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담양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오랫동안 떨어진 애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남도땅을 갈때면 설레임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밤새 뒤척거리다가 새벽 3시가 되어 집을 나서게 되었다. 대충 잠을 자느니 차라리 빨리 출발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다.
어둠속에서도 분주히 일하는 사람들의 손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문보급소에 신문뭉치를 던지는 젊은이의 억센 팔뚝, 불 꺼지지 않는 김밥집 아줌마의 손놀림, 차가 씽씽 달리는 도로가에서 빗자루질하는 환경미화원의 우직한 손등까지....
몇 달전 술자리 모임이 길어져 3시쯤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 우유를 배달하는 아저씨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고맙기도 하고 그 시간까지 술퍼마시고 들어온 자신이 미안하기도 하고....... 나중에 우리 회원이 우스개 소리를 한다..
"대장님하고 우유가 같이 들어왔네요."

원래 나의 목적지는 승주다. 송광사와 선암사를 집중적으로 볼려고 했다.그런데 광주쯤인가 갑자기 "담양"이란 이정표가 나타났다. 무엇에 홀렸는지 나도 모르게 핸들을 틀어버린 것이다. 이런 돌발변수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담양으로 빠져나가면 가장 먼저 손짓하는 곳이 한국대나무박물관이다. 학창시절 "죽제공품=담양" 지겹도록 들었던 곳이지만 막상 담양에서 쭉쭉 내뻗은 대숲을 보게되니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죽물박물관에는 대나무에 대한 자료전시실, 죽물전시실, 죽물생활실, 기획전시실 등으로 나뉘어 대나무 생태에 관한 자료와 각종 생활도구 2500여점이 세계 각국의 죽제품과 함께 전시돼 있다.
어린시절, 손 때 묻어 기름이 반질반질한 대나무 소쿠리에는 강냉이가 담겨져 있다. 난 그 강냉이를 씹는 것을 참 좋아했다. 성인이 되어 깨끗한 프라스틱 그릇에 담겨진 강냉이는 씹어도 씹어도 옛 맛이 나지 않는다. 정성스런 음식은 애환이 가득한 용기에 담겨져야 제맛이 나는가보다.

내가 핸들을 급히 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가 나를 유혹했기 때문이 아날까? 건장한 군인들이 칼을 곤두 세우고 좌우로 도열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백설공주에 나오는 나무같기도 하고...어째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길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없이 담양의 가로수라고 말할 것이다.
겨울연가에 나왔듯이 메타쉐콰이어 가로수는 앙상한 겨울이나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5월의 가로수 역시 겨울 못지 않게 아름답다. 넉넉하고 풍성한 심성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메타쉐콰이어는 은행나무와 함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한다.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희귀한 나무인 것이다.
또한 물푸레나무와 더불어 습생수종이며 논 배수로를 통해 양분을 흡수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메타쉐콰이어야말로 "물먹는 하마"다. 그 빨아 들인 양분으로 늘린 키가 30미터나 된다. 문헌에 의하면 40-50미터까지 훌쩍 자란다고 하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담양의 가로수도 그리 오래된 나무도 아니다. 불과 30년 밖에 자라지 않은 나무인데 이렇게 울창하게 자란 것이다.

이렇게 멋지게 자전거 타는 모습 본 적 있는가?
인생의 달관을 맛 본 할아버지는 아무런 욕심도 없다.
그저 패달만을 밟을 뿐이다.

자운영과 청보리 그리고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바람에 흔들리는 자운영

꽃밭 한 곳에 자리잡고 벌렁 누었다.
파란 하늘이 내 동공에 쏟아지고 파릇한 풀내음이 코끝을 쑤셔댄다.
바람이란 놈이 휭하니 지나갔다.
메타세콰이어도
청보리도
자운영도
이름모를 잡초도
바람의 화음에 맞춰 이러저리 춤을 춘다.
아!
나보다 행복한 사람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길을 가다가 이 자운영 꽃밭을 제초기를 갈아 엎는 농민을 보게 되었다. 달려 가서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나의 큰 오산이었다. 이 꽃을 없애지 않으면 어떻게 모를 심고 쌀나무를 키워나가겠는가? 화려함에 도취되 더 소중한 알곡을 생각해 내지 못했던 것이다. 예쁜 모델보다 우직한 아내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왜 몰랐지.

한폭의 그림 같지 않는가? 이젠 이 나무들과 이별을 해야한다.
초록잎은 낙엽으로 변해 아스팔트를 점령하고, 운좋은 놈이 하나가 대롱대롱 가지에 흔들거릴때
그때나 다시 보자구...
투툼한 이불 가지고 다시 찾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