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 봉지라면 아시죠? 오늘 우리 부부의 야식 메뉴 였습니다.
이 라면 한 봉지가 이렇게 까지 파국으로 가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지금도 심장이 울렁거리고 식은 땀이 나네요.
배가 그닥 많이 안고팠던 저희 부부는 한 봉지로 나눠먹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봉을 와이프가 끓여와 함께 먹었죠.
와이프는 몇 젓가락 먹더니 턱이 아프다며 저에게 다 먹으라고 하더군요.
저도 그닥 배가 많이 고픈 상태는 아니여서 몇 젓가락 들고 말았는데, 다 먹으라던 와이프가 스파게티를 뒤적이더라구요?
그래서 '왜 뭐 찾아?' 물어보니 '마카로니'를 찾고 있더랍니다.
제가 다 먹었는데 말이죠.
애초에 10개정도? 들어있었고 골라먹은건 아니지만 와이프보다는 몇 젓가락 더 들다보니 다 먹게 되었어요.
그 뒤로부터 한참을 폭풍 젓가락질로 스파게티를 뒤집어 찾더군요.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식은 땀이 나고 체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하나 새로 끓여주자 라는 생각으로 하나 끓여주려니 절대 안먹고 한 입도 안먹을거니 끓이지 말라더군요.
하지만 가만히 있을순 없었어요. 너무 눈치가 보였고 마카로니를 찾는 분노의 젓가락질을 보자니 다시 해줘야 제 맘이 그나마 편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면은 없고 소스와 마카로니만 있는 스프? 같은 음식을 했습니다.
해서 가져다주니 안먹는다고 했는데 왜 했냐며 진짜 또라이다. 식탐 때문에 이혼한 사람들이 이해가 된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어릴적 참치나 스팸같은게 있으면 동생이 제가 집에 없을때 항상 다 먹어버리곤 해서 내가 숨겼던 에피소드가 있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제 솔직한 어린시절 이야기가 이런 경우에 약점이 되버렸어요.
어제 임신한 처제네 가서 처제 먹고 싶다는 랍스타 35만원짜리 시켜주고 식구라고 처제네랑 식사하면 항상 밥값도 제가 다 내고 했는데, 물론 스파게티와 연관은 없지만 나는 집에서 마카로니때문에 여보한테 그런 소리들으니 서운하다고 했어요.
참고로 저희 집은 외벌이에 와이프는 전업주부에요.
10살 딸도 있는데 저희 집은 항상 배달음식에 와이프가 집에서 하는 일이라곤 딸 머리 묶여주고 말려주고, 저녁에 캔맥주 6개씩 때리면서 틱톡 라이브하는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청소,빨래,운전은 무조건 제가 다 합니다.
이야기로 돌아와서 서운하다고 하니, 와이프는 '니 마음 편하자고 다시 끓인거지 뭐 내가 끓여달란것도 아닌데 괜히 해서 씽크대에 놔둔건 다 나보고 치우라는 거냐'며 눈 부라리며 뮈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제가 다 치우고 말 안통하니 자러 들어간다고하니,
'말하고 있는데 자기 무시하냐'며 말을 전혀 끝낼 생각을 도통 안해요.
언성이 높아져 서로 상처되는 말 들을 한 후 딸 아이가 깨서 거기서 스톱하고 겨우겨우 진정 시키고 방에 들어와 이 글을 씁니다.
평소에 같이 뭘 먹으면 아무래도 제가 남자다보니 먹는 속도도 더 빨라서 이런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각자 덜어 먹거나, 혹시 와이프가 더 챙겨 먹고 싶은게 있으면 미리 말해달라하고 뭐 먹을때도 항상 사소한거 하나라도 '먹어도 되?' 라고 물어보거든요.
치킨 먹을때 무 라던지, 짜장면 먹을때 단무지 라던지.
근데 오늘은 다 먹으래 놓고 왜 이렇게 까지 상황이 된건지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네요......
저를 꾸짖어 주시는 말씀이라면 얼마든지 수용하고 반성하고 고치겠습니다.
저희 부부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