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2023년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남편 |2026.05.09 12:40
조회 707 |추천 0

2023-01-22(일) 설날, 아내의 짜증과 자해 
 코로나 이후 설 명절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설날 아침은 택시 한 대 잡기 힘든 세상. 아내는 차가 없다는 이유로, 아침부터 예민했다. 택시가 안잡혀 아이 셋을 데리고 대중교통으로 본가에 가는 길. 차로는 25분 거리지만 버스와 전철로 40분걸리는 길. 아내의 짜증으로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며 아이 손을 하나씩 붙잡고 이동하는 그 시간은 체감상 몇 배로 길었다.
 본가에 도착해 차례를 지내고, 12시 40분쯤 처가에 갈려고 짐을 챙기는데 아내가 어머니 앞에서 음식을 많이 싸주셨지만 차가 없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마치 어머니의 동정을 끌어내 나를 설득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내가 차를 안 사서 자기가 아픈 거라는 식으로, 몸 이곳 저곳이 아프다고 말하는 아내의 모습은 참 씁쓸했다.
 작년 3월 26일, 결혼식장에서 거래처 분에게 “남편이 설득이 안 된다”며 "차 사달라고 대신 설득해 달라"고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작년 10월 20일, “집부터 사야 한다는 당신의 신념을 존중해요”라며 차가 아니라 집을 우선해야 한다던 그 말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어머니가 보고 있는 차를 둘러싼 다툼은 20초 남짓 어머니 앞에서 더 이상 아내와 말 싸움을 하기싫어 내 입을 닫았다. 근처에서 겨우 택시를 잡고 처가에 들러 인사를 드린 뒤 저녁 7시쯤 집에 도착했다.
 지친 하루였다. 1층에서 담배 한 대로 마음을 정리하려는 사이, 집 안에서는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첫째가 조용히 내게 말했다. “아빠, 엄마가 창문 열고 뛰어내리려고 했어… 내가 다리 잡았어.” 2층 창문에서 아내는 찢어진 이불을 버렸다는 이유로 아이들 앞에서 스스로를 떨어뜨릴 듯한 몸짓을 취했다. 다행히 첫째가 게임하다 말고 재빨리 다리를 붙잡고 말렸다지만, 그 순간을 지켜본 아이들의 마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후 아내가 심리적으로 불안해보여 금쪽이에 출연한 계기가 되었다.
 첫째는 두려움과 책임감에 말없이 무거워졌고, 둘째와 셋째는 그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눈치만 읽었을 것이다. 아내는 힘들다는 메시지를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지금 너무 힘드니 당신이 차도 사고, 육아휴직도 써서 나 좀 도와줘.” 하지만 그 표현은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찢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이 결혼생활이, 아이들에게도 안전한 울타리가 맞는가’라는 씁쓸하고 무거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2023-01-23(월) 자해 후 다음날 
 아침 9시 무렵, 평범할 수도 있었던 하루의 시작은 첫째의 핸드폰 게임으로 시작됐다. 아내가 핸드폰 게임을 하는 첫째에게 “이럴 때마다 엄마 미쳐버릴지도 몰라.” 첫째는 아무렇지도 않게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아내의 그 말은 단순한 짜증이 아니었다. 곧이어 “삶이 재미없다”, “죽고 싶다”는 말이 이어졌고 “자살이 어렵다”며 부엌칼을 가져와 나에게 내가 스스로 죽을 수 없으니 당신이 나를 찔러서 죽여줘 라고 말했다. 아이들 보는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그 순간이 현재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칼이라는 단어가 어린 셋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각인되었을지.
 첫째는 아마 죄책감과 두려움을 함께 느꼈을 것이다. 엄마가 자기를 탓하고 있다는 그 느낌, 그리고 자기를 지키던 존재가 무너지는 공포. 둘째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이게 그냥 엄마의 말인지, 정말 위험한 일인지 아직 어리기에 경계를 가늠하지 못했을 것이다. 셋째는 아마 울음을 꾹 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감정이 터질 때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본능만은 또렷하게 느끼고 있었을 테니.
 나는 문득 떠올렸다. 예전, 내가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주면 결국 게임만 하게 된다”고 말했던 그 경고를. 아내는 그 말을 무시했고, 지금 첫째의 게임이 그 말의 결과처럼 느껴지니 화살은 다시 나에게 향했다. 그래서 아내는 첫째에게 분노를 퍼붓고, 그 분노의 이면에는 내 말이 옳았다는 사실에 대한 불편함과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감정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아침을 보낸 지 고작 30분이 지나 아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옷 정리를 시작했다. 말없이 아내와 같이 옷 정리를 하며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이 장면은 어떻게 기억될까. 엄마의 감정폭발과 그 직후의 평온함이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상처와 혼란을 남겼을까. 그리고 나는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이 가정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과 도움을 구해야 할 지점은 어디인가. 조용히 옷을 개며 나는, 아이들 속에서 울고 있을지 모를 작은 마음들을 하나씩 꺼내 위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2023-01-31(화)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프로그램의 남OO 작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얼마 전, 아내가 “당신과 사는 게 지옥 같다”며 사연을 올렸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아내가 ‘결혼지옥’ 측에 연락을 했고, 나에게도 촬영 관련 연락이 갈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었던 기억이 났다. 지금까지 아내는 자신의 지인들에게 우리 가정 이야기를 편파적으로 전했고 이번에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 나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의 편파적인 시선 속에 왜곡된 우리의 삶이 남들에게 현실인냥 비춰질까 두려웠고, 그들이 어떤 조언을 건넬지, 또 그 말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였다. 그 순간 나는 가장 중요한 건 외부의 평가나 조언이 아니라, 우리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는 길임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겼다. 결과적으로 결혼지옥은 아내의 사연을 집중하지 않았다.

