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고급 중형 세단과 자전거
결혼은 절대 사랑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사랑만으로 먹고 살아 결혼을 하는 케이스도 종종 있지만 결국엔 돈이 없으면 싸우게 된다는 게 나의 이론이다.
까만색 중형 새단의 자동차....
차는 남자의 능력을 나타낸다고 은영이가 그랬었나??!
하긴....요즘같은시대에 왠만한 능력이 없으면 차도 못끌고 다닌다. 기름값은 좀 많이 들며, 거기다 세금에 각종 유지비까지...
그래서 난 선을 보든 남자를 만나든 언젠가 부터는 차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있다. 차를 보면 그사람의 재력은 어느정도 파악이 되는거니깐!
-이정도의 차를 몰 정도면 돈은 꽤 있겠군....
“아침 식사 안했죠?! 뒷자석에 샌드위치 있으니깐 먹어요!”
그의 말에 난 뒷자석에 고이 앉아있는 작은 쇼핑백을 바라보았다.
술마시고 난 다음날은 항상 2공기 이상의 밥을 챙겨먹는 나로써는 먹고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연우 앞에서는 먹고 싶지 않았다.
“먹어봐요! 동생이 싸놓은거 하나 슬쩍한건데 맛이 썩 괜찮아요! 동생이 요리학원을 좀 다녔거든요...”
“동생이 여자인가봐요?!...”
“아니요! 남동생이요..사촌동생인데 같이 살아요..”
“네....”
난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휙휙 지나가는 건물이며 사람들을 보니 속도를 꽤나 내는 모양이였다. 물론 차가 좋아서 승차감하나는 죽이지만....
같이 들어가면 괜한 오해를 사귀 십상이라면서 회사 근처에 날 내려주고 그 사람은 쌩 하니 가버렸다. 사실 어제일에 관해 질책을 들을까봐 혼날 시간을 기다리는 애 마냥 손바닥에 땀이 맻히도록 긴장했던 나였는데 막상 아무말없이 날 데려다 주고 가버리니 조금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날 하루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항상 있던 기획실장의 호출도 없었고, 바쁜 디자인 일정이 끝나 조금은 한가롭게 인터넷이나 하며 은영이와 MSN으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은영인 어제의 일이 궁금했는지 내가 MSN에 접속하자마자 바로 반응이 날라왔다.
[오늘 어때?!]
[뭐가?!]
[그 개뼉다귀말야... 오늘 지랄 지랄 안해?!]
[응...그냥 넘어갔어...]
[근데 너 용케도 회사 나갔다. 안쪽팔리디?!]
라는 은영이의 말에 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상세히 아주 상.세.히 설명했고, 은영이는 차종을 말했을때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내가 건졌을텐데...]라며 아주 아쉬운 입맛을 다시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6시가 되자 땡하니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예의 그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과 캔맥주를 사고는 그걸 품에 안고 룰루랄라 거리면서 언덕배기를 올라가고 있었다.
“어?!”
내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작은 계단 쪽문앞에 누군가 앉아있었다. 하균이였다. 하균은 날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고는 말했다.
“오늘도 시간은 딱이네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배고픈데... 밥줄수 있나요?!”
라며 애교스럽게 말하는 하균을 보자니 풋 하고웃음이 나왔다. 글쎄...하균을 보고 있으면 자꾸 모성애가 자극된다고나 할까?!
방에 들어온 하균은 마치 자기집인 마냥 침대커버를 정리하고, 창문을 열어 공기를 순환시키고, 내 작은 방을 왔다갔다 하면서 정리를 했고, 그런 하균을 내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날 욕실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밖에 나갔다가 오면 깨끗이 씻어야 이쁜어린이라구요!”
닫히는 욕실문을 바라보고 난 쿡 하고 웃었다. 어린이랜다. 나보다 한참 어린 하균에게 어린이란 소릴 들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아서 비실 비실 웃음이 나올지경이였다.
샤워를 하고 간편한 복장으로 나온 나에게 하균은 아까 사온 편의점식으로 차린 밥상앞에 앉으라며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쳤다.
난 남하고는 쉽사리 친해지지 않는 성격인데 .... 이상하게 하균과 있으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같이 편안한 감정에 빠져든다. 그건 하균도 마찮가지인 것 같았다. 내가 사온 캔 맥주를 사이좋게 나누어 마시곤 하균은 그만 가봐야 겠다며 벌떡 일어났다.
11시가 넘은 시각이였다. 맥주 한캔씩을 붙잡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가는줄도 몰랐다.
“지금 가면 차 끊겼을텐데...어떻게 갈려구요?!”
“제 애마가 있잖아요!!”
의아해 하는 나에게 그는 ‘자전거요’ 라며 한쪽 구석에 숨겨놓은 자전거를 끌고 나와 언덕을 넘어 내 시아에서 사라졌다.
하루만에 번갈아 만난 두 남자.
한명은 고급세단의 성격드러운 상사.....
또 한명은 자전거의 순진한 연하남.....
왠지 하룻밤 만에 꿈을 두 번 꾼 기분이였다.
항상 하균을 만나면 꿈을 꾼 기분이 들었다. 불쑥 내 인생에 찾아와서 언젠간 불쑥 가버릴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에 항상 휩싸이니... 그래서인지 하균을 보면 새벽녘 막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고 있는 듯하다. 몽롱한 기분....
하지만 해가 뜨면 사라져 버릴 아지랑이...
난 하균이 사라진 후에도 한참동안이나 언덕배기 나의 집 앞에서 그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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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글이 부족해서 다시 쓸까 했는데 도저히 저의 짧은 머릿속에서는 맴돌기만 하고 나오지는 않네요....
많이 부족해서 올리지 않을까도 했는데.....
일단은 올려봅니다. 리플에 대한 답변은 저녁에 해드릴께요! 저녁에 한편을 더 올릴 작정이거든요?!
오늘 날씨 무지 좋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