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외도를 겪으며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여자를 사랑했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왜 그랬을까, 진심이었을까…
그놈의 사랑이 무엇인지 계속 그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부족했나, 내 자신까지 자책하며 저 자신을 갉아먹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일을 겪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영혼을 무너뜨리고,
한 가정을 산산이 부수는 선택에
감히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가족을 속이고, 자기 자신까지 속이면서 시작된 관계가
어떻게 사랑일 수 있을까요.
그건 욕망과 쾌락에서 출발한,
떳떳할 수 없는 관계일 뿐입니다.
그 안에는 책임도, 신뢰도, 죄책감도 없습니다.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약속도,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도 없습니다.
그저 각자의 결핍과 욕구를 채우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일 뿐입니다.
수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숨기며 이어졌던 그 관계는
겉으로는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실상은 언젠가 드러나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연결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이 드러나는 순간
그 관계는 우습게도 너무도 쉽게 무너졌습니다.
서로를 지켜주기는커녕
각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등을 돌렸고,
쌓아왔던 그 긴 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를 향한 공격의 선명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한때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조차
현실 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하는
비정상적이고 결핍된 관계일 뿐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이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온전한 관계가 아니었고,
시작도 끝도 온전하지 못한 관계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끝에 남는 것은
무너진 가정,
그리고 한 사람과 그 아이에게 남겨진
지워지지 않는 고통과 트라우마입니다.
저는 지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고통 속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밤이 되면 분노와 배신감이 다시 올라오고,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긴 시간을 견뎌야 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평범한 아내였고, 평범한 엄마였습니다.
아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했고,
가족 모두가 건강한 것에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아이를 돌이 지나자마자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시작했던 엄마였기에
늘 미안한 마음이 컸고,
그래서 쉬는 날이면 아이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습니다.
그저 주어진 삶을 믿고 살아왔습니다.
완전한 내 편이라 믿었고,
완전한 가족이라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고,
그의 말은 언제나 진심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설명되지 않던 불안과 어긋나 있던 순간들,
수없이 반복되던 거짓말과 점점 늘어가던 문제들 속에서
어쩌면 저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믿으려 했던 이유는
가정이 무너지는 것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외박과 이유 없는 잦은 술자리, 늦은 귀가를 따져 물으면
여러 핑계로 둘러대는 말들조차
그저 믿었습니다.
그러다 남편의 사업으로 갑작스럽게 생긴 큰 빚으로
1년 가까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온몸에 발진까지 돋았지만
그럼에도 저는 바보같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으며
오히려 그를 다독였습니다.
그 순간에도 그는
그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리고 굳게 잠겨 있던 휴대폰의 판도라 상자가 열린 그날 밤,
그 믿음은 단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그날, 저의 17년 결혼생활과 저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났구나 싶었습니다.
휴대폰 속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떨리고
세포 하나하나가 곤두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날 늦은 새벽,
남편의 차키를 들고 차로 가면서
무슨 정신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발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땅속으로 꺼지는 기분이었고,
걷다가 넘어질 정도였습니다.
상대는 가까운 지인이었고,
두 사람은 단기간의 만남이 아닌
수년 동안 저를 속이고 있었습니다.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저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설마… 아닐 거야…
그 의심이 확신이 되고,
그 확신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추궁했음에도
단 한 번도 진실을 말하지 않던 남편은
확실한 증거 앞에서는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울부짖고, 미친 듯이 소리치고, 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었고,
결국 남편은 그런 저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며 집을 나갔습니다.
그렇게 별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분노와 증오, 배신감 속에서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보다 더 슬픈 건
아이였습니다.
아이 앞에서는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아이는 그 모든 순간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묻지도, 티 내지도 않고 혼자 견디고 있었습니다.
눈물을 꾹꾹 누르며 엄마가 힘들어 보여서 슬프다는
그 한마디에
세상이 다시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아이와 서로를 꼭 안고
한참을 울며 약속했습니다.
오늘까지만 울자고.
머리로는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1년 넘게 별거를 하고, 상담도 받아보며
사실상 끝난 관계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미련하게
이혼이라는 것이
마치 몸의 일부가 뜯겨 나가는 것처럼
이토록 힘든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정말 바보처럼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1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습니다.
끝내지도 못하고, 다시 시작하지도 못한 채.
제가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사람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록은 충분히 냉정하고 정확했습니다.
그동안의 일들을 증거로 정리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면
사실과 책임은 분명히 남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평생의 기록으로.
증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실은 결국 드러납니다.
소송을 진행하며 수많은 증거를 마주하고
마지막으로 법원을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뿐인 인생을
왜 그렇게 값어치 없이 사용했을까.
세상에는 얼마든지 당당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굳이 가정이 있는 사람을 선택했고,
왜 숨기고 속여야만 유지되는 관계를 택했을까.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을까.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었는지.
밖에서 당당하게 밥 한 번, 차 한 잔도 나누지 못하고
늘 숨어서만 이어가야 했던 그 관계가
정말 사랑이라고 믿어졌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으로
스스로의 결핍을 채우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고,
그 눈물 위에 쌓은 시간과 감정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을까요.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지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한 선택과 행동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나에게 돌아옵니다.
법이든, 도덕이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선을 넘은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
그게 인생이고,
그게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섣부른 용서가 아니라
내가 편해질 때까지
내 속도로 살아가며,
그들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고,
아이와 저의 행복과 마음의 평안을 지키며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외도로 인해
작아질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그들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사랑을 흉내 내지만 진심은 없고,
책임을 말하지만 용기는 없으며,
순간의 쾌락에 자신을 판 사람들.
그들의 삶은 그들 몫으로 남겨두고,
나를 지키며
내 안의 평온을 되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배신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 위에 삶을 다시 쌓아가며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께는 소중한 딸이고,
아이에게는 세상 전부인 엄마니까요.
어느 글에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습니다.
그 어둠은 끝이 아니라
새벽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저와 같은 아픔을 겪고 계신 분이 있다면
부디 버텨주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왔지만,
물론 겪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너무 아프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겠지만,
상처 위에 흉터가 생기듯
결국 더 단단해지고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