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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팽나무 마을 주민입니다.

시골사람 |2022.09.10 14:16
조회 155 |추천 3
안녕하세요. 우영우 팽나무가 있는 북부리 마을에서 부모님과 살고 있는 주민입니다.

이 마을은 고작 30가구 60-70여명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조용한 마을입니다. 저희 부모님도 퇴직하시고 몸이 많이 아프셨기에 공기좋고 조용한 곳으로 오셔서 살게 된지 꽤 오래 되셨습니다. 시내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에는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드라마 방영 전까지는 말이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 저희마을 팽나무가 ‘소덕동 당산나무’로 방송된 이후 마을은 대 혼란에 빠졌습니다.
하루 1,000명정도의 외지 사람들이 이 마을을 점령해 버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너무 생활이 힘들고 불편해도 인터넷도 할 줄 모르고, 구청에 전화도 잘 못하는 나이드신 분들이 대부분 이십니다. 그래서 그나마 젊다는 제가 어르신들께 부탁 받아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1.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새벽부터 고성이 오가고 클락션 소리가 하루종일 들리며, 음악소리를 켠 차들이 지나다닙니다. 그 소리가 고스란히 길가에 있는 집들에게 다 전달됩니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창문을 열고 자는 요즘은 더더욱 놀라 몸서리를 치며 일어나게 됩니다. 오늘은 추석 당일이라 인파가 더 몰려 아침부터 클락션 소리에 깼습니다.

2. 쓰레기와 오물로 마을이 엉망이 됐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일회용 커피잔과 쓰레기 봉투를 길가 아무곳에 던져두고 갑니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가 줍다 줍다 못해 구청에 신고 했지만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더 많은 인파가 더 많은 쓰레기를 버리고 가기 때문입니다.

3. 주차때문에 집밖으로 나갈수가 없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그 좁디 좁은 논길에 주차도 하고 서로 차들이 오갑니다. 자기들끼리 욕설을 마구 배설하며 동네를 혼란하게 합니다. 길에서 난 싸움 때문이 경찰은 하루에도 몇번씩 오는지, 물 밀듯 들어오는 차들때문에 오가는 길이 하루종일 막힌 동네 주민들은 가까운 장도 보러갈수도 없어 오밤중에 운전을 해서 가야합니다. (이곳은 걸어서 갈 수있는 마트가 전혀 없는 아주 외진 시골입니다.)

4. 길가에 있는 밭 작물들을 서리해 갑니다. 이곳은 다 연세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셔서 소소하게 밭을 일구어 가지도 따 드시고 호박도 키우시고 하십니다. 몇번이고 서리해 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노인들이 키운 몇개 열리지도 않은 작물을 따가는지 인류애가 사라질 지경입니다.

5. 마을 전체를 SNS 컨텐츠로 생각합니다. 우영우 팽나무와 일부 출연한 집들은 찍어가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배려없는 사람들은 전혀 그쪽길이 아닌 집, 전혀 무관한 집에도 대문이 열려있단 이유로 마음대로 들어가 사진도 찍고 생활하는 모습을 신기하다며 배경으로 셀카도 찍고… 시도 때도 없이 길을 묻는 사람도 있고 …오가는 사람들이 집안을 계속 들여다 봐서 이 좋은 날씨에 마당에서 책 한자 읽기도 힘들어 집 안에서 칩거 중입니다.

드라마가 방영된 후 약 2달 정도 되어가는것 같습니다. 5월달에 서울에서 온 드라마팀이 촬영을 한다해도 이런 상황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운동 하시는 뚝방길(둑)을 촬영팀이 막고 있어도 ‘그런갑다’하고 다른길로 다니며 배려했던 마을 주민들인데 지금 받는 고통은 너무 가혹합니다. 제가 봤을때 구청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습니다. 그저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생각 뿐, 이 마을 어르신들의 불편함은 적당히 묻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마을은 농사짓는 어르신들이 트럭을 삐뚤삐뚤 몰고
고양이 강아지가 논가와 길가에 뛰어다니고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조용히 노후를 보내시는
생활의 터전입니다.

이 곳에 오시는 분들께 부탁 드립니다.
제발 클락션을 울리지 마시고,
길가에서 싸우고 욕하지 마세요.
가지고 오신쓰레기는 가지고 가시고
어르신들 집앞에 버리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 주변에 둘러보시면 우영우 나무 보다 훨씬 아름답고 귀한 것들이 가까이 있습니다.
동네 뒷산에도 있고 직장 가는 길에도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 나오기 전에 저희 동네 팽나무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에 ‘좀 멋진 나무’였지만 지금은 마치 엄청난 상징이 된 것처럼, 무엇이든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입니다.

드라마가 끝났어도 아직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합니다.
시간을 두고 나중에 지나가는 길이라면 그때 들러서 보세요.

이 마을 어르신들의 자녀분들도 오늘은 다 찾아 오십니다. 추석 만큼은 이 분들도 편안히 찾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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