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무모한 외출
심각한 얼굴로 정면의 모니터를 바라보는 MIB의 관장 이하 몇 명의 직원.
모니터에는 화성의 메시지라는 사인이 감빡거리고 있었다.
외계인 업무를 보는 직원들조차도
화성에서의 메시지라는 소식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직 화성 쿠데타 소식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화성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말을 들은 그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
-협조바랍니다. 지구의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화성의 임시집권기구로부터 지구 MIB에 보내는 전언입니다.
“말씀하십시오.”
-이 사람은 장로 메쉬라고 하오.
현재 화성의 지도부 구성이 지연되고 있어 장로회가 대행을 맡았으니 양해해 주시오.
“메쉬장로님, 오랜만입니다. 요즘 화성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관장은 정중하게 인사했다.
장로 메쉬라면 3대 전의 지도부의 중책을 지낸 유력한 화성의 인사인데다
현재 화성의 권한을 한손에 쥐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고마운 존재였다.
화성 군부는 지도부에 호의적인 지구를 그다지 탐탁치 않아 했기에
군부 투데타를 진압한 메쉬와 유진은 지구의 은인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구려.
화성은 현재 빠르게 평온을 회복하고 있으니
다시 불미스런 일로 우주에 전운이 감도는 일은 없을 것이라오.
“다행입니다. 유진님께서 큰 활약을 하셨다지요?
처음 뵈었을 때부터 범상한 분은 아니라 생각했었지만 생각보다 큰 인물이셨습니다.
화성의 미래에 서광이 비치는 듯 합니다.
-과한 칭찬이오.
지구에서 유진님을 비호해 주신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인사를 드리겠소이다.
“저희가 무슨... 따지자면 그 분을 죽음의 길로 내몬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에 감히 어떤 말씀을 듣겠습니까?”
-무슨 그런 말씀을.
위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희와 연락을 취하여
유진님의 궤도를 알려주셨지 않소?
덕분에 유진님을 무사히 모실 수 있었으니
지구의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오.
“자꾸 그러시면 저희 얼굴이 무색합니다.”
-허허허... 내 관장의 성품을 익히 아는 바 있으니 이 자리에서는 말을 아끼지요.
그보다 부탁드릴 일이 있소이다.
“부탁이라니요?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성심성의껏 힘을 보태겠습니다.”
-실은 유진님께서 지구로 가신 듯 하오.
수퍼컴은 유진님을 차기 지도자로 낙점했소.
아니, 실은 쿠데타 당시 지도자와 후계 모두가 살해되었기 때문에
지도자의 유전자 배열을 가진 분은 그 분뿐이라오.
헌데 유진님께서는 지구가 좋다며 지구에서 살고 싶다고 하시니...
솔직히 우리로서도 지구에서 그리 오래 살아오신 분이
화성보다는 지구에 더 친밀감을 가지는 것은 이해하오.
하지만 지금 화성으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소.
더구나 이런 불미스런 일까지 벌어지고 보니 지도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 것이오.
다른 한분만이라도 살아 계신다면 굳이 유진님께 이런 중책을 떠맡기고 시지 않소만...
화성으로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라오.
“유진님께서 지구에요?”
너무나 뜻밖의 사실에 관장이 되물었다.
메쉬는 주름진 얼굴 가득 곤혹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형 우주선으로 은밀히 빠져나가신지라
화성에서는 유진님이 떠나신 후에야 그 사실을 알았소.
그 분이 가실 곳이라면 역시 지구일테니 이렇게 협조를 요청하는 바요.
“유진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만... 그래도 의외로군요.”
-이리 된 거라오. 지구에서는 어찌 하시겠소?
“지구는 언제나 화성의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유진님께서 거부하신다면 저희로서는 강제로 어찌 할 수는 없습니다.”
-지구와 유진님 사이에 골이 깊어지길 바라는 게 아니오.
다만 유진님의 종적을 발견하는대로 화성에서 보내는 사절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오.
“장로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고맙구려. 근간 몇 추려서 지구로 파견할 터이니 여러 가지로 잘 부탁하오.
설득으로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유진님이 도통 말을 들어주시질 않으니, 원.
