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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조카가 동생을 낳다^^!

이원영 |2004.07.08 13:08
조회 4,717 |추천 0

* 아래의 이야기는 2001년 추석 직전에 태어난 조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년(2000년) 11월 11일에 결혼한 동생은 결혼과 동시에 시댁에 혼자

들어가서 살아야 했다.

남편이 지방근무 중이었기 때문에 신혼초야만 보내고 떨어져 있어야 했던

것이다.

아무리 시부모님이 잘 해준다 해도 남편도 없는 시댁에 혼자 있는다는

것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친정으로 쉬러 왔는데...



"딩동딩동!!"

"누구세요?"

"나야 오빠^^"

"덜컥!"

"오빠 잘 있었..."

"임신했냐 -_-?"

"......"

"임신 했냐구-_-++"

"하늘을 봐야 별을 딸 거 아냐!"



항상 이랬다.

동생이 친정 올 때마다, 혹은 내게 전화할 때마다 내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임신했냐?'였고, 동생은 '하늘!'을 외치곤 했었다. 난, 동생이

 

임신하는 꿈을 두 번이나 꾸었고 그때마다 동생은 '신혼여행 이후론

 

한 번도 못 잤어!'를 외쳤더랬다.

그러다가...

얘네가 2000년의 마지막 밤에 두 번째 합궁;을 하게 될 찬스를 잡았다.

내 동생이 만사를 제쳐 놓고 매제가 일하는 근무지로 찾아간 것이다.

그러나, 2천년의 마지막 밤에도 어김없이 밤샘근무를 하는 자기 신랑을

기다리다 못한 내 동생은 펑펑 울음을 터트리고 새벽에 혼자 친정에

들어왔다



"돌아가!!"

"싫어!!"

"매제한테 계속 전화왔단 말야!!

"다 필요없어!!"

"너 그럴 줄 모르고 결혼했냐!! 어차피 매일 밤샘근무 하는 거 알고

 

결혼한 거 아냐! 니 신랑 지금 일 끝나고 여관에 혼자 있다고!!

 

걱정이 태산이란 말야!!"

"싫어!!! 엉엉!!!~~~~~~ 싫단 말이야!!!"

동생의 울음을 듣고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렸지만

동생은 이미 출.가.외.인...

밤새 힘들게 일하고 동생을 기다릴 매제를 생각하면...

그리고, 자기 남편 보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동생의 속 다른

 

행동을 생각하면...

내가 여기서 더욱 강하게 동생을 보내야만 했다.


"오빠가 데려다 줄 테니까 빨리 앞장 서!!"

"......"



결국...

2001년 1월 1일 새해에...

우여곡절 끝에 맺은 합방으로 동생은 임신을 하고야 말았다




2001년 9월 20일...


"아프냐?"

"아니..."


다음 날...



"아프냐?"

"아니..."


또 다음 날...



"이젠 아프지?"

"아니..."


의사가 정한 출산예정일이 9월 20일이었는데 동생은 나흘이 지나도

 

전혀 아파하지 않았다-_-

초산은 조금씩 늦는다고 하던데 사,나흘이 지나도 통증조차 없으니

 

내 속은 이만저만 타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평소에 운동 좀 하랬자나!!! 애가 기운이 없어 못 나오는 거 아냐!!!"

"......"

나와야 하는 애가 안 나오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예정일보다 무려 6일이 지난 어제 오전에 드뎌 통증이

 

시작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엄마... 나 죽을 거 같아... 제발 빨리 와 줘... "

동생이 엄마에게 한 전화였다.

동생의 전화 한 방에 우리집 식구들은 수원에서 서울로 부랴부랴 달려갔다.



9월 26일 밤 11시...

병원에 도착하니 보호자 대기실엔 사돈 식구들이 총출동해 대기하고

 

있었다-_-;;

손자를 맞을 생각에 방방 뛰시던 아빠가 사돈 어른을 보자 근엄한

 

자세로 쇼파에 앉아 대기를 하셨고(끝내 한 마디도 안 하시더라)

 

엄마는 동생의 분만실로 들어가셨다.

나는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분만실에서 간호사가 나오더니

"친정 오빠 들어오시래요"

"헉!!"

