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정말 빛바랜 오랜 짝사랑 편지부터 절절한 사랑편지까지 많기도 많다.
삼년동안 내가 한 사랑이 과연 이 들이 말하는 그런 사랑일까?
사랑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이끌림에 정에 미련에…
사랑이란 그런 이유가 아닐까?
이유를 세가지로 지정하니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빼꼼히 문이 열리더니...
"명우씨, 좋았어. 다음 3부는 우리 중간 정도만 편지랑 음악이랑 연결하고 그 다음에는 청취자들하고 직접 전화 연결로 합시다. 한 두 명 정도만"
"네... 그게 좋겠네요. 제가 중간에 멘트로 공지 할께요"
"오케이"
“미래란 막연한 기다림, 그리움만은 아니겠지요?
바로 잠시 후며, 내일인 시간들이 미래입니다.
운명의 연인도, 희망찬 미래도 바로 잠시 후면 여러분들 앞에서 펼쳐 질 이야기들이죠.
3부는 더 이상 과거가 아닌 다음 시간인 나의 미래 이야기
미래의 나의 연인에게라는 주제입니다.
왠지 프로그램 이름과는 맞지 않지만,
후후~ 언젠가는 저희 프로그램 이름도 미래로 가는 그리움이 될지 어떻게 알겠어요?
희망 가득한 미래를 향해 기억으로 남는 그리움이 들어갑니다.”
음악이 흐르고 다음 청취자들과의 전화 통화 내역을 위해 리스트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여자 한명…남자 한명”
“이제 청취자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미래의 연인에게 라는 주제인데요.
어떤 분들이 어떤 그리움을 가지고 전화를 주셨을까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디에 사는 누구세요?”
“네 저는 사당동에 사는 이 은아에요.”
“네 미래의 연인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세요?
“죄송한데요. 전 과거의 연인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네 말씀하세요.”
“그 사람은 저를 만나면서 저에게 먼저 이별을 고했어요.
방송을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제 이야기 같더라구요.
이별의 후유증이겠죠?
제 나이가 이제 서른이에요.
고민 많은 나이인데요.
전 서른이 되기 전에 그에게 결혼하자고 독촉했죠.
저희는 사년을 만났거든요.”
“네”
명우는 이야기를 끊고 싶지 않았다.
왠지 자신의 이야기가 재 방송 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저를 피하더라구요.
나중에 알았지만, 집안의 성화로 선을 보고 다녔더라구요.
제가 결혼 하자고 안한것도 아니고
그 집에서는 제가 맘에 안드셨나봐요.
저도 그 집에 인사까지 갔었는데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더니…”
“네”
“결국 그 사람은 부모님의 뜻에 밀려 그냥 절 떠났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사랑인지 의문이 생겨요.
하지만 전 그 사람을 보내고 후회하지 않아요.
그 사람을 보내고 나니 오히려 제 자신에게 자신감이 생겨요.
지금까지는 그 사람만 본다고
저에게 소홀했던 것 같아요.”
“네. 은아님
그럼 이제 은아님은 미래의 연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이제 뭔가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요? 그죠?”
“네… 전 제 미래의 연인에게 많이 아프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프라구요?”
“네… 늦게 만난다면 아마 그 사람도 가슴속에 상처 하나가 있겠죠.
나중에 만나면 제가 그거 다 치료해줄래요.
아파한만큼 사랑해 줄 수 있을 테니 그 사람이나 저나 서로 서로 많이 아파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그만큼 서로 아껴 줄 테니…”
“네… 은아님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좋은 인연 꼭 맞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사당동에 이 은아님 이셨습니다. 솔직히 조금은 뜻밖의 대화였습니다.
전 미래의 연인에게라는 주제라면 추상적인 이야기가 나오리라 생각했었거든요.
은아님의 아프면서 터득하신 그 진리처럼, 지금 사랑에 아파하시는 많은 여러분…
많이 아프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팠던 만큼 더 귀하게 여러분의 사랑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음악듣고 마지막으로 다음분 연결합니다.”