통신을 끊고 난 후 관장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렵구나. 유진님을 내주자니 유진님이 안 됐고
그렇다고 모른 척 하자니 매쉬장로가 가만 있지는 않을 테고.
메쉬장로라면 현재 실질적인 화성의 일인자이다.
자존심 강하고 깐깐하기로 이름높은 인물이니
내색은 않아도 상당히 불쾌해 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따르면 유진님이 화성으로 돌아가 권력을 잡았을 때
지구에 썩 좋은 감정을 품지는 않겠지.’
의연한 얼굴로 조금의 불안감도 내색치 않고 화성으로 가겠다 대답하던
유진의 얼굴이 떠오르자 관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그가 했던 말은 진심이었다.
유진은 화성의 편에 서지도 지구의 손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다만 상황을 정확히 읽고 자신의 위치와 의무를 피하지 않았다.
망명으로, 혹은 여행이나 회담으로 왕족이라 이름붙은 여러 인사들을 만나보았지만
유진처럼 긍지높은 인물은 드물었다.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그토록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어렵다.
특히나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때는.
“유진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역시 제게도 지구와 화성의 우호관계는 중요하답니다.”
마치 눈앞에 유진이 있는 듯 관장은 소리내어 변명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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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
유진은 눈앞에서 쾅 닫히는 문을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얘가 또 왜 이래? 어제까지만 해도 이 영화 보고 싶다고 해놓고.”
투덜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유진을 보고 차를 마시던 한과 온이 이상한 얼굴을 했다.
“영화시간 다 되지 않았어? 왜 혼자 내려와?”
“내가 묻고 싶은데... 혹시 무슨 일 있었어?”
“글쎄... 아까부터 방에서 안 나오긴 했지만 컴퓨터 앞에 있나보다 생각했는데.”
“왜 저러지?”
유진은 의자에 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윤이를 이해할 수가 없어.
나를 기억 못 하는 건 그렇다 치지만 왜 세진이를 좋아한다고 믿는 건지... 답답해 죽겠네.”
“윤이가 세진형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냐?”
“점점 불안해져. 1년의 시간 동안 윤이는 세진이만 본 거잖아.
나랑 윤이는 6개월도 안 돼. 확실히 자각한 건 겨우 두달이고.
그렇다면 윤이가 정말로 세진이를 좋아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넌 아직도 윤이를 잘 모르는구나.
윤이, 저렇게 보여도 속정이 깊은 애야.
왜 윤이가 세진형을 좋아한다고 믿는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알아, 알아요. 윤이도 나를 아직 좋아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
하지만 가끔 너무 불안해. 기억까지 잃어버린 마당에
나에 대한 감정이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어.”
“그건 네가 감당해야 할 몫이잖아?”
통렬한 한의 말에 유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내가 저지른 일이니까 내가 감당해야 하는 건 알아.
그래도 불안해 미치겠는 걸.
다 잘 될 거라고 스스로에게 아무리 말해봐도 너무 가슴이 아플 때가 있어.
윤이 잘못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윤이가 미워져.
나를 잊어버린 윤이가 원망스럽고 나를 담지 않는 윤이의 눈이 슬퍼.
형, 나 너무 힘들어요...”
“벌써부터 지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럴 거면 지금 포기하던가.”
급기야 고개를 떨구는 유진의 머리를 한이 툭툭 쳤다.
“너 말이야, 사람 마음이 얼마나 질긴지 알아?
그런 어설픈 약 같은 걸로 사람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인류는 진작 망했거나 아주 풍요롭게 살고 있을 거다.
인위적으로 안 되는 것이 사랑이야.
내가 보기엔 윤이 전혀 달라진 거 없다. 달라진 건 너야.
네가 달라져서 윤이를 제대로 못 보고 있다고는 생각 안 해?”
뜻밖의 한의 말에 유진이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달라졌다고?”
“그래. 넌 전의 유진이하고는 달라. 네 자신도 그걸 알고 있지.
한발 물러서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렴.
네가 지구로 돌아온 후 많은 것이 변했어.
그 중에 혹시 자신이 끼어있지 않은지 잘 살펴봐.”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변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윤이라고만 생각했던 유진에게 한이 한 말은 충격적이었다.
유진은 그 진의를 찾기 위해 한을 바라보았지만
한은 고개를 돌려 끓이던 국의 간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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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미치겠어.”
