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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둥이의 딸1

진성 |2004.03.14 07:41
조회 164 |추천 0

여인의 부모는 문둥이였다.나는 그 문둥이의 딸을 사랑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내가 그녀를 사랑하게 됐는지,어떻게해서
바다만큼이나 깊은 슬픔과 고라니 눈망울처럼 순수함을 간직한
그 눈동자에 돌이킬 수 없이 빠져들어 그녀의 끝없는 한과 슬픔이
온통 내 감정을 지배하게 되었는지,오랜 시간 스스로에게 수 없이
가졌던 의문이었지만,아직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병은 천형처럼 여겨진 무서운 병이었지만 그녀가 문둥이도 아니었고,
그 몹쓸병이 부모에게서 자식한테로 유전되는 천벌도 아니었지만,
그런 사실은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에겐 문둥이나 문둥이의 딸이나 한 값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문둥이와 문둥이 아닌 삶의 경계에서 힘겹게 살고 있었다.
문둥이가 아니었기에 문둥이 부모들과 살 수 없었고,문둥이 자식
이었기에 세상 사람들에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썩어 문드러지는 몸뚱아리라지만 문둥이 부모도 그 자식도 서로의
몸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한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문둥이의 한과 문둥이 딸의 한이 고스란히 그녀의 가슴에 두고 두고
쌓여 갔고,자라면서 세상을 향한 미움과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그녀의 눈망울은 점점 슬프도록 검은 빛을 띄고 있었다.

새 생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문둥이 부모로서도 어쩌면
바라지 않았던 일이었는지 모른다.그 험하고 삭막한 곳에서
더구나,임신 가능한 병자들에게 정관 시술을 적극 장려하던
그 당시의 상황에서 여린 한 생명이 탄생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기도 했지만,그녀의 부모에게나,세상에게나
축복받지 못한 또 하나의 문둥이 아닌 문둥이일 뿐이였다.

세상의 온갖 멸시를 받았던 추한 모습의 문둥이부모에게서
그토록 예쁜 아이가 어떻게 태어 날 수 있었는지,그 또한 신기한
일이었지만,부모의 한을 안고 태어나서인지,문둥이 부모의 썩어
문드러지는 살갗에 대한 하늘의 보상인지,세사람 몫의 아름다움을
혼자 간직해서인지,얼음처럼 매끄러웠던 아이의 피부는 유난히
하얗고 깨끗하였다.아이는 서럽게 서럽게 아름다웠다.

세상의 공기를 처음 마시면서부터 부모에게서 떼여져,
외할머니의 손에 키워진 아이는 이미,꼬맹이 때부터
세상의 모든 슬픔을 눈에 담고 있었다.
한달에 한 번 작은 섬의 부모를 만나러 가던 아이는
세상,그 어떤 여자아이보다 이뻤지만,그 어떤 어른보다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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