 

2023-02-01(수) 금쪽같은 내 새끼 사연 신청
 아내가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내가 좋아하거나 하고 싶어 했던 여러 활동들 때문에 아내 본인은 물론 나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아이들 역시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나만 참고 견디면 아내가 앞으로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이번 촬영을 허락하기로 결심했다. 우리 가족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느끼면서도 조금은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마음 한켠에 무거움이 자리했다.

2023-02-04(토) 금쪽같은 내 새끼 제작진 방문
 오후 2시경 퇴근 후 집에서 점심을 먹고 쉬고 있었다. 그날 오후 2시 40분경, ‘금쪽같은 내 새끼’ 제작진 5명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들은 우리 가족의 문제점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약 두 시간 뒤인 4시 40분경에 집을 나갔다. 그날의 촬영은 우리 가족의 숨겨진 상처와 고민들이 카메라에 담기고 있다는 사실이 묘한 무게로 다가왔다.
 
2023-02-05(일)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예정
 2023년 2월 9일(목)부터 12일(일)까지, 아내가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가족에게 필요한 변화와 치유가 시작되는 순간이라 기대했지만, 아내의 편파적이 말들을 집중할거라 생각이 들어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마음이 힘들어질지 걱정이 앞섰다. 그동안 쌓여온 갈등과 상처가 드러날 것을 생각하니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시기였다. 아내가 원하는걸 해주면 지금 보다 나아지겠지만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된 촬영이였다.

2023-02-09(목)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1일차
 촬영을 앞두고 아내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애들 잘 키워”라고 말했다. 그 말 속엔 무거운 결심과 한편의 포기가 담겨 있는 듯했다. 촬영 기간 동안 아내는 제작진에게 남편이 아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득하려는 말을 이어갔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에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1시경, 아내가 카톡으로 촬영 준비를 알렸다. “방 여기저기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7시 50분부터 촬영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고정 카메라만 12대 이상 설치된 상태에서 촬영은 밤 10시가 넘어 종료되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1일차, 내가 느낀 점은 아내가 작가에게 내 문제점들을 나열하는 방식이었다. “생활비를 주지 않고 (신용)카드만 준다,” “외식을 하지 않는다,” “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지 않는다,” “사고 싶은 것을 못 사게 한다,” “아이들 학원을 보내고 싶어도 못 하게 한다,” 결국은 돈을 아껴서 못 하게 한다는 내용들이었다.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따로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런 방식 때문에 촬영 자체가 편파적으로 느껴졌고, 마치 나에게 증거를 수집해 몰아가는 ‘증거 확보’ 같은 인상만 남았다. 
 그날의 촬영은 평소 우리 가족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방송으로 송출된 내용은 예상대로 편파적이었다. 우리의 진짜 고민과 아픔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한쪽의 이야기만 부각되어 가족의 복잡한 현실이 왜곡된 듯 느껴졌다.
 
