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넘게 다닌 직장 퇴사하고 전업이 된지 10개월차예요.
둘째 아이가 너무 안먹고 감기만 걸려도 걸핏하면 입원해서 더는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지라 퇴사 후가 두려웠는데
결론은 잘 지내요. 둘째 아이 완전히 케어할 수 있으니 마음이 일단 편해요. 몸과 마음에 여유도 있고..
살림에 재주가 워낙 없어서 맞벌이할 땐 시어머니가 애들 봐주시고 가사일은 도우미가 했고 퇴근 후엔 남편이 살림을 도맡았어요.
저는 요리를 좀 하고 좋아해서 요리를 맡았는데 아이들 낳고는 애들거 해먹이기도 바빠서 우리껀 거의 시어머니손에 얻어먹거나 시켜먹었는데 요즘 다시 요리하기 시작했어요.
반년 정도는 살림도 모르겠고 그냥 자주 아픈 둘째 케어하며 지냈는데 그동안 남편이 맞벌이때와 똑같이 집안일 다 했어요.
애들 먹이고 있음 우리 먹을 저녁 남편이 퇴근해서 차리고
첫째 목욕은 남편이, 둘째는 제가 씻기고
설거지는 남편이 했어요. 침실청소랑 청소기 돌리기도요.
욕실청소, 분리수거, 쓰레기통 비우기, 음쓰 버리기는 남편이 평생 안시키겠다고 하더니 결혼 만7년차 지금까지 한번도 저 하게 놔둔적 없어서 지금도 여전히 그래요.
그래도 반년쯤 지나니 내가 그래도 전업으로 전향했고 이만큼 여유가 생겼는데 남편도 좀 편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설거지부터 내가 하겠다고 했더니 자긴 정말 괜찮대요.
저도 정말 괜찮다고 내가 한다니까 최신형 식세기로 바꿔주고 애벌은 그래도 자기가 하겠대요. 차려줬는데 갖다 담그고 치우는 건 자기가 하겠다고..
그래서 남편이 불려두고 애들 재우러 들어가면 제가 식세기 돌려요.
이제 청소도 제가 하기 시작하니 로봇청소기를 최신형으로 바꿔줘서 흡입 물__질 동시에 하고 __ 세척해서 열풍건조까지 다 되니 물통만 제가 씻어둬요.
빨래는 제가 낮에 돌려두면 밤에 애들 다 재우고 같이 넷플보면서 개는데 자긴 작은건 잘 못개겠다고 해서 아이들껀 제가 어른껀 남편이 개게 됐어요.
살림은 거의 할 일이 없고 제 주된 일은 가족들 먹을 요리랑
둘째아이 목욕 그리고 육아 정도예요.
특이사항은 둘째 아이가 올해 4살인데 안먹는 아이라 어린이집을 12시반에 하원시키니 저에게 자유시간은 오전 3시간. 그리고 둘째 낮잠 시간 2시간 정도라는 거예요.
이것때문에 시어머니도 아이 둘 보는 것만도 벅찬데 살림은 계속 도우미 쓰라고 하시고
남편도 많이 도와주는 것 같아요.
어제는 문득 이게 당연한 게 아닌데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장 관두고 바로 살림 다 넘겨줄 수 있었는데
자기가 나한테 시간을 주고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오래 다녔고 내 의지보단 상황에 밀려서 관둬서 자기가 바로 살림 손 다 떼고 나를 닥달했음 너무 서럽고 우울했을 거 같다고 고맙다 했습니다.
정말 퇴사 후 반년 넘게 이전과 똑같이 남편이 살림 다 살았거든요..
그랬더니 남편이 아니라고 당연한거라고 난 아직도 자기가 회사 관뒀다고 혼자 살림 다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다려준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 거래요.
잘 안먹는 아이들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거 잘 안다고
살림은 자기가 퇴근하고 해도 된대요.
