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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서의 분가, 그 이후...

외국사는새댁 |2009.01.07 18:42
조회 5,771 |추천 0

 


기다리고 기다리던 분가를 했습니다. 지난주에 다른 도시로 옮겨가서 임시 거처(?)에 짐을 풀고 시엄마에게서 해방되어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갑자기 결정되는 바람에 집은 결정되었지만 집 빼는 사람 날짜에 맞추느라 당분간은 serviced apartment  에 거주하고 있네요. 워낙 집값이 금값이라 이곳 방값도 만만치 않네요.


 


엇그제 잠깐 짐싸서 시댁에 갔었네요. 그때만 해도 아직 집이 정해지지 않아서 짐은 옮기지 못하고 그냥 싸기만 했는데.. 시엄마, 저를 또 열뻗치게 만들더군요. 안그래도 맘 삭히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ㅡㅜ


 


저희가 이사하는 도시는 워낙 사람도 많고 집값도 비싸서 저희처럼 월세로 사는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어야 괜찮은 집에서 살 수 있어요. 한동안 인터넷 뒤지면서 찾다가 정말 괜찮은 집이 나왔길래 부랴부랴 가서 집 보고 tenant application 이란걸 작성해서 냈지요.  워낙 인기가 많은 집이라 세입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신청서를 작성해서  property manager (부동산 비슷함) 에게 내고 그 사람이 조건을 보고 몇몇 간추려서 집주인에게 프로필을 보냅니다. 그러면 집주인이 맘에 드는 사람을 뽑는거죠. 별별것을 다따져요. 커플이면 애가 있냐 없냐 몇살이냐 애완동물 유무에 직업까지.. 물론 이해는 가죠. 기왕 여러사람이 입찰(?)하는데 조용하고 집에  damage  가장 적게 낼 것 같고 꼬박꼬박 월세 낼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뽑는게 집주인으로서는 좋을테니까요. 저희 부부도 신청서를 냈는데 최종 명단(?)에 들었네요. ㅎㅎ 그래서 집 주인이  인터뷰하자고 하더라구요. 복잡하죠?


 


그 인터뷰 하기 바로 전 날, 시댁에 짐 싸러 왔었어요. 저희 짐 보관(?)해주신 부모님한테 밥이라도 한끼 사야할 것 같아서 남편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왔건만...


공항으로 마중나오신 시부모님,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라구요. 직장 출근은 잘했냐, 새로 이사갈 집은 어떠냐 등등.. 묻는대로 답해드렸고 그 다음날 인터뷰 본다는 말까지 했어요. 그랬더니만 당장 하는 말이..


 "Don't eat garlic before the interview. They might think you will be cooking smelly garlic all day."  마늘 먹지말아라 그러면 맨날 냄새나는 마늘요리만 하는 줄 알테니.


이러는 겁니다.. 정말 황당해서..


저만 황당한게 아니었나봅니다. 한동안 시아버님까지 계신 차 안에 정적이 싸... 하더군요.


기가 막혀서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정신을 차리고 한마디 할라고 했는데 제가 좀 둔한지라 시엄마 다른 주제로 이미 넘어가서 딴 소리하고 있더라구요 ㅡㅡ


화도 나고 스트레스도 받고 집에 오자마자 식사대접은 무슨, 그냥 짐싸기에 착수했습니다.


남편도 열받았는지 씩씩거리면서 엄마 왜저래? 사이코야? 자기 미안.. 등등 한국말로 툴툴 거리더라구요. 좀 있다가 남편이 부엌에 갔는데 시엄마랑 뭐라뭐라 언성을 높히는 것 같았어요. 방에 들어온 남편이 하는 말이.. 시엄마가 남편한테 또 마늘 먹지 말라고 그랬다는 겁니다. 그래서 남편이  "If they have a problem with garlic, we don't want to live there because they must be queer people."  자기 딴에는 살짝 농도를 낮춘다고 사이코가 아닌 퀴어라는 단어를 썼다지만, 시엄마가 듣기에는 자기는 마늘 싫어하는 사람이니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다는 말로 들렸겠지요. 그때부터 또 혼자 싸늘해져가지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버리더군요.


 


진짜 헷갈립니다. 지금까진 정말 굳게 시엄마가 그냥 아파서 그러는거라고 생각했어요. 왜 아플 때 다들도 역한게 하나쯤은 있잖아요. 전 평소에도 라면 안좋아하는데 몸이 아프면 라면 냄새도 맏기 싫거든요. 그래서 계속 이해하려고 했었는데..


 


새해맞이를 남편친구들과 함께 했습니다. 다들 결혼했고 동양인은 당연 저 혼자였지요. 남자들은 크리켓이다 럭비다 놀고 있고 여자들끼리 모여 수다의 장을 열었는데.. 주제는 물론 다양했지만 그중에 시부모 흉보는게 으뜸이었습니다. 재밌죠? 외국이던 한국이던 시부모는 시부모인가봅니다. 그들 중에 하나가 그럽디다.  " Thomas(그녀의 남편)' s mum still thinks he deserves better than me even though we've been married over 5 years"


토마스네 엄마가 토마스는 자기보다 더 나은 여자 만나야한다고 생각한다는거죠. 한국 시엄마랑 똑같지요? 자기 아들이 더 잘났답니다. 더 괜찮은 여자 만날 수 있는데 변변찮은 애랑 결혼했다고 생각한답니다. 거참.. 한국이나 외국이나.. 그쵸?


 


지금은 저도 제 시엄마라는 사람이 저를 못마땅하게 여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 꼬셔서 냄새나는 마늘이나 먹이는.. 그런 며느리일 수도 있지요. 휴... 정말 답이 안나옵니다. 전 시엄마랑 잘 지내고 싶거든요. 그래도 내 남편의 엄마고 내 자식의 할머니가 될 사람인데... 시아버지는 정말 좋으신데 그래도 자기 와이프라면 꼼짝도 못하는 분이라 저희가 시엄마한테 등돌리면 시아버지도 저희한테 등돌리실꺼에요. 지금까지 봐온 시엄마 성격에 제가 뭐라 한마디하면 아마 몇년은 저랑 얼굴도 안보실꺼에요. (이모님, 시엄마 동생 중에 한명이랑 사이가 틀어졌는데 2년동안 연락끊고 지내고 있답니다. 왜 사이가 틀어졌냐면, 그 이모님이 이모님 아들 생일날 초대 안했다고 저희 시엄마가 화가 났답니다. 왜 초대 안했는진 저희도 모르지만, 초대 받았더래도 과연 시엄마가 4시간 걸려 그곳까지 갔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남편하고 잠깐 얘기했습니다. 화가 너무 나서 다음번에 너네 엄마 또 저러면 가만히 안있을 것 같다고 하니 남편이 골똘히 생각하다가 자기가 엄마한테 화내는 역할 하고 저보고는 시엄마가 그런 소리 하면 그냥 침묵으로 응대하랍니다. 그리고 새로 이사가는 집에 시엄마가 놀러오면 마늘 잔뜩 들어간 음식 만들어서 주랍니다. 집안에 주렁주렁 마늘 매달아놓고 한국음식을 주식으로 먹자고 합니다. 여기 사람들, 자기영역 따지는 거 워낙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아무리 자식집이라도 남의 집이라고 여겨서 말 함부로 못할꺼라고 하는데.. 남편 말 듣는게 나을지.. 전 좀더 생각 해보려고 합니다. 톡커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현명한 조언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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