2023-02-10(금)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2일차
 18:30경 퇴근 후 제작진 요청대로 직장 선배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촬영을했고, 19:40경 촬영이 종료됐다. 20:10경 제작진 차를 타고 집에 왔고, 22:30경 촬영 종료 및 촬영 계약서를 작성했다. 2일차 촬영에서 내가 느낀 것은, 작가가 내 의중과 주변 사람(직장 선배)의 생각을 내가 스스로 느끼도록 유도하는 의도였다. 식당 촬영이 종료 되고 작가님은 흡족하다는 듯 좋아하셨다.

 당시 우리 집은 아이들 때문에 저녁 9시부터 잠자리에 드는데, 촬영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이 늦게 자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작가가 시키는 대로, 원하는 대로 촬영에 적극 협조하며 빨리 끝나길 바랐다. 촬영 종료 후 작가 외 다른 제작진이 나에게 “3명을 키우는 아버지의 무게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내가 촬영의 ‘타겟’임을 확실히 느꼈다. 나중에 방송될 때는 ‘공감 능력 없는 남편’, ‘회피하는 남편’으로 묘사될 거라는 예상이 들었다.

2023-02-11(토)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3일차
 13:40경 퇴근 후 집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14:10경 아내와 아이들, 제작진은 근처 놀이터로 나가 아내 지인의 어머니와 아이들을 만나 촬영을 진행했다. 작가가 평소처럼 하라고 해서 나는 집안일을 하며 기다렸다. 16:30경 아내와 제작진이 집에 돌아왔고, 아이들은 지인 집에 머물렀다. 17:00~18:00 사이에는 작가와 아내가 미리 준비한 주제로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촬영했다. 이때 나는 그 주제를 알지 못했다.
 19:50경 제작진 차를 타고 아내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
 20:28경 첫째가 배고프다며 햄버거를 사달라고 해 구매했고,
 20:45경 집에 돌아와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21:30경 3일차 촬영이 종료됐다.

2023-02-12(일)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4일차
 07:20경 아내가 혼자서 교회를 다녀왔고, 08:00경 집에 돌아왔다.
 09:30경 제작진이 우리 집에 방문했고,

 12:00경 아내와 아이들, 제작진과 함께 근처 아울렛으로 외출했고 점심 식사를 했다.

아내는 집에서나 밖에서나 항상 자기 배만 채우고 아이들이 먹는걸 도와주지 않았고 그렇다고 빨리 먹는 편도 아니였다. 평소 나는 아이들을 먼저 먹이고 나중에 먹지만 촬영때문에 먼저 대충 라면을 흡입하고 아이들 먹는걸 도와주었다. 나중에 스튜디어 촬영에서 홍현희씨께서 돈은 아까워하면서 "(얄밉게도) 아버님이 제일 맛있게 드세요" 라며 말한게 지금도 기억이난다. 현실은 그게 아니였는데 하지만 방송에서는 그렇게 비추어졌다.
 19:10경 집에서 라면으로 저녁을 먹었고, 19:45 제작진 요청으로 얼음깨기 보드게임을 시작했다. 이후 인터뷰 대상자가 아닌 제작진은 차량에서 대기했다.
 20:50부터 차례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첫째는 1시간10분, 둘째는 30분, 셋째는 20분, 아내는 50분 정도 제작진의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도 인터뷰를 했는데, 엄마나 아빠, 아내와 남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촬영이라는 이 과정이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 없었지만,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다짐만이 마음에 남았다.

2023-02-14(화) 아내의 방임
 애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을때 아내에게 말하니 아내는 "(애들한테 그런 행동) 하지말라고 말했어"라고 나에게 말하곤 한다. 말로 안 통하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행동을 막아야 하는데, 아내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내는 “말로 하지 말라”는 것만 강조하며 이후에는 아이들 행동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내 눈에는 ‘방임’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할 부모의 책임을 저버린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2023-02-15(수) 이쑤시게
 아내에게 서랍장 위에 이쑤시게가 왜 있는지 물었다. 아내는 필요해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내가 “이쑤시게가 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냐?”고 묻자, 아내는 왜 위험한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내가 보기에 이쑤시게는 아이들이 가져가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내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 아니 너무 둔감한 건 아닌지, 아니면 내가 과민반응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내 눈에는 이쑤시게가 아이들에게 분명히 위험해 보였는데, 아내는 그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해 답답했다.

