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읽어주시고 댓글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게 달린 악플에 깜짝 놀랐습니다.
솔직히 햇볕 아래서 한 시간은
우리가 가을운동회 준비할 때도 그 이상은 하지 않았나요?
난방이 들어오지 않아 동상이 걸릴 정도의 추위를 집에서 겪는 경험은
별 게 아닌가요?
전 가난한 부모님이 원망스럽다가도 어떻게든 살아보려 몸 사리지 않고
이일저일 하는 모습을 보며 서로 아끼고 사랑했는데
A는 왜 그럴 수 없는 걸까요?
심지어 A는 저보다 5살이나 많습니다.
5살 어린 제가 겪은 피부가 얼도록 시린 가난은 이해받을 수 없나요?
파혼? 네, 감수하겠습니다.
가난하게 살았지만 자존심은 있습니다.
대신 사과는 딱히 할 필요 없을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쓰셨네요, 상처는 상대적인 거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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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 예약까지 했는데
제가 한 말 때문에
결혼을 다시 생각하고 싶다고 합니다.
제가 상대가 파혼을 고려할만큼 말실수를 한건지
객관적인 의견을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대로, 약혼자는 A로 표시, 성별은 쓰지 않겠습니다.
우선 저와 A는 가정환경이 아주 정반대입니다.
저는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웠지만
가족간의 관계는 돈독하고 화목한 편입니다.
반대로 A는 경제적으로는 굉장히 유복하지만
가족간의 관계는 사무적이고 딱딱한 편이고 교류도 별로 없습니다.
서로 대화 코드도 맞고 가치관이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서로 갖지 못한 성격이 서로를 채워준다 생각했는데
결혼을 결정하고 진행하다 보니 뭔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가
며칠전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얘기를 하며
처음으로 서로 말다툼을 좀 심하게 했습니다.
저는 어려서 집이 많이 가난해서
학교에 납부해야 하는 것들이나 학원비 등을
늘 연체해서 지적을 당했고
또래 친구들이 먹고 입고 하는 것들은 늘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대학도 학자금 대출 받고 죽어라 알바해가며 다녀야했고
해외여행도 A와 연애하며 가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지원이 부실했던 만큼
당연히 부모님의 간섭 같은 것에선 자유롭긴 했습니다.
A는 아주 어려서부터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고
늘 좋은 것만 먹고 입고 하면서 살았다고 했습니다.
대신 본인이 원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에게 강요당하는 것이 많았고
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당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며칠씩 투명인간 취급 당하거나
욕설만 없을 뿐이지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들으며 자랐다고 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쓰자면)
제일 심하게 겪은 일이 학습지를 약속한만큼 하지 못했다고
한여름 대낮에 정원에 나가서 1시간 서 있으라 했고
지금까지 힘들게 하는 햇빛알러지가 그때 생긴 것이라 합니다.
(전 난방도 잘 되지 않는 집에서 살아서 피부가 늘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작열감과 간지러움이 반복되는 피부병으로 한동안 고생했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다 요즘 세상에 아이가 자라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저:금전적 뒷받침이다,
A:물질적으로 좀 부족해도 사랑과 정서적 지원이 우선이다, 로
의견차이를 보였고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아래 부족함 없이 누리고 살았고
결국 그 덕에 원하는 만큼 공부하고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건데
성인이 되고 결혼할 나이가 되서도 부모님을 원망하는 모습이
제 기준에서는 너무 철딱서니가 없는 것 같아서
"네네. 다 누리고 산 도련님/아가씨(성별에 대한 선입견 배제를 위해 두 단어를 모두 썼습니다)이 뭘 아시겠습니까." 하고
그날 언쟁이 끝났습니다.
그러고도 당일에 술도 같이 마시고
집에 들일 가전제품에 대해서도 상의하며
이틀간 별 일 없이 연락했는데
어제 만나서 계속 생각해 봤는데 그날 제가 한 말이
자신이 어려서 겪은 힘들었던 상처를 다 부정하는 것 같고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과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 않다며
파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해해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렇게 쉽게 결정하는 태도 또한
다 누리고 자란 사람의 철없고 이기적인 행동이란 생각이 듭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제 말이 파혼을 결정할만큼 경솔한 발언이 맞다면
A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 기회를 빌든
파혼을 하더라도 존중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의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