윤은 저녁을 먹는 내내 툴툴거렸다.
“조그만 것들이 시비를 걸지를 않나,
유진이는 유진이대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다니지를 않나.
이러다가 세진오빠 귀에 들어가면 창피해서 어쩌라고.”
낮에 있었던 일을 주르르 늘어놓으며 신세한탄을 하던 윤은
돌이켜 봐도 분이 치미는지 숟가락을 든 손을 부르를 떨었다.
“유진이 녀석, 분명히 내가 ‘사랑의 집’에 데려갔던 걸 복수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냐?”
한과 온은 서로를 마주보고 한숨을 쉬었다.
‘으이구, 둔한 것. 유진이가 그렇게 티를 냈는데도 전혀 알아채지를 못 하다니...
유진이가 어째 좀 불쌍해진다.’
‘그러게 말야. 내 동생이지만 진짜 너무 한다 싶어.’
“그래서 영화보러 가기로 한 거 취소한 거야?”
“당연하지! 앞으로는 유진이랑 같이 안 다닐 거야.
소문이라도 나면 세진오빠가 뭐라고 생각하겠어?”
‘소문은 이미 다 났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유진이랑 너 잘 어울린다고, 이 참에 아예 결혼시키라고 하더라.’
가사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한답게 아주머니들과의 친분이 돈독했다.
생활반경이 비슷하면 친해지는 법이다.
“윤아...”
“왜?”
“유진이가 그렇게 싫으냐?”
“아니, 뭐 꼭 싫다기보다는... 그게 꼭 내 일에 사사건건 방해를 하니까 그렇지.
아무래도 걘 날 괴롭히면서 희열을 느끼는 게 분명해.
맞아! 그러고보면 옛날에도 그렇게 날 못 살게 굴면서
나랑 친한 애들한테까지 행패를 부렸어.
그때 눈치채고 피했어야 하는 건데... 젠장, 순진했던 게 죄야.”
‘바보야! 그거야 너를 좋아했으니까 그런 거지.’
‘이런 말 하고 싶진 않지만 내 동생은 바보인가봐.’
어렸을 때부터 유진이 윤에게만큼은 잘 했다.
물론 어린아이다운 질투로 괴롭히기도 했지만
그게 다 관심의 표명이었다는 사실을 윤과 유진만 몰랐던 것이다.
‘으이구, 우리가 왜 유진이를 그렇게 밀었는데...
그렇게 세상만사 관심없는 녀석이 너한테만 사사건건 간섭하는 이유가 뭐였게?
하긴 둔하기는 유진이 녀석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괜히 신경에 거슬린다느니 하면서도 줄기차게 붙어 다녔었지.’
주위 사람들에게는 훤히 보이는 것이
감정을 잘 모르던 유진과 둔하디둔한 윤에게만 안 보였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잘 되는가 싶더니 한 바탕 난리를 치룬 끝에 도로아미타불이라니.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한이 이마를 짚었다.
“머리 아파? 약 줄까?”
눈치도 없이 묻는 온에게 사정없는 째림을 날려주고
한은 한층 심해진 두통에 눈살을 찌푸렸다.
‘동생이라고 있는 것들이 다 저렇게 둔하니... 아아, 내가 제명에 못 죽지 싶어.’
“아무튼 이제 다시는 유진이랑 같이 안 다녀.
그러니까 오빠들, 유진이가 와도 나 없다고 하고 전화와도 바꿔주면 안 돼.”
“온아, 약 이리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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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는 슬쩍 방문을 열어보았다.
“전하,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당장 대령하겠사옵니다.”
머리를 조아린 시종들에게 넌덜머리를 내며 라니는 방문을 쿵 닫았다.
MIB측의 배려로 호텔의 팬트하우스를 빌린지라 넓은 방은 라탄의 궁보다 화려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화려한 방이라도 라니의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대체 방문 앞에 딱 붙어 있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한껏 못마땅한 기분이 들어 라니는 신경질적으로 쿠션을 집어던졌다.
뭐가 이렇게 싫은지는 자신도 잘 몰랐다.
시종들과 무관들이 항상 곁을 지키는 일은 당연했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자라고 그 필요성도 실감하고 있다.
