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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30 ] 돌발상황 -- 우리는 동지

시아 |2004.04.08 07:42
조회 3,098 |추천 0

30- 우리는 동지

 

 

 

 

 

 

 

 

 


첫날 출근을 하면서 나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 회사안에서 일을 할때는 공적으로 돌아 가기예요.
  괜히 표시나게 하면 나 화낼 거야.”
" 그러자, 나도 그게 좋아."

민정씨는 아침부터 쿡쿡 거리며 나를 놀렸습니다.
" 야, 사장님, 목에 자국 네가 그랬지? 좀 작작 해라.
  아휴, 질투나서 나는 어찌 사나......
  근데, 어쩌냐? 너현장 근무 하게 생긴 모양인데......”

                                      


"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
" 글쎄 , 나도 잘모르겠는데 평촌 상가 분양이 잘안되서
  특수팀, 파견 한다니까 당근 네가 가겠지.뭐......
  회의 있다고 9시 30분까지 내려 오래.”
                                                
그때는 IMF가 터진 직후라 건설해둔 상가를 분양하는 일이 회사로 봐서는 골칫덩어리 였습니다.
저번에 분당 상가의 분양실적도 있고 해서 평촌의 분양도 우리팀이 맡게 되었죠.
이과장님과 함께 ......
사실 운이 좋아 첫 사업은 무사히 마쳤다지만 오랫동안 건설 현장에서 분양을 한다는 것은 어린 내게는 부담스럽고 겁나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새파란 어린 여자 팀장이라 ~~

나는 이를 악물고 또 한번 기운을 냈습니다.
최대한 당당하게 그날 우리팀의 아침 회의를 했죠.

" 잠깐들 앉아 보세요.
  우리는 오늘부터 평촌과 본사를 오고 가며 일을 하게 될겁니다.
  알다시피 우리일은 안에서 하는 것 보다 필드에서 하는일이 훨씬 중요하고 힘듭니다.
  하지만 반드시 필드에서 여러분이나 내가 계약서를 내놔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팀은 살아 남지 못하니까......”
" 팀장님, 그럼 출근은 평촌 현장으로 합니까?"

짙은 눈썹의 안대리가 물었습니다.

" 네, 여러분은 내일부터는 평촌현장으로 바로 출근 하세요.
  그곳 엄부장님이 우리 사무실을 따로 마련 하셨다는 군요.
  그리고 저는 아침에 본사에 들러 평촌으로 넘어 갈겁니다.”

그러자 나보다 나이가 다섯 살 많은 이규찬이 멋쩍게 물었습니다.

" 저, 팀장님 그럼 우리도 그쪽 평촌팀과 같은 수당을 적용 받습니까?"
" 네, 이번 분기에 실적이 가장 좋은 직원에게 수다외에
  보너스로 소나타 한 대 주는걸로 압니다.
  만약, 제가 그 소나타를 타게 되면 저는 그 소나타를 현금으로 바꿔서
  우리 팀 7명분으로 나눠  드리겠습니다.”

우와~~ 박수가 터졌죠. 김치 국물부터 마시느라고 ~~~
하지만, 나는 나 자신과 나의 팀원들에게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줄 필요가 있었죠.
그래야 기세 좋게 전진 하지 않겠습니까.

                                     

" 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했잖아요.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은 절대로 수당에 눈멀지 마세요.
  그럼, 하루 밖에 못먹고 삽니다.  언제나 원칙을 지키셔야 합니다.
  나 자신이 확실한 말만 하세요.
  만약 나중에라도 수당에 눈 멀어서 고객에게 허튼소리를 했다간
  그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걸...... 명심하시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현장에 다른 필드 팀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 하시기 바랍니다.
  이 바닥은 언젠간 꼭 다시 만난다고 이 과장님이 그러시더군요.
  페어 플레이 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 팀장님, 우리 전쟁터에 갑니까?"
 
유머러스한 박기환이 농을 던졌습니다.
 
" 제 각오는 그렇습니다.
  전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어린 여자 팀장이라고 실망하지 않으시도록 할테니
  여러분도 열심히 해 주세요.
  자 파이팅......”