난 모자를 얼른 꺼내서 고쳐 쓰고(왜냐구? 연속극에서 보면 임산부들

 

힘 줄 때 머리카락 붙잡고 '이 나쁜놈아!!'하잖는가)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동생은 간호사의 유도로 막 힘을 한 차례 쓴 후인듯(굉장히 자주 힘을

 

써야 한다고 한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힘들어 하며 누워 있었다.



"언제 정도에 나옵니까?"

"머리가 보이거든요. 한 20여분 뒤에 나올 겁니다"



사실...

정상적이라면 위 대화는 동생의 남편과 의사와 해야 하는 대사였다.

그러나, 저기서의 질문자는 산모의 오라비였고 대답한 사람은 동생의 남편이었다


동생의 출산과 때맞춰 서울로 발령받고 올라온 매제는 신경외과

 

레지던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 보조 닥터로 동생의 출산을

 

돕고 있었던 것이었다.


동생이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하자 산소 호흡기를 대 주었고, 너무

 

힘들어 하는 동생의 모습을 차마 지켜보지 못한 나는 대기실로

 

조용히 빠져 나왔다...


안에서 동생의 신음소리를 듣고 있던 나는...

동생과 있었던 여러 일들이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갔다...



"자... 오빠가 하는 것 잘 봐"

초등학교 6학년 때...

한참 도둑질에 맛들였던 나는 내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동네 슈퍼에

 

동생의 손을 붙잡고 같이 가서는 능숙한 솜씨로 가슴팍에 '스펌햄'

 

하나를 쓱 넣었고...


"자... 이거 너 먹어!"

그 노획물을 동생에게 자랑스레 내밀었던-_-;;;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는 동생이 오빠를 따라 흉내내다가 다음 날

 

슈퍼 아줌마한테 잡히는 바람에


"이눔자식!! 동생한테 가르칠 게 없어서 도둑질을 가르쳐!!

 

한 대 맞을 때마다 숫자를 헤아려!!"

"오빠는 잘 못 없어요!! 엉엉엉~!~~~~"

"퍽퍽퍽퍽퍽퍽!"

"하나! 둘! 셋! 넷!.... 백만 스물 하나!! 백만 스물 둘!!!"

어찌나 많이 맞았던지 지금도 내 엉덩이는 상당히 글래머하다-_-


또...

고등학교 때는...


"따르르릉... 따르르릉..."

"여보세요"

"거기... 지연이네... 집이지요...? 저는 지연히 교회 친구인데..."

"너 이 자식아! 너 누구야! 누군데 내 동생을 찾아!"

"아, 아니... 교회 일로..."

"이 자식이! 남의 집에 전화 걸면 먼저 인사를 하고 용건을 말해야지!

 

넌 새꺄 예의도 없는 새끼냐!! 이 자식이, 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 자식이 전화를 그냥 끊네! 지연아! 너 일루와 봐!"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동생은 선수 출신이었던 오빠와는 달리 한 번도 남자를 만나보지도 못했다.

일단, 집에 남자가 전화를 할 수도 없었고, 눈치가 백만 스무 단인

 

오빠 앞에서 감히 숨길 생각도 못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신입생 환영회에서 사귄 지금의 남편 역시

 

나에게 많이 협박과 갈굼을 당하였더랬다.


"그 새끼 도둑놈 새끼 아냐! 어떻게 여섯 살이나 많은 새끼가

 

날도둑놈같이 20살 탱탱한 여자애랑 사귀려고 그래! 꿈도 꾸지 마!

 

절대 안돼!"


그러나...

인생역전이라고 요즘의 날 보면...


"너희들 뭐 하느라고 구석에서 나 몰래 작전회의냐 -_-?"

"아... 이번에 과미팅이 들어왔는데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이 자식들이! 내가 복학생이라고 너희가 괄시하는 거냐! 이 자식들아!

 

당연히 나를 껴 줘야 하잖아!!"

"근데 모두 대학 1,2학년 여자애들이라서..."

"그게 머 어때서?? 왜 그딴 이유가 날 가로 막는 건데!!! -O-"


내 나이 이제 어언 29살-_-...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6살 차이는 그리 많은 차이가 아니라는... 쿨럭!



유머같은 일이지만...