2023-02-16(목) 어린이집 옮김
 아내가 둘째와 셋째를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기 위해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과거 아내는 현재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 입학 가능하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여기저기 알리고 다녔는데 현재는 어린이집을 옮기게다는 선택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그곳으로 옮기면 출퇴근길 방향이 달라져서 내가 아이들 등하원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고 말했더니, 결국 옮기지 못한 걸로 보였다.
 아마 현재 어린이집 원장이 금쪽같은 내새끼를 시청 후에 아내에게 이것저것 조언했는데, 아내는 그 조언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여 마음이 상한 듯했다. 아내는 원장님에게 화를 내고 싶었지만 사회적 평판 때문에 꾹 참으며, 현재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님을 피하려고 어린이집을 옮기려 한 것 같았다.

2023-02-22(수) 금쪽같은 내 새끼 스튜디오 촬영 5일차
 05:10에 일어나 처남 차를 타고 07:30경 상암 DDMC 4층에 도착했다. 아내는 메이크업과 헤어를 받았고, 나는 헤어만 손질했다. 처남과 아이들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진행자에게서 설명을 들으며 잠시 대기했다. 10:20에 촬영이 시작되었고, 13:30경 카메라 소음 때문에 10분간 휴식이 있었다. 15:00경 촬영이 종료 후 진행자인 신애라 씨는 이번 촬영이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역사상 가장 긴 녹화 시간이었다고 말씀하셨다. 그 긴 시간 동안 긴장과 피로가 쌓였지만,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견디고 있었다. 촬영 종료 이후 장시간 녹화로 홀로 대기실에서 아이들 3명을 케어하고 있을 처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출연진들이 최종 편집본을 봤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오은영 박사님은 촬영 영상 전체가 아닌 제작진이 의도대로 편집한 최종본을 미리 본 것으로 보인다. 스튜디오 촬영 도중 최종본을 보며 오은영 박사는 중간중간 내 생각을 먼저 물었다. 길게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내가 ‘타겟’임을 알고 있었기에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일 뿐 편집을해 방향은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녹화 시간만 길어질 뿐이라 짧고 간략하게 답했다.
 예상대로 오은영 박사는 나를 ‘금쪽’이라고 지칭하며, 내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남자 출연진인 서장훈 씨만이 나를 긍정적으로 보려 노력했지만, 편파된 영상이 더 많이 방송되면서 그마저도 어려워졌을것이다. 스튜디오 촬영을 마친 후 다른 제작진들은 다음 일정 때문에 바쁘게 떠났고, 촬영이 종료 됐지만 아내는 아쉬웠던지 다시금 생활비를 안 준다며 스튜디오에서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내 상황을 이해하는 듯 안타까워하며 안아주고 싶다는 말을 남겼고 마지막에 아내와 같이 사진 촬영을 했다. 제작진은 15:10경 상암 DDMC 7층에서 추가 촬영을 계획했으나, 아내와 나 사이에 감정 싸움에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종료했다.

 촬영 이후 오은영 박사님 말대로 경제권을 아내에게 넘겼고 이후 내 예상대로 아내는 빚(할부)까지 내면서 원하는 것을 과도하게 결제했다. 그리고 나는 오은영 박사님이 말씀한대로 아이들이 아무리 큰 잘못을해도 절대 매를 들지 않았다.

 2년이 지난 후, 왜 오은영 박사가 나를 ‘금쪽’이라 지칭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내도 아이들도 아닌 ‘나’에게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23-02-25(토)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6일차
 내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 우리 가족도 함께 변했음을 촬영하기 위한 추가 촬영이 진행되었다. 이번 추가 촬영은 오은영 박사의 처방에 따른 것으로, 기존 PD가 바뀌었고 전과 마찬가지로 제작진이 시키는 대로 따라갔다.
 13:30경 퇴근 후 집에 도착했고, 제작진은 아이들과 키즈카페로 이동했다.
 14:20경 집에서는 아내와 함께 성혼선언문을 작성했고,
 16:35경 아내와 육아합의서 및 금지어 리스트를 작성했다.
 20:00경 제작진과 아이들이 집에 돌아왔고, 20:30경 저녁으로 밥과 햄버거를 함께 먹었다.
 23:00경 촬영이 종료되었다.
이날 촬영은 변화와 회복을 위한 시도였지만,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과연 나와 아내가 바뀔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따랐다.