내가 얼마나 긴장했었는지 이 아침 회의를 다시 생각 해보면 웃음도 나고 즐거워집니다.
내가 출발할 때 그는 내게 엄지 손가락을 딱 펴보이며
                                             
" 이과장 잘 도와줘. 자, 이팀장 가서 1층하고 4층 ......보란 듯이 날려버려......
  내가 좋은 양주 한병 준비 해 놓을게."

그렇게 말많고 탈많은 평촌 현장으로 떠났죠.

그 상가 건설을 맡고 있는 임소장과 인사를 나눌 때부터 순탄치 않을 것을 예감 했지만 평촌자체에 상가들 사이에 분양팀의 경쟁 또한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현장 책임자인 엄이사는 일본으로 가버린 서이사의 오른팔 이었습니다.
그러니 본사에서 내려간 우리팀과 나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었겠지만 처음 자리를 정해 줄 때부터 우리들을 시험하기 시작했습니다.
" 본사팀들 현장 파라솔 내보내......음......제일 도로변으로 줘.
  빨리 데리고 나가."
" 처음 인데 도로변으로 나가서 되겠습니까."

이과장이 중간에서 말렸지만 엄이사는 인상을 쓰고 있었죠.
그리고는 비웃듯이 나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 이었습니다.


                                     

" 무슨 소리야, 우리 처음에는 훨씬 더 빡빡 기며 일했어.
  안에서 놀고 있을일 있냐? 할수 있는놈은 남고 못하는 놈은 가고 ......”

나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습니다.
" 아닙니다. 처음부터 배우는게 우리팀에게도 더 나을 겁니다.
  똑같이 하겠습니다.”

우리팀은 도로가에 파라솔을 펴고 오가는 손님들에게 전단지를 나눠 주며 홍보를 했죠.
나는 아침에 바지 정장 위에 우리 회사 로그가 박힌 검정색 잠바를 걸쳐입고 뛰어 다녔습니다.사무실에 있느니 조금이라도 뛰는 것이 훨씬 나을테니까요.

그러면서 나보다 다섯 살 많았던 안대리 와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늘 내곁에서 파라솔이며 전단지 계약 기록등을 챙겨 주었고
나의 경쟁자인 안대리와 나는 회사안에서 일에 관한한 마음에 드는 파트너가 되어 갔던 거겠죠.
짙은 눈썹에 웃으면 볼에 볼우물이 깊게 패이는 서글서글한 눈매의 안대리는 여자라고는 경리를 보던 미스김과 내가 전부인 평촌현장 사무실에서 내게 눈에 띄게 친절 했습니다.
나는 팀원의 지지가 필요 했기 때문에 그를 그냥 모른척 내 버려뒀습니다.


평촌에서 일이 이주쯤 지나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빌딩 앞에 쓸쓸한 낙엽들이 돌아다니고
이주동안 하나의 계약서도 쓰지 못하다가 나는 마침 한 노신사와 중년의 딸이 함께 구경 나온 손님들과 상담중 이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상담이 진행중 이었는데, 조그만 소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상담중인 파라솔근처에 안대리가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고 이규찬이 함께 길가족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는데 ,잠시후 보니 길가쪽에 이규찬이 웬남자 들과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급히 뛰어가는데 벌써 그 남자중 하나가 이규찬을 한 대 차고 있었습니다.
눈에 불이 확 나더군요.

" 뭡니까?"
" 엉? 새파란 여자 팀장 이라더니......거, 애들 교육좀 잘 시킵시다.
  나, 저쪽00빌딩에서 왔는데 어디 남에 구역을 넘나들게 하냐고 !!!.애들을!!”

불받아서 나도 아까 이규찬의 얼굴을 날리던 넘의 얼굴을 한 대 후려갈겨 주었습니다.
그 순간은 내가 죽더라도 물러서서는 안될 것 같았습니다.
속에서 불이 치밀어 오르더군요.
동료가 피흘리며 쓰러졌을때......그 심정......
" 뭐 이런 개 자식이 다 있어? 야이 시꺄!! 그깐일로 사람을 이렇게 만드냐?"
" 이런 미친년이?"
                                            
                                      
       
그넘의 주먹이 날라오는데 안대리가 두들겨 패고 나도 때리고 이규찬도 치고 받고 곧이어 그쪽에 부장이 나오고 우리족에도 사람들이 나오고 한바탕 난리가 났죠.
나는 너무 화가 나서 그넘의 손을 깨물어 주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넘이 휘두르는 주먹이 내얼굴로 날아 오는걸 안대리가 대신 막다가 대신 막다가 시계줄에 맞아 코뼈가 나가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잠시후 우리는 근처 병원 응급실에서 나는 손을 붕대로 싸매고 있었고 안대리는 누워서 코를 맞추고 이과장은 옆에 서 있었습니다.
그가 얼굴이 새하얗게 되어 뛰어 들어 왔습니다.