그냥 오늘 머릿속에 떠올라 진행한거 였는데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이 깨치는 것 같았다.
‘그래 많이 아파하자’
하나씩 머릿속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오늘 집에 가면 페퍼민트 차나 맘껏 마셔야지…
뭔가 확 뚫릴 것만 같다.
방송실 안으로 쪽지가 들어왔다.
“명우씨 잘하고 있어. 그리고 마지막 청취자만 남았는데…
이 사람 아까 2부 편지 보낸 사람이라고 연결 꼭 해달라네. 이 진하라고…”
명우는 동그라미를 그려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
‘이 진하라…’
갑자기 멋진 남자일꺼라는 기대가 들기 시작했다.
왠지 부드러운 남자일 것 같은…
“조금전 2부에서 편지를 주셨던 이 진하씨가 전화 와 계시네요.
이 진하씨를 마지막 전화 연결 합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네 좀전에 편지를 보내주셨던 이 진하씨세요?”
“네”
“아까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특별히 전화 연락을 부탁 하셨다던데,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시겠어요?”
“네 고맙습니다. 오늘 방송을 들으면서 옛날 생각이 나서 적었던 글입니다.
오히려 오늘 생각지도 않은 방송에 제가 감사하죠. 오늘 좋은 음악 감사드립니다.”
“네…후후… 왠지 방송이 뒤바뀐 것 같은 것이… 갑자기 제 자리가 위협되는데요.
진하씨 어떤 이야기를 전해 주시겠어요”
“아까 그 편지가 그녀에게 보내고 싶었던 마지막 편지였습니다.
아직 전하지 못한 편지가 많지만, 그냥 조용히 잊어주는 게 그녀를 위한 배려일 것 같네요.
전 미래의 연인에게 제 육성으로 시를 한편 들려 주고 싶어서 이렇게 전화 연결을 부탁드렸습니다.
실은 중간에 끊길까봐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데요.”
“네…하하하 그럼 미래의 연인에게 어떤 시를 들려 주실껀가요?”
“[내 앞에 선 당신에게]라는 시입니다. 이 글처럼 다음 사람을 꼭 이렇게 사랑하겠습니다.”
“네 이진하님 낭독해 주세요. 음악 깔아드립니다.”
내 앞에 선 당신에게
처음 당신을 향해 다가서던
내 눈빛을 기억하나요?
처음 당신을 향해 건네던
나의 떨리던 목소리를 기억하나요?
그토록 떨리던 그 감정은
나만의 쉼호흡이었던건가요?
그토록 떨리던 그 가슴은
나만의 심장 두근거림이었나요?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을
그토록 고마워한적 없습니다.
당신이 태어난 것을
그토록 고마워했습니다.
이 짧은 생에 당신을 본것을
이 짧은 생에 당신을 사랑한 것을
후회할수 없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가 서 있는 이 세상에 태어나 줘서...
고맙습니다.
지금 내 앞에 다가와줘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앞에 선 당신을... “
“이상입니다.”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음… 남자도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구나.
“네 진하님… 시를 오래 음미해 봤습니다. 마치 연인을 앞에 두고 쓰신 글 같네요”
“아닙니다. 천만에요.
정말 이렇게 제가 적은 시처럼 다짐처럼 제 앞에 나타날 그녀를 정말 아껴주고 사랑해주려고 합니다.
이건 제 자신이 저에게 하는 다짐입니다.”
“진하님은 다음 연인이 생기신다면 그럼 무얼 제일 하고 싶으세요?”
“네 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세가지를 꼭 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세가지요?”
“네… 첫번째 꼭 안고 제 심장소리를 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두번째 뒤에서 가만히 안아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사랑한다는 말을 아낌없이 해주고 싶습니다.
곁에 있을땐 아무렇지 않던 이 일들이 떠나고 나니 가슴 아프게 미안한 일들이 되네요.
다음 사람에게는 반드시 표현해 줄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네 진하님 좋은 이야기 감사 드립니다. 원하시는 사랑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누군지 몰라도 굉장히 행복한 분이 되실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어떠세요?
