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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언어폭력으로 괴로운 건 나..

35 |2023.10.06 11:36
조회 5,674 |추천 27
근 10년 만에 톡을 써보네요 
꺼내고 싶지 않지만 이렇게 살고 싶지도 않아서, 다른 분들과 이야기 해보고파서 익명으로나마 써보네요
집은 어려웠고, 아버지는 늘 하는 일마다 안됐고 도박도 했고, 그때마다 엄마에게 손을 벌리거나 몰래 대출을 했고 결국 나중엔 개인회생까지 했죠 아버진 심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게으르고 무능력했고, 그냥 세상에 무해한 동물 같았어요, 동물은 악의가 없잖아요 다만 인간, 한 가정의 아버지라고 보기에는 한없이 무책임하고 한량같은 그런 사람이었죠
덕분에 가정에는 불화가 끊이지 않았고, 기억에, 중학교 여름방학 내내 집에 안 들어가고 한살터울 여동생이랑 놀이터에만 나와 있었던것 같아요 싸우는소리가 듣기 싫어서요
엄마는 남아선호사상 강한 할머니 밑에서 8살부터 밭일을 하고, 큰오빠한테는 맞아가면서 컸어요엄마 역시 심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힘든 삶 속에서 마음에 여유란 걸 누려본 적이 없겠죠? 어린 나이에 그걸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엄마는 삼남매를 키우면서 단 한번도 일을 쉰 적이 없었어요 아빠가 사고친 것 뒤치닥거리, 시댁 뒤치닥거리를 하면서요
제가 조금 크고 나서는 이렇게 계속 힘들어하며 살거면 아빠랑 이혼하라고 했지만, 그럴 용기는 없어 보였어요. 애 셋을 데리고 홀로 되는건 자신이 없으셨던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말했던 거에는, 엄마 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도 있었어요 동생 둘은 엄마에 대해 크게 미움이 없지만, 저는 많거든요왜냐면 엄마는, 지금 생각해보면 첫째인 저를 딸이라기보다는 그냥 '같은 여자'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어린 아이에게 모질게 대하고, 본인의 부정적 감정을 서슴없이 표현했던게 아닐까 생각해요저는 어릴적부터 차분하고 딱 첫째같은 애였어서 그런지, 제가 상처받을 수 있는 어린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저에게 유독 정말 독기가 가득한 말을 서슴없이 뱉으셨거든요 
굳이 어떤 문장을 떠오르기보다는, 그냥 말 자체에 늘 화와 분노가 있었고, 그 분노가 가득찬 에너지를 제가 늘 받았던 것 같아요 특히 유독 저에게요 그래서 전 엄마가 분노장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중 가장 기억나는게제가 이 집을 제 집처럼 여기지 못하다보니, 늘 새로운 가정과 새로운 제 남편, 사랑하는 반려자 만나는게 어릴적부터 꿈이었어요. 늦다면 늦은 나이에 첫 연애를 했는데, 밤11시 쯤이었나, 전화가 왔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야이 __아 너 지금어디야? 왜 쳐 안들어와?" 라고 막 소리치는걸 옆에 남자친구가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놀랄 말인데, 놀랍게도 그 당시에 저는 되게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은듯 그 전화를 받았어요 그런 말투와 욕과 성남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서 제게 상처가 되지 않은 건 아니구요. 
그리고 두번째로는 그 첫 남자친구와 3년 반쯤 만나다 그 친구의 환승으로 헤어졌어요. (물론 2개월만에 싹싹빌고 다시 1년을 매달려왔는데 안받아줌)
어쨌든 그때 첫 연애에 첫 이별이었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일주일 내내 밥을 한끼도 못 먹고 원래도 마른몸에 일주일상간 오키로가 빠질 정도로.. 아무튼 제 인생 최고로 힘든 시기였어요.
그랬는데, 아직도 제 마음에 사무치는게엄마랑 또 무슨 대화를 하다 다투는 말이 나왔는데 저한테 하는말이"너가 이러니까 널 두고 바람이 나지" 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자세한 문장이 기억 안나는데, 아무튼 바람 핀 원인은 너에게 있고 잘못이 너에게 있다 라는 말이었어요
그때 너무너무 상처 받았는데 엄마 앞에선 눈물 한방울 안 흘리고 방에 들어가서 가슴을 치면서 울었어요그리고 그때 제가 제 스스로 제 마음으로 선언하고 다짐했어요절대로 나한테는 부모가 없다구요 내가 지금 당장 겪는 이 감정으로 저년을 때릴수도 없고 죽일수도 없는데그렇다면 내가할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저 말에 상처받지도 말고, 그냥 저 존재 자체를 제 마음에서, 제 인생에서 지우는 것 그것만이 제가할수 있는 복수였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다짐 했었고저 사람의 슬픔, 기쁨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살고자 했어요. 실제로 그렇게 살았던 것 같고.