" 괜찮은 거야? 어디 얼마나 다쳤어? 다른데는 괜찮아?"
" 괜찮아요. 손이 조금 찢어져서 몇바늘 꿰맸어요.
  그보다 저 대신 안대리가 맞아서 코뼈가 부러졌어요.”
" 안대리는 좀 어때? 이과장 현장관리 어떻게 하는 거야?"

이과장이 어쩔줄 몰라 하며
" 시계줄에 코가 나갔습니다.
  치료받고 있습니다. 그쪽 아는 이가 나갔습니더.”

그는 화난 얼굴을 조금 가라앉히고 이과장에게 말하더군요.
" 저쪽 사장에게 연락 해놨으니까 치료나 잘해서 데리고들 와요.
  이팀장 먼저 데리고 갈게. 걸을수 있겠어요.”

그렇게 병원을 나와 차안에 앉았을 때 그가 애처롭게 쳐다보며 말하더군요.

 " 소라가 싸움닭이야?
  거기서 그런 남자들 싸우는데 같이 싸우면 어떻게 해? 참......”

나는 고개 숙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 우는 거야?"
"아니, 미안해서요......그래도 속은 후련 하더라. 뭐......"
" 핫하하 내가 못말린다. 참,
  우리 쌈닭 배고프겠다. 뭐 먹고 가지......”

그는 가만히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오른손으로 나를 안았습니다.
내가 살짝 흘겨 봤더니
 
" 나, 한손으로도 운전 잘해. 오토니까 편하네......
  앞으론 이렇게 맨날 안고 다니지 뭐.”
" 피~ 그렇게 무안하게 나무라더니......"
" 걱정이 되서 그랬지. 암튼 수고 했어. 동지......"

                                     


그 난리 치고 몇일뒤 ,
그날 상담 했던 노신사와 그분의 딸과 1층과 4층 23억 계약서를  썼습니다.
그날 우리가 싸우는 모습을 다 보았던 그 노신사는 내게 한마디 칭찬을 해주셨죠.

" 젊은이가 당당해서 좋았어요. 읽어 보고 싶었소."

그들이 돌아 간후 우리 팀은 모두 기뻐서 환호 했죠.
누구보다 기뻐 한 사람은 이과장님과 그 였죠.
그날 난 우리팀과 하루 신나게 축하 파티를 했습니다.
그즈음 나의 주량이 소주 3병쯤 이었는데 3차에 가서는 결국 그에게 전화를 해서 후퇴 할 수밖에 없었죠.
그는 직원들 눈에 뛸까봐 모자를 눌러 쓰고 잠바를 입고는 노래방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던 나를 택시로 데릴러 왔습니다.
헤롱헤롱한 내가 킬킬 거리며......

" 007 작전 같아요. 헤헤헤......"

몇일 뒤 회식 자리에서 였습니다.
나는 그와 마주 앉았고 그 안대리는 내 옆에 앉게 되었는데......
늦가을에 웬 모기가날아 오니까 안대리가 딱 잡으면서 민망하게 웃으며

" 이진씨가 벌레 알레르기가 있다는 군요......"

그의 얼굴빛이 안좋아 지는걸 본 민정씨가 그에게 술을 권하자 그는 조용히 사양을 했습니다.

" 음, 아냐......됐어. 오늘은 술은 안 마실 거니까 어서들 들어요."

그런데도 안대리는 내게
" 진이씨 술 잘한다고 그러던데 자 한잔 받으세요......"
" 네......"

돌아오는 차에서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그런밤 그는 나를 안고 내 뜨거운 귓가에 슬프게 중얼 거렸습니다.

" 왜......나는 늘 너를 가지는데도 이렇게 허전하고 겁이 나는 거지......
  왜 이럴까......"

나는 그런 그를 나의 벗은 가슴에 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온전히 가질수 없는 사랑은 사람을 얼마나 지치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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