너무 크고, 이 에너지가 회사일과 육아로 지쳐서 남아있지 않을 때 버텨내기가 힘듭니다.
- 저희 남편과 저는 회사를 다니며 출퇴근 시간도 비슷합니다. (남편 회사가 집에서 조금 더 멉니다.) 아이는 저와 더 같이 노는걸 재밌어하다 보니, 제가 주로 아이와 놀고, 남편은 어머님이 와 계시는 동안 저녁 요리를 담당합니다. (친정엄마 때는 저희 엄마가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하시구요….ㅠㅠ) 남편은 장을 보고, 식단을 정하고 요리하는데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거기에 대해 저에게 상당히 불만이 큽니다. 식단 정해서 요리를 하는 남편에 대해서는 매번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남편이 아이와 잘 놀아주지 않고, 설사 남편이 놀려고 해도 엄마와 놀이가 더 좋은 아이는 주로 엄마와 모든 놀이를 함께 합니다. 신생아때부터 아이는 저와만 한 방에서 자고, 남편은 따로 자서(제가 육아휴직을 먼저 하니 자기는 밤에 잠을 자고 출근해야 하니..그렇게 따로 잤습니다.) 유치원 다니는 지금까지 아이와 저, 남편 이렇게 각방을 씁니다.
남편은 주말에 점심 경이 되어서야 일어나고, 아이와 아빠와 따로 나가서 논 적은 정말 손가락 안에 꼽힙니다.(엄마가 미용실을 간다거나 엄마가 일이 있어서 집에 없는 경우에만)
주말에 아이와 나가서 노는건 저와만 하고, 아빠는 집돌이라 대부분 본인 방에 틀어박혀 있습니다.(우울이 심한가 싶어서 병원의 힘도 빌려보라고 하였지만, 그런게 아니라 하였습니다.)
제 지인들과 남편, 아이들 모임이 있으면 남편은 함께하지 않습니다. 그 모임에 아빠가 없는 아이는 저희 아이 뿐이구요..
- 제가.. 아이가 3~4살 경에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서 이렇게 있다가는 일 날 거 같아서 상담을 받으러 다닌 적도 있습니다.
시어머니의 일방적, 강압적, 지시적 말투에 지쳤고, 남편은 제 태도만 지적하고..
그렇다고 친정엄마는 저에게 심적으로 기댈 수 있는 분이 아니어서 제가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 시어머니가 아이 등하원을 도와주시며 같이 살면서 자주 예쁘게 좀 입고 다녀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제 옷을 한번씩 사서 주셨습니다. 저는 안 사오셔도 되는데..하며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감사하다고 입고 다녔습니다. 어머님은 좋은 마음으로 며느리에게 옷을 사주고 싶으신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좋은 마음도,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 다른데 매번 아침마다, 아니면 퇴근때마다 들어오는 절 보며 핀잔하듯(어머님은 절대 그런 말투가 아니셨다고 합니다.) ‘예쁘게 좀 입어라, 회사에서도 예쁘게 입어야 위에서 잘 본다, 예쁘게 입어야 능력있게 보인다, 회사 사람들이 면티에 청바지만 입고 다녀도 ooo(제 이름)이는 그렇게 입고 다니지 마라, 살이 쪘어도 잘 입고 다니면 된다’
-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아이가 유치원 들어가기 전까지 저는 제대로 잠을 자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30분만 자고 회사에 출근한 적도 있습니다. 잠을 잘 못 탄 탓인지, 육아휴직 후 복귀한 1년 사이 10키로나 쪘습니다. 복귀할 때는 임신전 몸무게로 돌아갔었는데, 복직 후 1년 사이 10키로나 쪘습니다. 이렇게 계속 잠을 못 잘 때도 오롯이 아이의 잠은 남편이 아닌 저였습니다.
- 사실 오롯이 아이를 제가 놀아주고 재우는 데에 심신이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남편은 식단 짜는데 스트레스(한달에 2주)를 받으며 그 스트레스도 제가 같이 하지 않아서 라고 얘길합니다.
그럼 저 또한 아이도 같이 놀고 자고, 돌보자고 하면 쟤(아이)가 나랑 안 놀잖아, 뭘 하려고 해도 쟤가 날 싫어하잖아. 라고 합니다.
- 솔직히 건강이 상하고 살이 많이 찐 거에 대해 저는 남편에게 원망도 있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할 때마다 남편은 자기 속이 답답해진다며 얘기하기를 거부합니다.
그래서 저도 더 이상 이 점에 대해서 얘기하지도 않고, 아이와 아이 아빠가 친해지게 한다거나 같이 노는거에 대해 포기했습니다.
