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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 제 7장.

레모네이드 |2004.03.31 10:55
조회 1,250 |추천 0

 

* 감기에 걸려서 쿨럭거리고 새학기라고 아그들 학교 행사에 따라다니느라고 죽을 뻔했습니다.

여러분도 부디 몸살 조심하세요.*  아이고 삭신이야!!!

 

 

 

 

7장 - (1)


[으~~~ 난 정말 억울하다구!!!! 나를 뭘로 보고 그런 망발을~~그 저질보고 악마라고? 세상에 악마 중에 저질인 놈은 하나도 없단 말야! 치사한 놈은 있어도!]

 

'그래 가문의 영광이겠다.'
악마는 미련 곰탱이같은 여자가 그 개아들놈에게 '악마'라고 한 대목에 그만 충격을 받아 세시간이 넘도록 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쯤 하면 입도 아플 때도 지났건만 아직도 죽어라 욕을 퍼붓고 있는 덜 떨어진 악마때문에 미카엘라는 속으로 '참을 인'자를 한 백개 정도 그리고 있었다.
'젠장! 된장! 너 그러다 입에 쥐나겠다.'
[그래그래, 내가 네 마음 다 알지. 나 아니면 누가 네 심정을 알겠어? 고만 슬퍼하고 자 냉수 한잔 마셔라]
미카엘라는 이미 포장마차에서 얼큰하게 취해서 몸도 가누는 것이 힘들어 보이는 악마에게 커다란 커피용 종이잔을 손에 쥐어주며 등을 두들겨 주었다.
'오호홋~  너는 오늘 잘 걸렸어.'
악마는 미카엘라의 사악한 눈을 보지 못하고는 그녀가 주는 물을 정신없이 받아서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랬다.! 그녀는 악마에게 일부러 술을 퍼 먹이고는 찜질방까지 끌고 온 것이었다.

 

[너도 내가 그런 쳐죽일 놈하고 같은 과라고 생각 하냐?]

 

[야~ 너같이 악마다운 악마가 어디에 있다고 그런 슬픈 말을 한다니? 그 놈은 저질이야. 저질.]
미카엘라는 야심한 찜질방의 휴게실에서 제법 큰소리로 쫑알거리는 자신들을 무시무시한 눈으로 야리는 아줌마의 눈치를 한방에 무시하며 악마를 칭찬해 주기 바빴다.
' 아~ 천사가 악마 칭찬을 해야하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이렇게 영업환경이 나빠서 어디 일이나 하겠어?'

 

[그렇지? 저질이지? 우리는 품격 있는 악마 구만은!]

 

[너두 알다시피 그 여자가 좀 멍청하냐? 그러니 진정한 악마성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겠어? 그러니 네가 좀 참아라.]
'다행히 니 싸가지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말이지'

 

[에씨. 확 성질대로 저걸 개죽음하게 만들어서 지옥으로 끌고 가서 100일 굶은 피라냐의 간식으로 던져 줘?]

 

'뭐시기? 이게 잘 먹여 놓았더니 어디서 제삿밥 쉰 소리야!'
악마가 퍼덕거리며 승질을 내자 미카엘라는 속으로 악마에게 욕이란 욕을 퍼부었지만 얼굴은 미소를 지었다.
'어쩌겠어? 아쉬운 천사가 참아야지. 야~ 천사 너 성격 좋다. 지금에 생각하니 영업천사는 3D업종이다.'
[피라냐도 입인데 저런 불량식품을 주면 자존심 상해하지. 그래서 말인데..... 왜 있잖아....]

 

누가 듣는 것도 아닌데 자신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리는 천사 때문에 귀가 간지럽던 악마 3호봉은 그녀가 하는 말에 실실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아주 장수하게 만들자는 말이지... 단, 살아있는 것 자체를 지옥으로 만들어 주자는? 야~ 너 천사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재다. 역시 선배 악마들이 너를 고액의 연봉으로 스카웃 하려는 이유를 알겠다.]

 

[아 ~ 내가 좀 잘났어야지. 미모면 미모, 재능이면 재능...... 야~ 그런데 너 그 표정은 뭐야?]
자신의 말에 인상을 구기는 악마를 노려보다 미카엘라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새로운 종이 한 장을 꺼내 아직도 얼큰하게 술에 취해 '홍도야 울지마라'를 흥얼거리는 악마의 앞에 내려놓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자~ 그 부분에 대해서 말인데, 추가적인 계약서를 하나 작성해서 지금 만드는 물건에 대해서 각자가 능력을 출자하자는 말이지. 너도 하나, 나도 하나.]

