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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의 이집트 헤메기 - 21. 이집트식 표현을 이해하는 방법

투덜이 |2004.06.02 22:20
조회 1,533 |추천 0

21. 이집트식 표현을 이해하는 방법

 

장사꾼들은 어디나 마찬가지 겠지만 이집트 가면 특히 그들이 하는 말을 꼼꼼히 잘 들어야 한다.  아무리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도 약삭빠른 이집트 장사꾼을 만나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다만, 당하더라도 좀 알고 당하는 게 낮지 않을까 할 뿐이다.

 

이집트식 표현의 예로 버스를 탈 때, “air conditioned bus” 라고 되어 있는 것은 그 버스에 에어컨이 달려 있다는 뜻이지 결코 그게 작동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에어컨을 켰다” 라는 말은 에어컨이 작동 한다는 의미지 꼭 시원해 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약한 바람만 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켜기는 한거니까.  ㅋ.ㅋ.ㅋ.

 

Hurghada 터미날에 도착해 호텔에서 나온 직원을 찾으니 어떤 십대로 보이는 청년이 자기라며 나를 택시에 태운다.   그런데 그애 하는 말이, 내가 싱글룸을 예약하지 않아 싱글룸이 남은게 없을거 라며 걱정 하면서 같은 계열 호텔에 싱글룸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잖다. 

 

당근 눈치 챘지,  그 녀석은 다른 호텔에서 나온 손님 빼가기 전문 삐끼였다.   일단 어떤지 먼저 들어 보려고, 그 호텔은 sea view room(바다가 보이는 방)이 있냐니까 대뜸, “yes, we have sea view”. 이러는 거야.  그래서 에어컨 달린 싱글 방값 sea view로 물어 보니 사실 가격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삐끼, 나이는 한 18살쯤 됬을까 ?  나보고 계속, 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기 나라에 와서 좋은 인상만 가지고 떠나 다음에도 다시 와 줬으면 한다는 둥, 진심으로 자기 나라에 대해 자랑스러워 한다는 둥, 좀 감동적인 얘기를 늘어 놔서, 어리버리 잘 속는 나, 고대로 넘어 갔다. 

 

아니나 다를까… 택시는 호텔을 찾아 뒷골목으로 마구 마구 들어가기 시작했고, 내가 차 세우라고 소리 치니, 이 삐끼 왈, 이 호텔은 대로변 아니라 아주 조용하고 좋단다.  으이구, 꿈보다 해몽이네…  하지만, 아스완에서의 아픈 기억이 있는데다 호텔이 맘에 안 들면 처음 호텔로 데려다 주겠다며 걱정 말고 한번 보기만 하라는 말에 마지못해 끌려 갔다.

 

그 호텔은 생각 보다는 깔끔했다.  방이 좀 작긴 하지만 나 혼자 있을 건데 별 문제 아니였다,  근데, 창문이 코딱지만 하고 밤중이라 밖이 안 보이는 관계로 sea view room이 맞냐 니까,  “we have sea view at roof top (옥상에서 바다가 보여)” 이러는 거야.  애들 장난 치는 것 도 아니고,  그녀석, 내가 바다가 보이는 방 있냐고 하니까, '응, 바다 보여” 라고 만 대답 한 거 였지 결코 방에서 보인다고 한 적 없다는 거다.

 

그 말은 맞다.  내가 당연히 그러려니 생각 한 거 였지..  그래서 할 수 없이 짐 풀고 샤워 하려고 에어컨을 켜니, 안 켜진다.  front desk에 얘기해 어떻게 된 거 냐니까 안되냐고 천연덕 스럽게 물어보면서 누가 와 한참 만지다가 가고, 또 아무 소식 없길래 다시 또 얘기 하니 다른 사람이 와 천연덕 스럽게 안되냐고 또 묻는다.  한참을 또 만져대다 나가서 또 함흥차사 인기라, 다시 front desk에 얘기 하니 3번째 new guy가 나타나 에어컨이 안되냐고 또 묻는다. 당근 내 못된 성질, 폭발 했지. 

 

도대체 몇 명이나 더 와서 안되냐고 물어봐야 고쳐 줄 거냐고 거품을 무니 결국엔 방을 바꿔 주면서 에어컨을 틀어서 보여 주는 거야,  “봐, 여긴 되지 ?” 하면서.   하지만, 사실 난 또 당한거 였다.  그놈의 에어컨 밤새 틀어 놔 봐야 바람만 나오고 시원해 지지는 않았다.  에구… 결국 난 그 넘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정 하고 그 선에서 포기 하기로 했다…

 

그 호텔 투숙객 중 유일한 동양인은 나 하나 뿐인데, 세번씩이나 데스크에 에어컨 고쳐 달라고 투덜대는 사람은 나 말고 전혀 없다. 다들 한두번 말 해서 안 해주면 그냥 체념하고 포기하는 모양인 거 같았다.  호텔이 최소한 깨끗하긴 했으니까, 그리고 그 호텔 사람들은 경험에 의해 손님이 불평하면 대충 그러니, 그러니? 대꾸 해주고 질질 끌면 관광객이 떠날 시간이 된 다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거 같았다.   나 같이 끈질긴 사람이 결국 포기 했으면 알만 하지 ?    봐, 절대로 이집트 사람은 이길 수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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