저는 엄마랑 장보러 가거나 그런 기억이 별로 없어요 
전 엄마 앞에서 무뚝뚝한 딸이었겠지만, 밖에서는 사교성도 좋고 잘 웃고 친절한 아이였어요. 성인이 된 지금도 남들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 알 수 없는 불안함, 낮은 자존감, 등등 제 안에 일반적이지 못한 감정들이 많이 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는듯 해도 어울리지 못하고, 때론 우울에 젖어 있기도 하고, 자신감이 없어 하기도 하죠
어릴땐 몰랐는데 크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당했던 것이 언어폭력이 아닌가 생각되고내 불안한 정서적 원인의 근본이 거기에 있지 않았나 싶고
전 가난한 것에 대해서 부모를 원망해 본 적은 한번도 없어요 어쩔수 없었다 생각하구요그렇지만 물질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어떤 것에도 의지할것이 없었던 어린 시절이, 지금의 독립적이고 조금 딱딱해 보이는, 여유가 없는 사람으로 나를 자라나게 하는 원인이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생각하니 저 자신이 가여워지고 저 자신을 조금 더 스스로 다독일 수 있게 되더라구요
제가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이제는 옛보다 아빠가 조금 정신을 차렸고, 엄마도 일을 쉬고 계세요 더 여유가 있어진 건 아니지만 더 이상 사고를 치지 않으니 멈춰설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엄마는 마음의 여유를 찾으니, 이제 저한테 정서적 엄마 역할, 그리고 정서적 딸 역할을 바라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그것이 어색하고,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세월이 흘렀고, 때에 따라서는 집에 돈도 보내고 꽃도 보내고, 선물도 보내요 자식으로서 그런 도리는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저에게 집에 자주 안 온다고 서운해 하거나, 제 결혼이라든지 제 인생에 관여하고 한마디 하면 제가 발작 버튼이 일어난 듯이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어요
얼마전에도 다툰 이유가, 제가 오래 만난 남자친구가 있는데 아직 형편상 서로 결혼을 미루고 있거든요 돈을 모아서 하자고. 
그런데 명절에 같이 티비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툭 앞뒤 없이 "넌 계획 없냐" 라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모른 척 뭐가? 하니, 결혼 계획 없냐고 하는데, 제가 수없이 돈 없으니 모아서 할 거라고 했고, 집에서 보태줄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간섭 하냐고 했었는데 또 묻길래, (묻는 말투도 부드럽게 묻는게 아니라 짜증스러운 말투로..)
엄마 결혼 아니고 내 결혼 아니냐고, 왜 남의 결혼을 자꾸 간섭하냐고 하니또 남 결혼이라는 말에 꽂혀서 뭐라 하면서, 다른집 딸들은 다 결혼하고 청첩장 가져오는데 어쩌고 결국 그게 부럽다는 건데그 부러움 때문에 내가 엄마 인생도 아닌 내 인생에 중요한 문제를 두고 결혼을 해줘야 하는 거냐고 하니,
막 지랄 발광하듯이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리면서 죽고 싶다고 막.
그러면 니가 엄마를 위로해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대요. 
그 말에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나한테 위로를 구하는 건 알겠어요, 근데 나는 누구한테 위로를 바래요? 나는 그런 큰 사람이 아닌데. 나도 내 인생이 힘들고, 나도 내몸 하나 건사하며 살아가기 힘든데 내가 누굴 위로하냐고 제가 되려 소리치고 집 나왔거든요 
제가 나쁜 딸인가요? 힘들게 살아온 엄마니까, 딸인 제가 참고 엄마를 위로해드려야 하나요?
저도 그런 그림이 됐으면 좋겠어요근데 그러기엔, 저도 너무 상처가 많고, 저도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건데 본인 위로해주려고 태어난거 아니잖아요그런 본인은 어렸던 저를 위로해 준 적이 없는 걸요. 
딱 제가 할도리만 하는데, 그마저도 엄마는 더 큰 감정적인, 정서적인 교감을 원하는것 같아서 거기에서 제가 너무 힘들어요 전 절대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근데 이게 저의 영원한 트라우마 같아요결국 부모에게 근본적으로 이런 마음이 있다보니, 사실 제 마음이 더 따뜻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살수 있음에도 제 안에 뭔가가 갇혀서, 제 인생이 불행한 것 같아요부모에게 못 하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에게 더 친절하고 행복하게 대하겠어요
저 자신을 위해서도 화해를 하는데 결국엔 행복할 거라는 걸 알지만쉽지가 않아요
긴 글이었는데 읽어주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어요어딘가에 주저리주저리 쓰고 싶었어요
다른 분들이라면 어떻게 생각 하세요. 의견이 궁금합니다. 
추천수27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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