자칫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오늘…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아파하고 있습니다.
상처를 아우르는 그 마음과 다짐들처럼, 지난 사랑은 여러분에게 훌륭한 약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랑의 약은 사랑입니다.
지난 사랑의 상처가 덧나지 않게 앞으로 더 아름다운 사랑으로 덮어 주시기 바랍니다
기억으로 남는 그리움의 유 명우 였습니다.”
음악이 흘러 나가고…
긴 생방송이 끝났다.
선욱씨가 종이컵에 담긴 물을 내민다.
“명우씨 고생했어…
이야~ 앞으로 작가 없어도 되겠구만”
“어우… 무슨 말씀이세요.
땀이 한 솥이에요. 어찌나 긴장했는지… 담부터는 사절입니다.
그나저나 작가는 연락 됐어요?”
“응 연락됐는데… 원고는 회수를 못했다나봐…”
“설마 아직 그 말을 믿으시는 건 아니죠? 한강에 날라가다니…
작가면 작가답게 좀 근사한 답을 생각해내던지…. 저 그 사람 연락처 좀 줘요”
“왜 데이트 하게?”
“그 사람 남자에요?”
“아니…방송 진행하는 사람이 자기 원고 써주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른단 말이야?”
“그야 별로 얼굴 대할 일이 없어서…”
“그동안 그 사람이 문제 없이 원고를 써서 한번에 오케이 돼서 그런거지… 그러고 보니 미안해.
내가 중간에 작가 바뀌었단 이야기를 안했지? 내가 잘 못한게 맞구만…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이나 먹자. 방송 나간거에 대한 반응 좀 보고…”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그냥 넘어갈걸… 오늘 집에가서 페퍼민트 차나 실컷 마실랬더니만... ㅠㅠ
에이 모르겠다. 오늘 방송 펑크 낸 인간이 어느 인간인지나 함 보지 뭐.
보고 따져도 따져야지.’
오늘 방송은 성공이었다.
게시판에는 신선했다는 청취자들의 글과 이 진하라는 사람의 시를 더 접하고 싶으니
다음 공개 방송때 꼭 게스트로 초대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진하는 기억으로 남는 그리움 게시판에 들어갔다.
명우의 방송후기가 올라와 있었다.
진하는 이 방송을 즐긴다. 방송도 방송이거니와 방송 후기를 적는 DJ는 명우밖에 없었다.
얼굴 공개를 하지 않고 지금껏 방송을 해와서 궁금증도 궁금증이었지만
방송 후기는 방송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 ㅠ.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실은 여러분께 고백할게 있는데요.
오늘 방송은 말 그대로 생방송이었습니다.
원래 생방송 아니었냐구요?
그랬지요.. 헌데 오늘은 정말로 생방송 이었습니다.
ㅡ.,ㅡ 오늘 저희 작가님께서… 저를 배신하셨습니다. 으허헝~~~
저 오늘 두 시간동안 땀을 얼마나 쏟았는지…
제가 앉았던 자리 지금 한강입니다.
저기서 지금 오리 두 마리 떠다니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저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러 갑니다.
오늘 저를 배신하신 작가님을 알현하러 가는데요.
오리 두 마리 잡아서 뇌물로 공양드리고 오겠습니다.
담부터는 저를 살려 주십 사 하구요.
오늘이 4월 14일이기 망정이지 오늘 만우절이었음… 아…생각하기도 끔찍합니다.
그럼 저 아직 방송 안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힘을 주시는 여러분 다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추신: 배고파요… ㅠ.ㅠ
근데요 오늘 전 밥줄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갑자기 진하님과 제가 뒤바뀐 기분이 드는 건 왜 일까요?
DJ바꾸자 그러면 어쩌죠? ]
“하하하”
진하는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왠지 장난끼가 일었다.
좀 전에 통화하던 목소리의 차분한 유 명우라는 DJ는 기억나지 않고
지금 이미지가 참 모습인 것 같다.
진하는 그녀의 메일을 클릭해서 글을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