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그 때
나병춘
들창 앞에서 너를 기다린다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는 햇살이 잔물결에 스며드는
안개 속에 춤추다 가끔은 일찍 일어난 물고기가 펄쩍
은비늘 번쩍이는 그 빛남에 눈이 먼 들국화 그 잊을 수 없는
향내를 탐하다 들켜버린 물총새의 날개짓을 엿보다
무심코 턱이 무너지는 암벽을 암벽이 깨진 것은 순전히
안개 때문 아니 햇살 때문
왜 하필 그때 물고기가 펄쩍 뛰었을까
왜 하필 그때 나는 창 밖을 보며 이빨이 아팠을까
물총새 날아갈 때 물고기는 갑자기 숨어버리고
물안개가 살짝 가려주고 들국화는 짐짓 모르는 척 눈 감아주고
들창 앞에서 호수 속으로 날아간 암벽의 시간을
기다린다 호수 속에 납처럼 가라앉아 버린 산의 시간을
울긋불긋 새 울음 속에 피어나는 물안개
구름다리에서 폴폴 뛰는 물고기의 은빛 꼬리지느러미 그 아득한 동심원을
왜 하필 그때 잠시 내 발걸음은 엇박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