- 이번 2주간 올라오신 어머님이 또 예쁘게 입으라고 하셨습니다. 전 제 기분에 대해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어서 이번에는 그냥 ‘네..’라고만 대답하고 속으로 꾹 참았습니다. 제 표정을 읽은 남편은 ‘엄마, 그런 얘기 좀 하지 마라’ 라고 하면 어머님은 더 목소리가 커지시면서, ‘맞잖아. 이쁘게 입고 다니면 좋지. 이쁘게 입어야 회사에서 능력있다고 본다.’
결국 며칠을 계속 이러시는데 제 멘탈 에너지는 꾹꾹 참는데 다 써버렸습니다. 그 외에 아이가 늦게 잠을 자는 편인데(아이에게 늦게 자는 이유를 물어보니, 아침에 눈을 뜨면 엄마가 없어서 엄마가 다시는 안 돌아올까봐 잠이 안온다 라고 했습니다. 늘, 엄마는 꼭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와 라고 하여 요즘은 많이 괜찮아 진 편입니다.) 어머님은 자주 아이와 제가 있는 방에 오셔서 ‘애 안 재우고 뭐하냐’ 라고 말하십니다. 이것도 뭐라하는게 아니고 그냥 얘기하는 거라고 하십니다. 저는 이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애를 재우려고 방을 어둡게 하고 아이에게 수면 전 책읽기, 그 외 놀이를 조금 하는데..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에서 욱 하고 화가 나고 올라옵니다. 그 화가 아이에게 불똥이 튀고, 결국 아이는 엄마가 미워집니다.
- 이번 2주간 내내 예쁜 옷 입으라고 하시던 어머님이 아이 유치원을 보내고 제 옷을 몇 벌 사오셨습니다. 남편이 그냥 니가 이해하고 참아라..라고 했는데 제 멘탈은 완전 와장창 깨졌던거 같습니다. 저녁 먹기 전 샤워를 하면서 미친년처럼 소리지르고 주먹으로 화장실 벽을 쾅쾅 치고 너무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몇 년 간 이 문제 외에도 어머님의 일방적, 지시적(본인은 절대 그렇게 생각 안하심)인 대화와 행동이 다 터져버린거 같습니다.
- 어머님은 저에게 ‘기분 나빴냐. 기분 나빠하지 마라. 나는 룰루랄라 진짜 기분 좋게 샀다. 미안하다, 환불하게. 다시는 안 산다. 우리 아들이랑 애 옷만 사고 니 옷은 안 사줘서 마음에 걸려서 샀다.(저번주에도 제 잠옷이라고 사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매번 옷 안 사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나쁜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본인은 정말 좋은 마음으로 우리 며느리 옷을 신경써서 사왔는데, 며느리가 기분 나빠하는데 왜 기분 나빠하는지 이해가 안되지만 앞으로는 안 사겠다..
- 남편은 매번 중간에서 중재하는데 지쳤고, 앞으로 할 말이 있으면 직접 자기 엄마에게 하라고 ‘너 태도도 고치고’ 라고 톡을 보냈습니다.
저는 매번 어머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들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같이 저녁 먹는 시간도 온 멘탈 에너지를 발휘해서 참고 먹습니다.
어쩌면 이런 제 모습도 남편은 꼴 보기 싫을거 같습니다.
저는 이 반찬 먹어라, 어어 숟가락에 너무 많이 떴다, 국물 짜다 먹지 마라 등등을 아이와 저에게 매번 잔소리 하며 밥 먹는 시간이 힘듭니다.
저도 좋은 며느리까지는 못되더라도 나쁜 며느리는 안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 저는 에너지가 많이 듭니다. 나중엔 꾹꾹 참고 홧병이 생기는 저를 발견합니다.
어머님도 안 맞는 저희와 지내고, 몸도 힘드신데 아이를 봐주시는데 얼마나 힘이 드실지도 잘 압니다. 어머님도 엄청난 불만이 있고 며느리의 모습이 싫으실 겁니다.
즉, 서로가 많이 지쳐있습니다.
등하원도우미를 쓰려고 해도, 남편은 안 좋은 뉴스들을 접하다보니 아직 아이가 어려서 혹시나하고 등하원도우미는 반대하는 마음이 큽니다.
몇 년전 상담을 해준 의사선생님과 상담해준 분들이, 육아에 독립(어머님들이 더 이상 오지 않고 등하원도우미분께 도움을 받는 것)을 조언해주었습니다.
다들 힘겹게 일하며 아이를 키우겠지만.
언젠가 육아 독립을 하더라도 이렇게 서로 감정이 많이 상해져버린..
남편과도 틀어져버린 이런 결혼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제가 이런 시어머니께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