2023-02-26(일)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7일차
 07:30경 제작진이 집에 도착했다. 이날 제1회 가족회의가 열렸고, 제작진의 요청에 따라 나는 회초리를 버렸다. 이때부터 아이들이 잘못해도 때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가족회의에서는 칭찬 스티커와 스피드 퀴즈를 진행하며 아이들과의 긍정적인 소통을 시도했다.
 10:00경 제1회 가족회의가 마무리되었고, 10:30경 제작진과 함께 근처 놀이터로 가 첫째와 축구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12:30경 제작진과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12:40경 나는 아내와 함께 제작진 차를 타고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으러 갔다.
 14:00경 한국연극치료연구소에 도착해 14:55부터 부부 상담과 연극 치료를 받았다.
 16:30경 연극 치료가 종료되었다.
 18:00경 제작진과 함께 키즈풀 카페에 도착해 아이들과 만났다.
 19:00경 키즈풀 카페에서 물놀이를 하고 가족과 함께 김밥을 만드는 영상을 촬영했다.
 21:30경 제작진 차를 타고 출발해 22:10경 집에 돌아왔다.
하루 종일 이어진 촬영과 프로그램 활동 속에서, 가족 간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과 변화를 향한 기대가 교차했다.

2023-02-28 아내에게 가계인계 및 생활비 이체
 과거 부터 나는 돈 관리는 남녀를 떠나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남편인 나보다 여자가 돈 관리를 더 잘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믿음으로 신혼 초부터 아내에게 가계 관리를 맡겼다. 그 이후로 아내가 어떻게 돈을 사용하는지 지켜보았다.
 아내는 돈을 계획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지 못했고, 내가 옆에서 조언해도 그 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내 말들이 아내에게는 비난처럼 들렸다는 것이다. 나는 결혼 전부터 물건을 살 때 꼭 필요한지, 대체할 방법은 없는지, 구매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행사나 세일 때 사면 안 되는지 꼼꼼히 따졌다. 반면 아내는 ‘지금 필요해서’, ‘눈에 보여서’, ‘싸서’ 등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아내에게 내 조언은 무시당하거나 비난으로 받아들여 결국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첫째가 태어난 후, 아내는 그동안 힘들었던 탓인지 물건 구매에 더 이상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였고, 자연스럽게 내가 돈 관리를 하게 되었다. 내 카드를 아내에게 주고 오프라인에서 필요한 것들은 아내가 결제했으며, 나는 온라인 쇼핑을 담당했다. 아내가 요청한 기저귀, 분유, 반찬, 라면, 팬티라이너, 생리대, 쇠고기, 돼지고기, 우유, 생수 등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있는 것들을 아내가 요청하면 구매했다. 아내가 말만 하면 며칠 뒤 집 앞에 물건이 도착해 아내에게는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단지 내 생각이였다. 아내는 문앞에 택배 상자를 볼때면 귀찮고 보기 싫다며 나에게 말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볼때면 아내가 못하는 걸 대신하고 있는데 그걸 몰라주는 아내에게 서운한 감정을 다시금 느꼈다.
 한 번은 아내가 ‘슬램덩크 전집’을 사달라고 했지만 나는 반대했다. 그러자 아내는 내 동의 없이 자기가 번 돈으로 결제를 했다. 아내의 수입(육아휴직 급여 등)은 자기 돈으로 생각했고, 내가 번 돈은 ‘가족의 돈’이 아니라며 아내는 엄격히 구분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이 용돈도 안 주고 생활비도 주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녔다.
 금쪽같은 내 새끼 스튜디오 촬영 때, 오은영 박사님이 아내가 원하는 걸 못 해줘서 우울감과 상실감이 큰 것 같다고 하며, 앞으로 아내가 원하는 대로 일정 부분 생활비를 이체해 주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2023년 2월 28일부터 매월 말 아내에게 생활비를 이체하기 시작했다.
 내 개인으로도 언제가 아내에게 줄려고 했었지만 그걸 받아 드릴 자세가 안되어 있어 계속 미루었다. 내 입장에서 일일이 처음 구매해보는 제품들을 공부해가면서 가성비 좋은 물건을 검색하고 할인이나 적립 등을 챙겨가며서 구매하는 데 드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고, 그동안 힘들어도 아내가 돈 쓰는 방법을 알때까지 내가 계속 해주려고 했는데, 촬영을 계기로 생각보다 빨리 가계 인계를 하게 된 셈이되었다.
 그러나 가계를 인계한 뒤 1개월 정도 이후 아내는 힘들다며 ‘당신이 그동안 잘 해왔으니 예전처럼 당신이 구매하고, 나에게 몇십만 원의 용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막상 직접 해보니 어렵고 힘들었다는 걸 알게 된 아내는 오랫동안 나에게 가계를 미뤘다. 나는 이미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해줬기에 번복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후에도 아내는 “당신이 가져가” “제발 당신이 가져가”라며 말했고, 어느 날은 “그동안 고생 많았겠네”라며 이해하는 척하면서 계속 나에게 생활비 관리를 맡기려 했다. 내가 보기에 아내는 자기가 좋아서 한 일을 직접 해보니 힘들다는 걸 알게 된 후, 계속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이었다.

