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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소리

누렁이 |2006.11.16 16:23
조회 382 |추천 0

숲의 소리

유현숙

이른 아침 산에서 숲의 소리들을 들었습니다
더러는 우우우하고 또 더러는 수수수하는...
길은 한적했고 발끝에서 일어난 바람이 발끝을 휘돌아
나무의 적막들을 흔들어 깨웁니다
바람이 낸 길을 따라
온 숲이 일제히 일어나며 울부짖는 울음
약간은 추웠고
나도 왠지 자꾸 슬퍼져서 숲을 따라 울었습니다
길목을 지키던 낯익은 늙은 느티나무는
저혼자 앞서 붉은 물 들이며 마지막 지상을 향하여 잎새들을
휘모리로 되보내고 있습니다
한참을 오르니 투둑툭 온 몸으로 하강하는 도토리
토동토동 살찐 다람쥐가 길을 비껴섭니다
청설모 한 마리 떡갈나무 가지 끝을 자근자근 씹어서
툭툭 내던지고 있습니다
여름빛에 지친 개울물도 수이수이 단조음을 내며 천천히 흐릅니다
하늘이 엷게 열리고 솔잣새,
제 둥지를 털고 일어나는 이른 아침
숲의 부산한 가을 깊은 소리들을 들었습니다

<제3의 문학> 2002년 겨울호 게재 및 KLL(한국문학도서관)이 뽑은 이 달의 詩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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