절대왕정인 라탄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왕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왕실이 강력한 군대를 양성하고 유지하는 데는 그런 속사정이 있었다.
라탄의 지하 저항군, 즉 왕정반대자들은
왕실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왕정반대자들, 특히 신흥 부르주아는
우주무역을 통해 거머쥔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층 더 강하게 왕실을 압박해왔다.
정치적인 수단도 사용했지만 그들이 더욱 즐겨 사용하는 방식은
지하저항군에게 지원을 보내는 것이었다.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가 된 막대한 자금이 저항군에게로 흘러들어갔다.
도중에 자금의 흐름을 발견한다 해도 피라밋의 정점에 선 배후인물을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세탁된 자금은
저항군들을 왕실의 군대 못지 않게 조직화했다.
그들은 치밀하게도 사상교육과 전파에 주력했다.
그들의 교육을 받은 평민은 저항군이 된다.
날로 늘어나는 저항군에 골머리를 앓던 왕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저항군은 발견 즉시 사살해도 무방하다는 칙령이 내려진 것이다.
피를 본 순간부터 그들과 왕실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원수지간이 되었다.
칙령에 의해 목숨을 잃은 저항군의 가족들은 앞다투어 저항군에 가입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왕실의 구성원은 늘 죽음이나 납치의 위협을 받는다.
그것이 다음 왕위를 이어받을 후계자라면 더욱 그렇다.
철저한 혈통주의인 왕실의 맥을 끊기 위해서라면
그들은 태연히 왕실 전체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과격주의자들이고 다구나 원한에 차 있었다.
“하지만 이 곳은 지구다. 라탄이 아니지 않은가.”
라니는 창밖으로 반짝이는 불빛들을 바라보았다.
라탄과는 달리 지구는 밤이 되어도 빛이 홍수처럼 범람한다.
색색깔의 아름다운 불빛들은 움직이고 날아다니며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나가보고 싶다.”
저 불빛들 사이에 서 있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라니는 문득 낮에 보았던 자기 또래의 아이를 떠올렸다.
그 아이는 부드러워 보이는 예쁜 색의 얼음을 컵에 담아 먹고 있었다.
엄마처럼 보이는 한 여자가 아이의 옷에 묻은 그것을 닦아주며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그게 뭘까? 맛있어 보였는데...”
생각할수록 그 맛이 궁금해졌다.
그러나 수행원들에게 그런 명령을 하기는 자존심이 상했다.
왕실을 이끌어 갈 존재로서 라니는 늘 그들의 머리 위에 자리잡고 있어야 했다.
약한 모습이나 아이다운 어리광은 처음부터 배재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라니의 위치였다.
군림하는 자는 인간이면 안 되는 법이라고 가르침을 받았던 라니에게
아이다운 모든 일은 치욕에 지나지 않았다.
“나가 볼까?”
아무도 모르게 살짝 다녀 올 수만 있다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궁리 끝에 라니가 생각해 낸 방법은 탈출이었다.
“저것들이 가란다고 순순히 물러날 리도 없고... 아! 그렇지!”
반짝 떠오르는 한 가지 아이디어에 라니는 희미하게 웃었다.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전하, 불러 계시옵니까?”
즉각 대령하는 수행원들의 수를 세어 보았다.
‘여섯이니까... 일단 이것들부터 치우자.’
“잠자리가 불편하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게냐?”
벌컥 화를 내는 라니의 모습에 시종들은 겁에 질렸다.
“고정하시옵소서. 전하, 지금 살피겠나이다.”
“대체 이런 곳에서 어찌 잠을 자란 게야? 너희들이 지금 죽고 싶은 모양이지!”
“전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낯선 별로 온 데다 하루종일 피곤한 몸을 끌고 돌아다닌 라니의 심기가
불편하리라 지레짐작한 시종들은 급하게 침대를 살피고
이불을 더 가져온다, 시트를 간다 부산을 떨었다.
라니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슬쩍 밖으로 빠져나왔다.
‘잠깐 나갔다 오면 정리가 되어 있겠지.
그나저나 밖에도 몇 명이 지키고 있을 터인데...’
“전하, 어디로 행차하시나이까? 저희가 뒤를 따르겠사옵니다.”
아니나다를까, 방을 빠져나오자 호위병들이 머리르 조아렸다.