저 낮에 라면 자주 먹는다고 혼자 먹어도 잘 챙겨 먹으라고 저녁 먹은거 다 치우고 다음날 저 먹을 요리도 종종 해줘요.
첫째 아이 낳고 일년 넘게 육아휴직 중일 때도 점심시간이면 꼭 전화와서 밥 먹었냐고 뭐 먹었냐고 설거지 같은 거 하지말고 담궈두라고 했고, 주말전날밤이면 손님방 가서 혼자 편하게 자라고 새벽에 아이 깨면 자기가 우유주겠다고 하던 남편이라 믿고 둘째 낳았는데 여전히 이렇게 위해주니 넘 고맙고 나도 노력해서 잘해야겠단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아이들 낳고 지금까지 회식하면 9시면 일어나서 집에 오고 친구들이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오면 저에게 묻지도 않고 오늘은 못나간다고 거절하곤 저한테 잘했지? 칭찬해달라고 해요.
항상 미리 약속하기 전에 저에게 먼저 물어보고 허락을 구해요.
그러면서도 제 친구들 만나는 건 언제든지 가도 된다고 말하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남편이 이런건 시댁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전 사실 늘 하느라고 해도 부모님 걱정 들으며 평범하게 자랐는데 시부모님은 아들에게 늘 칭찬만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좀 이상하고 낯설었는데 이제 남편의 저 평온함과 긍정적인 생각은 시부모님 덕분이란 생각이 들어요.
시부모님이 저희한테 하신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게 나는 자다가도 너희 생각하면 기분이 좋고 밥 먹다가도 너희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잘 살아줘서 고맙다. 였어요.
아무것도 안했는데 이런 칭찬을 들으니 저는 인상 깊게 남았어요.
신혼때 명절에는 거실에 앉아있는데 시집에 오면 앉아만 있어도 피곤하다 방에 들어가서 한숨 자 라고 하신 분들이에요. 진짜 떠밀어서 침실에 누워있었고요.
시댁 가서 설거지는 남편이랑 같이 딱 한번 해봤습니다. 어머님 관절 안좋다고 하셔서 한 번이요.
시댁 가면 항상 시어머니 아버님 같이 요리해주시고 남편이나 어머님이 설거지하면 아버님이 커피 내려주세요.
친정 가면 남편이 장모님 잘 먹었다고 설거지는 자기가 한다고 엄마 밀어내고 설거지 하고요.
요즘엔 명절 연휴에 아이들 데리고 놀러가자고
명절 전 주말에 양가랑 식사하고 명절엔 쉬기도 해요.
나중에 다시 일자리 못구하고 평생 이대로 집에 있게 되면 어쩌냐고 아이들은 다 크면 지금 내 역할은 필요없을텐데 걱정했더니 남편이 했던 말도 가슴에 남았어요.
두번의 임신기간 입덧하고 멀미하면서 직장 다니고
결혼 7년만에 빚 다 갚고 우리집 장만 끝낸 건 다 자기덕이라고 자기는 평생 벌 돈을 이미 다 번거라고 재취업은 안되면 그만이니까 부담갖지 말래요.
돈은 자기가 풍족하게 벌어다주겠대요.
집도 공동명의로 해둔 상태인데 다음집은 저 단독명의로 해도 상관 없대요.
남편과 연애를 4년 했는데 남편은 밤11시가 넘으면 제가 있는 곳 근처에 차를 대놓고 기다리다 제 약속이나 야근이 끝나면 저를 집에 태워주고 가던 사람이었어요.
밤에 택시 위험하다고.. 연애초부터 그랬는데
전 연애초에 온마음 불살라 잘해주다 점점 자기 패턴 찾아가던 연애를 앞서 몇번 해봤기에 별로 크게 평가하지 않고 받아왔는데 정말 한결 같았어요.
2년쯤 지났을 때 남편이 자긴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진다고 해서 그때도 감동했던 기억이 나네요.
남편 자랑 한번 해봤어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