 

[좋지. 나는 그래! 우리가 가진 최고의 찬사가.' 악마적인 매력' 아니겠어? 그 칼수마에 모든 여자가 그냥 넘어가는 거 너도 알지?]

 

'그거 좋지. 그 개아들놈 허파를 뒤집어 까고도 넘치겠다.'
미카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에 악마가 제공하기로 한 '악마적인 매력'을 적은 후 자신이 적어야 하는 칸에 펜을 옮겼다.
[나는 뭐로 하면 좋을 까?]

 

[야. 그거 해라. 그거.]

 

[뭐?]
악마가 시선을 종이에 박으며 씨익 웃자 미카엘라는 올라오는 닭살에 몸서리를 쳤지만 억지로 참고 다시 물었다.
'너 그 웃음이 섹시하다고 하면 입을 확~~~ 한다.'

 

[왜.. 물건있잖냐... 남자는 힘!!!!  섹스 머신으로 만들면 좋을 거야.]

 

[뭐? 무슨 머신????? 남사스럽게!!!!야~~~ 천사는 그렇게 세속적인 주문은 할 수가 없어! 우웅~~~ 뭘 하지]
'여하튼 악마라는 것들은! 아는 게 그것뿐이냐? 그런 것은 옵션이 아니고 필수 조건이닷!'
미카엘라는 이제는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려고 엉덩이를 들썩이는 찜질방 야간 지킴이 아줌마를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
[그냥 한방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데....]

 

[아뛰.... 그냥 대충 해라. 난 졸린다. 그냥 대충 적어서 나두 복사해서 하나 줘. 나 그만 고향의 기운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옥돌실에서 땀이나 빼러 가야겠다.]
악마는 추운 곳에서 마신 술로 인해 올라오는 취기에 몸을 뒤틀더니 만사가 귀찮은 듯이 세상에서 가장 믿지 말아야 하는 '악질 천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불상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하마. 가서 땀이나 빼고 잠이나 자. 참! 아침에 먹게 미역국 선불해 놓고 간다.]

 

[여~ 고맙다. 땀을 빼고 나면 미역국을 먹어 줘야 한다니까. 애를 낳은 산모도 아니구만 나는 왜 미역국이 달지?]

 

[여하튼 계획대로 내일부터 아주 돌게 만들어 주자고.]
미카엘라는 지옥의 문을 열고 사라지는 악마에게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보이다, 악마가 완전히 사라지자 다시 한번 사악한 미소를 얼굴에 떠올리고는 빈칸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를 적어 넣었다.

 


 

 

 

7장 - (2)

 

 

 

태민은 욕실의 수증기로 뿌옇게 흐려진 거울을 손으로 닦고는 면도용 크림을 턱과 볼에 골고루 발랐다.
익숙한 손길이 이미 기억하고 있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마다 턱과 볼에 민트향을 풍기며 자리잡고 있던 거품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세면대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즐기던 태민은 거울 속에 반사된 자신의 얼굴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30대에 들어섰다지만 헬스클럽에서의 꾸준한 운동으로 한군데도 허물어진 근육이 없는 자신의 몸에 우쭐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가진은 깨끗하게 손질을 마친 태민의 속옷을 침대 위에 차례로 늘어놓으며 오전에 있었던 전화 내용을 곱씹었다.
아버지인 현박사가 출근한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한 가진은 일상적인 안부를 건성으로 붇고는 잠시 입을 다물고 뜸을 들였다.

 

/가진아. 너 무슨 일이냐?/

 

/아빠, 아버지 대신에 강서방이 낙태시킨 여자, 아직도 관계가 있나요?/

 

/........ /

 

/알았어요, 엄마 잘 부탁드려요./

 

변명도 대꾸도 없는 수화기를 내려놓은 가진은 한참을 거실 소파에 영혼이 없는 비스크인형처럼 앉아 소박한 것과는 관계가 없는 만개한 호접난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녀만이 지키고 있는 집안의 침묵을 가르는 전화벨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눈을 돌려 수화기를 들었다.

[네.]