“방정리 중이라 잠시 바람이나 쐴까 한다.
창앞에 있을 것이니 너희들은 따르지 말라.”
“하오나 전하... ”
“시끄럽다! 내 조용히 생각할 일이 있으니 너희는 이 곳에서 대기하도록 해.”
라니의 으름장에 호위대장은 곤란한 얼굴을 하더니 창과 현재 위치를 가늠해 보았다.
모퉁이를 돌아 바로 붙어있는 창이라
모습을 보이지만 않으면 가까이 있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러하시오면 저희는 이 곳에서 대기하겠사옵니다.”
“알았다. 내 부를 때까지는 방해 말도록 하라.”
“명심하겠사옵니다.”
모퉁이를 돌아 창 앞으로 온 라니는 쾌재를 부르면서 슬쩍 뒤로 물러났다.
“아무 소리도 없는 것을 보니 보이지 않는 모양이군. 응? 이런 곳에 계단이...”
창 앞에는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아마도 종업원들의 통로인 모양이었다.
“사용인들의 문으로 나가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들키지 않고 나가기는 더없이 좋겠구나.”
삐걱.
문 열리는 소리가 혹시 호위병들에게 들리지 않을까 잠시 걱정했던 라니는
조그만 몸을 어둠에 감추고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완전히 혼자의 몸이 되어 본 것은 태어나 처음이다.
왠지 모를 흥분을 느끼면서 라니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호텔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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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리리님, 요즘 통 안 보이신다 했더니 많이 바쁘신가 봐요 ^^
바쁘게 사는 게 좋은 거래요.
닐리리님을 원하는 곳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 아니겠어요?
힘내시고 열심히!
저는 늘 이곳에서 닐리리님 기다릴께요. ^^
희동이마을님, 아아, 너무 멋진 말씀이세요. *_*
감동먹었어요~~~~~
희동이마을님, 멋쟁이~!
시온님, ㅎㅎㅎㅎ 유진이 연옌 절대 못 시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요... ㅠ.ㅠ 이제 슬슬 끝을 보고 싶은데...
라니는 점점 귀여워질 예정입니다. ^^
라니 많이 예뻐해 주세요. ^^
좋은아이님, 윤이는 평생 제정신 못 차릴지도요. ^^;;
하지만! 역시 윤이도 유진이한테 끌리고 있는 게지요.
지가 아무리 툴툴거려도 유진이가 좋으니 따라다니는 거죠. ^^
밥풀님, 헉, 라니한테 엽기녀라니요?
그, 그래도 공준데... ㅠ.ㅠ 알고보면 얘가 무서운 애예요.
밥풀님 잡아다가 맴매하면 어쩌시려고... -_-;;
요원들도 나오고 라니의 호위병들도 나옵니다. 마음에 드는 놈으로다가...ㅋㅋ
수정맘님, 아앗, 아직 그 목걸이를 안 잊고 계시다니...
네, 목걸이도 등장합니다. ^^ 근데 그게 언제가 될려나... -_-;;
유진이 녀석, 이런 데로만 머리가 잘 돌아간다니까요. 쯧쯔...
라엘님, 헉, 한이를 노리는 분이 계시다니...
다른 분도 아니고 라엘님이니까 드리고 싶은데요....
실은 제가 한이를 사모...컥... (피를 토한다...ㅠ.ㅠ)
라엘님과 연적이 되다니 이런 일이...(망연자실, 그러나 절대 포기는..-_-)
비야님, 라니 안 무서워요. ^^
쬐끄만 게 지가 공주면 공주지 지구에서도 공주냐고요.
근데 얘는 뼈속까지 공주라서 지구에서도 공주일지도... -_-;;
윤이랑 유진이, 더불어 라니까지 귀여워집니다. ^^
라니도 예뻐해 주세요~ (징징)
봄꽃님, ㅎㅎㅎ 그렇죠. 아마도 가장 강력하고 얄미운 라이벌이 되지 않을지...
역시 윤이가 좀 딸리잖아요. -_- (왕족의 말빨은 절대 못 따를걸요.)
유진이는 유진이대로, 윤이는 윤이대로 딴생각만 하고 있지만
마음 속에는 사랑이 있으니까 잘 될 거예요. 그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