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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여자가 된 이후의 연애

하늘이 |2009.04.19 03:05
조회 6,297 |추천 0

20대 중반의 여자입니다.

 

10대 중반에 아버님의 무리한 사업으로 가세가 기울기 시작해서

20대가 되었을 무렵 거듭된 사업 실패로 완전히 가난한 집의 딸이 되버렸습니다.

가지고 싶은 거 안가지고 못살고, 항상 교양수업도 과외받고,

수십만원 별 생각없이 쓰고 다니다가 갑자기 생계를 위해서 알바도 하고

공부도 해야하고, 빚독촉이 익숙해지는 생활이 되버렸죠.

나름 빠르게 적응되고 악착같이 살아지더군요..

 

게다가 집안이 어려워도 어찌어찌 연애는 계속 해왔었는데

만나는 남자마다 정말 우연히 만났어도 완전히 상위계층의 사람들....

알게 된 이후에는 태연한 척 했지만

그게 자랑스럽다거나 좋기보다는 우울하고 짜증났었습니다.

타고난 자존심인지, 어릴 적 습관인지 데이트 비용도 제가 반내지 않으면

너무 불편해서 무리하면서 만났었구요...

괜히 공원 같은 데이트만 다니게 유도하고 그랬었어요.

 

하지만 만났던 남자들이 제 속한대로 특권계급의식에 쩔어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해하면서도 정이 떨어지고 열등감에 제가 먼저 차버리게 되더군요 -_-;

집안상황에 대해 전혀 말하지 못하고 딱히 묻는 것도 아니여서

만나온 사람들이나 모든 주변인이 저를 검소한 타입이지만 부잣집 아가씨 정도로

보아왔답니다...학창 시절 친구들도 저희 집안의 몰락을 몰라서

아직도 제가 잘사는 집 아인줄 알구요.

 

그런데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있는 지금 남자친구에게

처음으로 가족에 대해서나 집안 상황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하게 되면서

변하게 된 제 성격이 저를 괴롭게 합니다.

제가 빈대처럼 변해버렸거든요...

지금 남자친구도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너무 착한 사람이고

자신을 잘났다고 생각도, 자랑 한번도 안하는 사람이에요. 전남친들과 달리-_-

또 선물이나 이벤트 같은 거 좋아하는 다정한 사람이구요.

 

전, 선물 받는 거보다 선물하는 거 좋아하고

남친이 이벤트 좋아하니 저에게 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니 저도 해주고 싶지만

제가 뭣하나 안해줘도 고마워하고 좋아하는 남자친구 보니까

항상 데이트 할 최소의 돈도 집에 쌀이라도,반찬이라도 더 살 수 있을 텐데

하면서 돈 쓰기 아까워지구요...결국 저는 돈 하나 안쓰게 되는 데이트 생활;

 

이제는 완전히 가난한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전 남자친구들한테도 비싼 선물은 자주 받았어도 불편하고

저도 그만큼 해줘야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편해지니까 이젠 서슴없이" 이거 가지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제가 되어버린 거에요.. 생필품만 간신히 사는 생활이 너무 지겹고

조금이라도 저 자신만을 위한 걸 사고 싶어지고.

또 말해서 사주면 감동하고 기쁘다가도 다른 것에 대한 물욕이 생겨나고...

조르고 싶고........ 말하면 바로 사주고.. 심지어 저 용돈도 준다 합니다..

 

게다가 남자친구가 저희 집을 챙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저희 집에도 인정받았는데 처음에는 가난한 집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걸로

괴로웠는데..이젠 차라리 이렇게 미래 밝은,좋은 집 참한 아들이 우리 딸

사위가 되겠구나~ 하고 남자친구가 집에 뭐 해주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시는

부모님이 더 괴롭습니다.

저랑 동갑내기인 같은 대학생일 뿐인데도 ...

 

누굴 사랑하는 것에도조차 이렇게 제 자신이 뻔뻔하고 부끄러워지게 되다니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가 생각나고.. 완전히 빈한 제 자신이 서글픕니다.

 

뭣하나 제대로 해줄 수 없는 구차한 생활이 힘들어지고

(심지어 남친이 준 선물팔아 생활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드니까요...)

이런 가정환경에서 연애따윌 해서 무엇하는가..이런 생각으로 자꾸 헤어지자고

말하게 됩니다. 이 사람 너무 좋아하고 항상 결혼 얘기 하고

정식으로 집안 얘기 다하면 그 사람 집에서 반대할 것 같고...

저도 반대하는 결혼, 하고 싶지도 않고.

우리집이야 제가 부모님 딸이니까 제가 공부하고 직장 잡으면 뭐가 아쉽냐 하시는데;

요즘에 집안 배경 이런거 다 보잖아요. 현실을 모르시는 것 같아요..

 

아무리 제가 돈 많이 벌게 되도 빚갚는 데만 10년은 걸릴 것 같고

저희집은 못해주고 남자친구네 집에서 뭐 해주는 것도 싫고

결혼했는데 제가 우리집 빚 갚고 있는 것도 이상할 것 같고

 

해서, 이 고민의 끝으로..이 사람 지금 보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이젠 성격까지 빈곤해지는 저에게 물드는 거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저는 저대로 공부에만 집중해서 어떻게든 집안 되살려보고 말이죠.....

 

저 어째야 할까요.

고민으로 잠도 안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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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저는|2009.04.19 17:05
좀 반대입장이네요 다른 분들은 뭐 사람만 괜찮으면 그쪽 부모님도 크게 뭐라하시지는 않을거다 이런 분도 계시는데 맨날 시친결 이런데서 나오는 소리지만, 돈없는 남자랑은 절대 결혼하기 싫어하면서 왜 돈없는 여자는 괜찮을거라고 위로하는 경향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거꾸로 남자친구 집안이 굉장히 어려웠던 케이스였어요 그친구도 집에 돈은 없었지만 사람은 정말 괜찮았죠.. 저희 부모님도 인정하셨으니까요 그런데 그 빚이라는게, 신용불량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것인지..얼마나 사람 질리게 만드는지 초조하게 만드는지.. (글쓴님 집안은 잘 모릅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남친 부모님이 지금당장 신용불량자라는 것보다는.. 그분들의 평소 생활태도나 생각 이런것들이.. 신불자 될만 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죽어도 빚내서 사업차려서 [사장님]소리 듣고싶어하지, 어디가서 청소 이런건 못하는 성격.. 집한채 없이 15만원짜리 고시원신세 지면서도 남들앞에서는 뭐나 있는척 포장하는 성격.. 한마디로 폼에살고 폼에죽는 그런 성격말이죠..) 글쓴분이 열등감을 느끼시는건 극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돈이 없다해도 열등감을 갖는다거나 막 물욕을 표출하신다거나 하시면 안되죠.. 글쓴분 자신은 그래도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고 소중한 존재이니까요.. 그러나, 결혼은 미루시길 바랄게요. 미안하지 않으세요? 아무래도 집안이 그렇게 어려우면 결국에는 배우자가 그 감당을 일부라도 하게 되어있습니다. 아무리 아냐아냐 나는 그렇게 안할거야 한다해도 현실이 그렇지 않죠. 요즘 30대에 결혼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죽어라 갚아도 10년내에 못갚을 빚이 있으시다고 했죠? 그거 다는 못해도 대부분이라도 갚으세요. 그거 갚아야 글쓴님 자신도 열등감 벗고 남들이 보기에도 괜찮다고 하지 자꾸만 [사람은 괜찮으니까]이런식의 주장(?)은 합리화밖에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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