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상 제가 일을 그만두고 남편이 일하는 지역으로 내려와 살림을 합치며 얼떨결에 결혼을 하게 됐어요. 저도 해당 지역에서 자리 잡고 살려고 하고 10년간 안 쉬고 직장생활해서 올 한해만 조금 쉬어가려고 해요.
이미 남편이 살던 집에 제 짐을 둔 거라 그냥 룸메이트 느낌이지 신혼 느낌도 안나고요. 하나도 즐겁지 않아요.
시댁 어른들하고 소통도 잘 되지 않아요. 이미 작년에 저희가 식 올리기 전에 내년(그러니까 올해죠) 초에 먼저 살림을 합쳐서 살겠다고 말씀 드렸고 상견례까지도 해놓고 자꾸 왜 벌써 둘이 같이 사느냐고, 자기들은 저희가 1-2년 뒤에나 같이 사길 바랐다며 계속 이야기 번복하고 심난한 소리나 합니다. 상식적으로 1-2년 뒤에 같이 살길 바라면 작년에 왜 상견례를 하나요?
이미 혼인신고도 해버렸는데 치약이나 칫솔 하나 사는 것도 눈치보여요. 남편은 싸구려 치약/칫솔 아무거나 쓰고요. 저는 저금 돈이 들어도 치아 잘 닦이는 칫솔만 써서 이왕 사는 거 남편 것까지 샀는데요. 제 것만 사서 자기에게 강요하는 것 같대요. 물론 제가 모아둔 돈이 남편보다 훨씬훨씬 많아서 제 돈으로 사는 거예요.
방금도 제가 수납공간이 부족해서 빈 공간에 둘 원목 서랍장 하나를 구매해서 도착했는데 자기한테 상의도 없이 구매해서 마음에 안든다며 툴툴 거리더니 결국 아무 물건이나 휙휙 서랍장에 던지듯 올려서 오늘 산 수납장이 패였어요.. 백만원이 엄어가는 서랍장인데 미안하단 소리 하나 안하더라고요. 구매 링크까지 보내준 건 아니지만 수납공간이 필요하니 어떤 사이즈의 서랍장 사겠다고 말만 했거든요. 그때는 흔쾌히 그러라고 하더니.
혼인신고하고 같이 사니 이렇게 싹 바뀌네요. 혼인신고 전에는 다 맞춰줄 듯 굴고 다정하게 굴었는데요. 지금은 무직이고 물론 무척 힘들겠지만 마음 먹으면 다시 서울 올라가서 자리 잡고 복귀할 수 있는데 그냥 이혼할까란 생각이 들어요.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대화하며 맞춰야하는 걸까요.. 너무 마음이 복잡해요. 혼자서도 즐겁게 잘 살고 있었는데 제 인생을 다 망쳐버린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