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월 쌍둥이 임신 후 출산휴가, 육아휴직도 미처 쓰지 않은 채 생각보다 너무 이른 12월에 조산했어요. 이제서야 틈이 생겨 의견을 구해 보고자 글 써봅니다..
모바일이라 오타는 양해 부탁드려요.
출퇴근 거리는 경기 남부~서울 서초로, 대중교통으로 편도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거리예요.
저는 결혼, 임신 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뱃지를 보지 못할 수 있으니 차라리 앉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임산부 배려석은 꼭 비워뒀고, 일반석이어도 배려해 주곤 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분들께 제 자리 양보를 바란 적는 없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임산부 배려석에 배려 받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배가 나오기 전은 물론이고, 쌍둥이라 그런지 말랐던 몸 때문인지(?) 16주 이전부터 배가 빨리 나오기 시작했지만 일반 승객분들에게서 양보는 한 번도 못 받았습니다.
지하철은 사람이 붐빌 땐 앞뒤 안 보고 밀치는 상황에 위험했던 적이 있어 이용하지 않았고, 광역버스만 이용했어요. 광역버스 맨 앞 줄 2~4자리는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광역버스는 아무래도 맨 앞자리를 다들 선호하셔서 탈 수 없었고, 이상한 습성으로 중간에 타신 분들도 창가쪽에 짐을 두고 복도쪽에 앉아 계셔서 안쪽에 좀 들어가겠다고 하면 의자에 짝 붙어서 레그룸을 넓혀 주는 정도? 배가 나온 상태에서 그렇게 비켜 주시면 들어가기 힘들고 아파서 서러웠던 적도 많아요.
사실 조산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고, 최대한 23년까지 다니려고 고집을 부린 탓에 회사에선 출퇴근 시간 조정, 재택근무 등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재택근무 들어가기 전 출퇴근 시간을 덜 붐비는 시간대로 옮겨 주셨는데, 그때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같은 기사님을 출근 버스에서 만났어요.
이상하게 어느 순간부터 제가 탈 때 맨 앞자리가 꼭 하나씩 비어있어서 의아했어요. 그러다 어느날 제가 맨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을 여시면서 앞에 앉아 계신 분께 양해를 구하고 계시더라구요..
"앞쪽에 앉아 계신 분, 죄송하지만 여기 임산부 타실 거라서 자리 좀 옮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이후 자세히 보니 제가 줄에서 좀 뒤쪽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도 버스 정차하시면서 쓱 훑으시며 저를 먼저 찾으신 다음, 저를 보시면 앞쪽 승객분께 말씀을 하고 계신 거였어요. 제가 뒤쪽에 있어서 앞에 타시던 분이 미리 비워둔 자리에 또 앉아 버리셔도 다시 양해를 구하시며 뒤에 임산부 타신다고..
휴직 들어가기 전에 기사님께 편지와 사례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급격히 배가 나와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재택근무 시작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아침에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한 날 조산해서 기사님께 아무 인사도 드리지 못 했어요.
이른둥이 케어에, 육아에 치이고 보니 벌써 반년이 흘렀는데 그 분이 아직 같은 시간에 근무를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버스 회사 통해서라도 기사님께 마음 전달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크진 않아도 작게 나마 마음 표현하는 거 오지랖일까요?
임신 기간 중 유일하게 배려 받은 경험이라 저에겐 소중하고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