 

[나야. 내가 그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줄 알았어? 당신 아버지 반쯤 돌아서 전화질을 하는 통에 골이 다 아퍼. 나야 다칠 일도 없지만 귀찮은 것은 질색이라는 사실 알잖아? 그러니까 입 다물고 네 일이나 잘하라고. ]

 

볼펜의 끝으로 개미의 허리를 슬쩍 눌러 죽이지는 않고 고통만 주며 즐거워하는 아이처럼 말하는 태민에게 몸서리를 치며,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 집에서 옷을 갈아입을 것이니 짙은 회색의 양복과 검은 코트를 손질해 놓으라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는 태민을 향해 저주를 퍼부어 주었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고 지금 욕실에서 태민이 샤워를 하는 지금에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본처자리를 첩실에게 빼앗길 일이 없는 자신의 상황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정신이 지쳐있었다.

 

[유령같은 얼굴이로군]

 

언제 나왔는지 허리에 목욕용 타월을 두른 태민이 손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빗어 넘기며 시큰둥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자 가진은 일부러 그의 눈을 피해 속옷을 둔 침대 곁에서 덜어져 나와 수제셔츠가 걸려있는 옷장으로 발을 옮겼다.
'시간이 지나면 미워하는 감정도 지나갈 까?'

 

[그런 얼굴 하지마. 그 얼굴 평생보고 살아야 하는 남편을 소화불량에 시달리게 하고 싶어?]
욕실과 침실 사이에 위치한 간이 경대의 옆에 설치한 전신거울 앞에서 스킨을 얼굴에 바르며 태민은 가볍게 말을 했다.

'미워도, 지겨워도 데라고 살아야 하는 것이 지긋지긋한 숙명이라면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겠지.'

[당신같은 강심장이 그런 사소한 병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천지가 개벽하겠죠.]

 

[오늘은 의대 동창모임이 시내 호텔에서 있어서 늦을 거니까 기다리지 말고 자.]
대답대신에 고개만 끄덕이는 가진의 얼굴을 흘끔 쳐다 본 태민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다가가 팔로 가진의 어깨를 잡아 가까이 당겼다.
[요 며칠 당신이게 그런 거 정말 미안해.  여보....... 처음에 우리 정말 좋았잖아? 당신 행복하다, 사랑한다, 그랬었잖아.]

 

[아름다웠죠.]
'그래요, 지나간 옛사랑은 아름답죠. 그리고 그 사랑은 과거일 뿐, 현재에는 옛사랑은 필요없는 사치에요.'
자신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미소를 지으며 잡았던 어깨에게 손을 치운 태민이 허리에 두른 수건을 풀러 나신인 상태로 당당하게 침실을 가로질러 속옷을 늘어놓은 침대로 가 트렁크 팬티를 집어들고는 허리를 굽혀 입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느낌은 사라지고 없네요'
움짐임에 따라 근육들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것을 지켜 본 가진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해서 '다비드 동상' 마냥 숭배시했던 남자의 육체가 하루아침에 아버지 서재에서 보았던 '인체 해부도'처럼 징그럽게 보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여자들이란 조금만 얼러주면 금방 행복해 한다니 깐. 하기사 조강지처 자리하나는 지켜주겠다는 데 뭐가 불만이야? 남작 살다 보면 다 그런 거지. 결국엔 조강지처에게 돌아오는 것이 세상이치인 것을. 괜히 조강지처 자리를 준 것이겠어?'
먼지하나 없는 구두에 발을 넣고 마지막으로 신발장에 붙어 있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며 태민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웃었다.
[나 다녀올게.]

 

[ 네. 참!  호텔인지 정확히 알고나 가는 거예요?]

 

[그럼. 리츠칼튼 그랜드 볼룸이야.]

 

[네. 즐거운 시간 보네요]
팔에 코트를 걸고는 문을 열고 나서는 태민에게 인사를 건넸고 태민은 예의 매력적인 미소로 답하며 계단을 뛰듯이 내려갔다.
[그래요.... 즐겁겠죠.]
남편이 지나간 자리를 눈으로 쫓던 가진은 에이프런의 주머니에서 한 장의 초대장을 꺼내 내용을 눈으로  읽었다.
'부부동반 저녁식사. 반드시 부부동반을 요함.
장소 리츠칼튼 그랜드 볼룸.......'
[그래. 이번에 어디로, 누구에게 가시나요?]
초대장을 손으로 잘게 찢어 폐휴지를 보관하는 함에 던지던 가진은 비웃음이 입가에 맺히는 것을 일부러 치우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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