2023-03-01(수)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8일차
 이날은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8일차로, 비교적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시작되었다. 07:40경 제작진이 집에 도착했고, 08:20경 가족이 함께 조식을 먹고 08:35경 밥상을 정리한 후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촬영은 아이들에게 저금통을 선물하는 장면으로 시작되었고, 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방을 청소하며 일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담아냈다.
 10:30경에는 제작진과 아이들이 함께 키즈카페로 이동했고, 그 사이 나는 아내에게 가계를 공식적으로 인계했다. 마침내 가계 인계라는 큰 전환점을 가족 모두 앞에서 마주한 순간이었다.
 11:20경 촬영이 종료되고, 나는 운동복으로 환복한 후 아내와 함께 점심식사를 위해 12:25경 합정옥에 도착해 곰탕을 먹었다. 이후 바로 씨름 촬영을 위해 12:50경 씨름장으로 출발했고 13:00경 양화 한강공원 야외 씨름장에서 아내와 씨름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씨름이라는 활동 자체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나름의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아내와 한바탕 몸을 부딪치며 웃을 수 있었다.
 씨름 촬영 후 13:40경 집으로 출발했고, 14:10경 집에 도착한 뒤 다시 15:13 중소기업 DMC 타워 12층으로 이동해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인터뷰는 16:30경 마무리되었다. 전에 촬영한 개개인의 인터뷰는 본방에서 삭제되었고 이번 촬영으로 방송이 송출되었다.
 이날 촬영은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였고, 특히 가계 인계와 씨름 장면은 서로의 역할과 거리감을 조금은 줄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내가 가계라는 부담스러운 역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겼다. 결국 또다시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2023-03-03(금) 현관 신발
 어느 날 퇴근 후 현관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것은 신발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풍경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열 켤레가 넘는 신발이 좁은 현관에 나와 있었고,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안 신는 신발은 신발장에 넣어둬." 그러자 아내는 별일 아니라는 듯, "좀 꺼내놓으면 안 돼?" 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나는 "자리가 좁으니까 그렇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도 신발은 계속 현관을 점령하고 있었다.
 더 이상 말해봤자 의미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말을 아꼈고, 자연스럽게 외출하거나 귀가할 때는 신발 위를 밟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 역시 포기한 채, 그 무심함 속에 묻혀 살고 있었다. 작은 불편이 쌓여 큰 벽이 되는 걸 알면서도, 그 벽 앞에서 더는 말할 힘조차 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것이 내가 서로 싸우지 않는 길이라 생각됐다.

2023-03-09(목) 금쪽같은 내 새끼 촬영 9일차(마지막)
 마지막 촬영일, 퇴근 후 18:30경 집에 도착해 햄버거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19:00경 첫째와 함께 제작진 차량을 타고 근처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첫째가 직접 빵과 떡을 사는 모습을 촬영했고, 빵집에 앉아 아이와 나누는 소소한 대화도 카메라에 담았다. 이후 근처 대학병원 앞에서 퇴근길 장면을 촬영했고, 20:30경에는 집 앞에 도착해 다시 퇴근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집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은 뒤, 변화된 일상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촬영했고, 21:40경 모든 촬영이 종료되었다.
 그날 밤, 또다시 아내는 아로마 가습기 디퓨저를 사용했다. 아내를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이 모든 시간을 견디고 노력했지만, 아내는 여전히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우선시했고, 주변 사람들의 불편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이 여정은, 아이들과 나의 의지와 수고만으로 채워진 것 같았다. 마지막 날까지, 나는 가족의 변화를 담았지만, 아내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채 자기가 원하는걸 얻고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