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시친의 화력으로 인해 주제와 맞지 않는 잘못된 게시글을 쓴 점 양해부탁드리며 긴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위 빅5 대학병원 중 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중환자실 간호사입니다.
정부의 의대증원 발표 이후 저희 병원도 지난 주말부터 인턴의 사직, 업무 중지 그리고 금일 22일부터 전공의분들도 파업을 시작해... 현재 인턴, 전공의 부재로 해당 진료과 교수님과 펠로우 선생님들께서 그 공백을 잠깐 봐주고 계십니다.
하지만,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부서의 진료과가 필수과(흔히 바이탈과)인만큼 기존 전공의 수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파업기간 동안 교대하는 전공의 수도 부족하여... 금일부터 잡혀져있던 수술 및 시술 대부분은 대부분 취소가 되었고 최소한의 일정만 진행할 예정입니다.
파업 전 미리 직원들에게 협조전을 보냈으나 인턴, 전공의의 공백에 따른 업무 분장 또한 명확하지 않은채 하루 하루마다 업무지침이 바뀌는 등 혼란이 오고 그 공백의 여파를 고스란히 병원에 남아있는 저를 포함한 다른 간호사분들 그리고 타 직원분들께서 나누어 짊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 외래 예약 잡기만 6개월이 걸릴만큼 하늘의 별 따기로 유명한데... 그래서 그런지 늘 외래 시작 전 저 멀리 각 지방에서 올라오셔서 새벽부터 줄을 선 채로 쪽잠을 주무시는 여러 환자분들과 보호자분을 봐왔습니다. 그런 환자분들께서 지금 현 의료공백으로 인해 수술 취소와 무기한 연기로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만약 잘못될 경우... 출혈으로 인한 의식불명 및 사망까지 위험이 있어 환자분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은 물론이고 자신의 생명까지 어찌될 지 모르는 이 상황을 고스란히 떠안을 것을 생각하면 참 막막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당장 인턴, 전공의 부재로 수 많은 환자들이 입원해있는 병동의 경우 처방부터 시술, 의료인 동행, 처치 등 그들이 해야할 일들을 하지 못하고 불가피한 경우 전문간호사라는 인력을 통해 이 공백을 메우려고 병원은 고민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업무 개시를 하려고 합니다.
물론 중환자실에 근무하다 보니 현장에서 인턴 및 전공의 선생님들, 전문의 교수님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 속에 일하는지 충분히 느끼고 있으며 최대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환자의 생명을 같이 지키려고 노력하고 협업 하며 사명감 하나로 중환자실 환자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의 파업과 의료공백으로 인해 제대로 대책이 강구되지 않은 혼선 뿐인 이 현장에서 남겨진 환자분들과 그 속에서 일하는 저와 같은 간호사 분들 및 타직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당장의 근무부터 벌써 걱정입니다. 어떻게서든 이 힘든 상황에도 환자분들에 대한 간호는 반드시 해야할 일임으로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사실 지난해 간호법 이슈가 있던 시기 제가 간호사 임에도 불구하고 제 직업으로서의 권리와 같은 꿈을 꾸는 미래 선생님들께 한 목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현업만 그저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PA간호사라는 말은 들어보셨을테지만... 수술방 보조, 대리 시술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붉어지면서 간호사-의사의 명확한 업무 분업화와 간호 인력,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발의했던 간호법 발의시기...저는 제대로된 파업 및 동참도 못했고 결국 간호법은 의사분들과 정부의 반발로 제정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때 간호법으로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 파업 동참할 경우 그 사람의 근무 공백을 다른 동료 및 선•후배 선생님들이 메워줘야하며...인력 공백은 부서에서부터 크게는 병원까지 업무의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각 부서장 및 대표 선임 간호사분 몇 분들만 참석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처럼 언론에서 기사화 되는 의료 공백 없이 누군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해주었으며, 그 덕분에 병원은 무리없이 운영할 수 있었고 그 시기를 지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이슈 속에서 중환자실에서 퇴근 하는 길인 오늘로서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현업에서 열심히 사명감을 가지고 일만 했던게... 지난 중요했던 시기에 제 동료들•선•후배들과 같이 목소리를 못냈으며 지금 우리의 미래를 못 지켰던 걸까? 라는 후회와 많은 생각이 듭니다.
나이팅게일 선서 중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을 다하겠습니다.’ 와 같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써 인정받은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물론 직업적인 미래와 국가적 갈등 상황에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동참과 어느정도 행동이 필요한 것은 동의합니다.
그러나, 생명의 기로 앞에서 무엇보다도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받아야 하는 수 많은 환자분들을 남겨두고 꼭 떠나야만 했는지와 대책이 불분명한 상황과 혼란, 혼선만 커져가는 이 현장에서 누군가는 그들을 대신해서 병원 운영과 남겨진 환자분들 그리고 가족분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의사로서 미래를 지키기 위해 당장의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내버려둔채 현장 밖에서 결의를 다지는 방법이 결국 최선인건건지... 앞으로의 그 피해는 고스란히 누가 짊어질 것인지... 참으로 허망하고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