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랜 최욱씨의 팬입니다(아마 매불쇼를 아는 사람은 '경춘선'이라는 이름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던 최욱의 목소리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그렇게 팟캐스트 시절부터 알게 된 매불쇼를 매일 보는 것으로 낙을 삼아왔습니다. 어느 날 처제가 이 방송 정말 재밌다고, 이걸 보는 낙으로 산다고 해서 그렇게 최욱과 매불쇼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얼마 전 방송에서 헤어진 정영진 씨와 다시 유튜브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날도 나는 한껏 웃을 준비를 하고 유튜브 방송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차마 같이 웃을 수 없었습니다. 주제가 '바람', 즉 배우자의 외도였기 때문입니다.
제겐 아주 오래된 친구 하나가 있습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습니다. 친구는 평소에 안 마시던 소주를 6개월간 거의 매일이다시피 마셨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용서가 안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혼을 하지 못합니다. 한창 입시를 치루는, 예민한 시기의 두 자녀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런 친구를 떠올리며 처음엔 혼란스러웠고 나중엔 분노했습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외도에 관대했습니까. 이게 과연 찬반을 다툴 소재일까요? 웃고 떠드는 코미디 쇼의 주제로 삼을만한 것일까요.
이제는 고인이 된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도 말합니다. 아내가 바람 피우던 날, 자신은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 바람은 무고한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살해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 누구도 살인을 소재로 웃고 떠들지 않습니다. 하물며 코미디 유튜브 방송의 소재로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내가 가장 좋아하던 방송인이자 유튜버인 최욱씨가 버젓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심지어 반응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최욱씨가 이런 소재를 가지고 방송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올린 방송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바람이 본능인 것처럼, 성적인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이들의 특권인 것처럼, 무엇보다 아무런 죄없이 인격적 살인을 당한 이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토론을 빙자한 코미디 쇼를 계속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두렵습니다. 특별히 정의롭지도 않고, 우정에 목메는 사람도 아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최욱 씨는 엄청난 '영향력', 즉 권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에게 대든다는 건 정말이지 무모한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최욱 씨가 진심어린 사과를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매일 같이 비판하는 그도 사실은 권력자입니다. 그런 그가 출연한 방송의 댓글들을 보면 마치 바람을 피우지 않는 사람은 능력이 없는 이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자신의 성적인 매력을 우쭐대며 '달랑달랑'으로 묘사하는 정영진 씨의 발언은 하나같이 쓰레기입니다. 그의 성적 취향과 자부심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의 배우자가 바람을 피워도 그렇게 웃으며 방송을 할 수 있을지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물론 최욱 씨는 그 방송에서 바람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 발언만을 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 조차도 방송의 연출이며 쇼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유튜브 방송을 제작하고, 그것으로 수익을 올리고 인기를 얻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쇼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다면 멈춰져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최욱이라는 방송인이 그토록 지향하는 바가 사람들을 '즐겁게, 웃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방송인 최욱 씨가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지금도 수없이 비탄의 시간을 지나고 있거나 앞으로 지나게될 또 하나의 드라마 주인공 '이선균'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감히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roo6CfpTKB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