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들은 따로 마련된 막사에서 일단 머물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경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며, 그들은 여전히 감시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유채는 주한과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주한의 벙커에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
주한은 유채에게 가볍게 키스했다.
“뭐야… 겨우 이 정도로 끝내려고?”
유채는 주한에게 도발적으로 키스했다.
“당신도 많이 변했군…”
유채가 체념한 듯 말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
“그런가…”
주한은 가볍게 그녀의 말을 받았다. 지금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욕망에 서로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 만나 사랑을 하게 된지… 13년 만에 첫날밤을 보내게 되었다.
주한의 벙커에 유채를 찾으러 미토가 왔다. 그리고 그러한 그를 주련이 막아 섰다.
“10년만의 재회인데… 방해하고 싶은 건가요?”
“…”
“당신이라면 모를까… 대장이 그녀를 해칠 일은 없으니.. 그만 당신들 막사로 돌아가요.”
미토는 미간을 찌 뿌리며 신경질적인 말투로 주련을 쏘아붙였다.
“뭐야… 집지키는 개라도 되나?”
“뭐?”
미토의 도발에 주련은 순간적으로 총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잠시동안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해 있었다. 미토는 아름답게 자신이 비쳐지는 그녀의 눈을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가 바라본 그녀의 눈은 어쩐지 슬퍼 보이는… 것이었다. 결국, 미토는 기를 누그러뜨리고는 피식대며 쉰 웃음을 흘렸다.
“그런 거야… 당신도 나와 같은 신세인가…?”
“뭐…?”
미토의 알 수 없는 말에 주련이 잠시 멍해진 사이… 그는 이미 그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그러한 미토를 바라보며, 주련은 그만 눈물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젠장…”
주한과 유채는 아무 부끄러움 없이, 서로에 대한 아무런 경계도 바람도 악의도… 그 모든 것을 벗어버린 채… 그렇게 벗은 채로 누워 있었다.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동물인가 봐…”
“어째서…”
“전 같았으면… 당신과 이러는 거…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텐데…”
주한은 말끝을 흐리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며 꼭 안아 주었다.
“그때는 희망이 있었잖아… 좀 더 멋진 것을 꿈꿀 수 있는 미래라는 것이… 하지만 지금은 꿈꿀 수 있는 미래가 없어… 다만, 죽음의 그림자가 항상 뒤에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지… 그러니까… 인간이 이성은 원하지 않아도 온 몸의 모든 세포가 원하고 있는 거야… ”
그녀는 주한의 가슴에 파 묻었던 고개를 들며 말했다.
“종족… 번식의 욕망인가…? 나도… 참…”
“…”
두 사람은 다시 격렬하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한번 자신들의 모든 것을 서로에게 내어 맡겼다.
자정이 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밀림의 야간 포신자들이 분주하게 하나, 둘 사냥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여왔다.
“우리 이러다 밤 새겠어…”
“내일 피곤하겠는걸…”
“나… 아무래도... 나쁜 여자지…?”
“뭐가…”
“동료들이 죽었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다니…”
“이러지 않으면… 잊을 수 있겠어…?”
“그런가…”
그녀는 어느새 눈물을 쏟고 있었다. 주한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들은 어떻게 만난 거야?”
“그냥…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 보니… 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거야… 내 생명을 구해준 거지…”
“어떤 사람들이지?”
“돌연변이 1세대와 2세대… 그리고 그 자손들이야… M의 실험에 실패한 폐품이거나… 그에게 복종을 거부한 지하 세력들 말야…”
“그렇군…”
유채도 주한에게 물었다.
“당신의 동료들은…?”
“이들도 마찬가지야… 1차 대전 당시 세 연합세력에 반기를 들던… 지하세력… 그래서 살아남을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지… 나도 그들에게서 목숨을 구명했어…”
“그래…”
잠시 침묵.
“우리… 살아 남은 것… 다행일까…? 앞으로 어떤 운명이 기다릴지 모르는데…”
“…”
“이제는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어…”
“…”
“처음엔… M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 뿐이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게 희미해져 가…”
“난 아직도 아냐…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절대로…”
유채는 주한의 말에서 그만 옛날의 그를 보는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해 왔다.
“이제는 말해줄 수 있어?”
“뭘?”
“주한씨가 왜 그토록 인간 이외의 그 어떤 것도 믿지 못하는 그 이유…”
“…”
주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