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4년 공보의3년 인턴 1년 레지던트2년....만으로 10년을 사겼고 횟수로는 12년을 사겼습니다.......
23에 시작한 동갑내기 연애였습니다.....
저는 공부 때문에 힘든 남자친구를 다독여줬고 남자친구는 취업 때문에 힘든 저를 다독여줬습니다....
직장 끝나고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와, 공부 한다고 도서관에서 사는 남자친구 몰래 도시락을 싸들고 찾아가 둘이 벤치에 앉아 먹으면서 그렇게 내조하며 연애 했습니다......
둘 다 타지에서 서울로 학교를 왔고,직장을 다녔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에서 지난 10년동안 저희는 서로에게 가족 그 이상이였습니다.
그렇게 십년입니다.
서로 직접적인 몇살에 결혼하자라고 얘기를 꺼낸적은 없지만 저는 당연히 결혼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대생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집안이 이제 피겠다고 손뼉을 치며 좋아하던 엄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 소식이 없으니 '니 남자친구는 언제쯤 그쪽 집 부모님 보여준다냐?' '내 딸이 뭐가 부족하다고 그쪽 집 사람들은 그렇게 얼굴 한번 안 내비치고 비싸게 구니?'라고 말씀하시면서 저한테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로 눈칫밥을 주셨습니다....
어쩌면 저는 남자친구가 저랑 결혼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작은 가능성을 회피했는지도 모릅니다....
간접적으로마나 결혼을 확인 받고 싶은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이번에 ㅇㅇ이 식 올린대.....너랑 같이 오라더라'라고 넌지시 친구의 결혼 소식을 건네보기도 했던것 같습니다......
그러면 남자친구가 '우리도 이제 슬슬 결혼 준비 할 때 되지 않았나?' '인턴 끝나면 우리도 식 올리는거 어때?'라는 당연한 대답을 해주기를 바랬습니다....
몇번이나 친구의 결혼소식을 전하며 눈치를 살피고 운을 띠어봤지만 제가 원하는 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불안하지만, 지난 세월들이 헛튼일 시간이 아니였다는 믿음과 남자친구를 향한 사랑으로 계속 만났습니다........
곧 32살...부모님의 성화와 친구들의 '너희 커플은 결혼 소식 없니?'라는 빈정거림에 마지못해 자존심은 뒤로 하고 남자친구에게 결혼 얘기를 꺼냈습니다....언제 프로포즈해줄꺼냐고....
전문의 따고 2,3년뒤에 해도 좋으니 '너랑 꼭 결혼을 하겠다'라는 확답을 받고싶었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네.... 어쩌면 제가 예상하지만 두 눈으로 확인하기 싫어서 끝까지 미뤘던 반응인지도 몰라요.....그 뒤로 결혼 재촉얘기로 작고 큰 언쟁이 몇번 오갔고 저희는 헤어졌습니다....
그럴꺼면 헤어지자는 말은 제가 먼저 꺼냈지만 차인거나 다름이 없어요.......
잡을줄 알았는데....잡질않더군요...
남자친구의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결혼 얘기만 나오면 시종일관 남 일 얘기 하는듯이 무관심한 그 태도에 제가 지쳤습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그 태도보다 지난 10년의 세월에 지쳤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10년 동안 확실히 말을 못하지만 끙끙 앓으면서 눈치살피며 청혼을 기다려왔어요........
눈물이 펑펑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덤덤하더라고요.......
저놈때문에 내 딸 혼기 꽉 차서 어떡하냐,그렇게 헌신하더니만 너 헌신짝 다 됐다,가운 입었다고 조강지처 버리는것 좀 봐라,그 새끼 내 앞에다 데려와라................세상에 알려서 조강지처버린 놈 의사못하게해야한다......
그 뒤로 딱 4달 뒤에, 남자친구는 7살 연하의 같은 의대 여자후배랑 연애중을 띄웠습니다.....
부모님의 분노,10년을 사귀고 차였다는 사실 그 모든것들 보다도 화나는건 저만 상처 입었다는 사실입니다.......제 10년을 그사람에게 바쳤는데 그게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나이와 주름만 늘었는데 그 사람은 더 높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람은 하나도 타격을 입지 않은것 같습니다......
전남자친구를 더 이상 사랑하지는 않지만, 제가 필요하다고 울며불며 결혼해달라 매달려줬으면 좋겠거만 새로운 여자친구랑 행복해보입니다.....
마치 제가 헤어져달라고 말하기를 바란 사람 같았습니다.....
저는 가장 예쁜 20대를 그 남자에게 모두 바쳤습니다.....제 10년은 누가 보상해주나요?
그가 보상해주나요? 그 부모님이..???
저는 잃어버린 세월과 사람을 어디 가서 억울하다고 말해야 하나요......
목적 없이 적은 글입니다..... 고해성사 하는 기분으로요................
그래도 쓰고 나니 속은 시원하네요..............
이 글 읽는 판 분들은.....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는 속마음을 외면하지 마세요.......
헌신하고도 헤어질까 두려움에 상대방의 진짜 속마음을 보는것을 피하고 뒷걸음질만 치다가는 저처럼 시간을 날리게 됩니다....
헌신하지마세요..... 내조도 하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