동생은 고등학교 때 목장에 놀러 갔다가 소젖을 바로 짜서 그냥

 

먹은 다음에 장염이 심하게 걸려 하마터면 죽을 뻔 했었다...

고 2때 무려 6개월간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몸무게가 34키로(상상이 가는가!)였고 뼈만 앙상했었더랬다...


그 때 난 처음으로 동생이 죽는 줄 알고 혼자 기도도 많이 하였었고...

동생이 완쾌되고 첫 생리를 하게 되는 날 우리집은 파티를 열었었다...

지금도 난 생리라는 것이 여자들에겐 커다란 축복이라는 것을

 

(건강하다는 증거) 알고 있다...



"자!! 조금만 더!! 애 머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 소리에 문득 정신이 든 나는 분만실로 뛰어 들려고 하였으나...

"자!! 조금만 더 힘줘요!! 더 밀어요!!"

이 소리에 흠찟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_-;;;

내가 아무리 강심장이라 해도 그 모습을 멀쩡한 눈으로 쳐다보긴 힘들 것이었다...

그 대신, 정확한 시간을 재기 위해 시계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는데...


정확히 9월 26일 밤 11시 26분에

"으앵!! 으앵!!!"


허억!!!!!!!!!

난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대기실 밖에서 기다리던 아빠와

 

사돈 식구들에게 달려갔다.

"울었어요!!!"

대기실에서 여전히 마주 앉아 무게만 잡고 있던 두 어른이 동시에

 

일어났고 동생 시어머니와 시여동생은 분만실로 뛰어 들어갔다.

동생 남편은 신이 나서 어디론가 뛰어 가더니 냉장고 속에 10시간

 

이나 보관해 둔 장미 한 다발을 들고 나타나 입이 귀에 달려서는

 

동생의 얼굴을 떡이 되도록 주물러 대었다


동생은 건강했다.

자궁이 작아 조금은 찢고 아이를 낳았기에 출혈도 많았고 고통도

 

많았지만,

"코가 지네 아빠 꼭 닮았자나..."

하면서 볼멘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_-;;;

애기 낳고 '쌍커풀 있나요?'부터 확인한다는 요즘 엄마들이 꼭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가장 중요한 아가는...

매제를 꼭 빼 닮아서

 

(참고로 매제는 농구선수 강동희와 거의 비슷하게 생겼다-_-)

코는 약간 주저 앉았고 머리는 작은데 허벅지가 머리크기만해서-_-

자궁에서 머리 빼긴 쉬웠는데 허벅지 빼는데 힘들었다나;;


지네 엄마 아빠가 순해서 그런지 애도 처음 한 번 울고는 계속

 

신기한 듯 사람들만 쳐다보았다.

저 눈에 과연 뭐가 보일지는 모르겠지만서두

하여간, 나는 식구들 몰래 나하고 제일 눈을 많이 맞춰

 

두기 위해 상당히 신속한 동작으로 아이의 눈 돌아가는 방향으로

 

뛰어다니면서... 쿨럭!!


여동생이 조카를 낳는 것은 마치 내 딸이 손주를 낳는 기분과 똑같았다(머래냐-_-;)

'아가 아를 낳는다'고 진통을 겪을 때부터, 아이를 낳은 후에도

 

계속 걱정이 되는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평소엔 조금만 쥐어 박아도 엉엉 울던 내 동생이...

그렇게 아픈 출산의 고통 속에서도 신음 소리를 죽여 가면서...

아가를 낳은 후에도 모든 식구들 앞에서 씩씩하게 있는 모습은...


정말 내 동생이라 해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고마운 그런 모습이었다...

그리고, 만고불변의 진리인...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끝으로...

이제 태어난 조카 녀석에게 한 마디 하자면...


하필이면 이름의 돌림자가 '근'이라서 '천근이', '만근이' 혹은

 

'대근이'-_-처럼 촌스런 이름이 될 게 분명한 내 조카 녀석아...

부디 엄마 아빠를 닮아 착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이왕이면 삼촌을 닮아 잘 생기고 운동도 잘 하는 '선수'가 되길-_-;;

이 삼촌이 널 항상 옆에서 지켜보며 내 자식처럼 사랑할 것을 맹세한다...

그리고...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랑한다 조카야... 


*  2004년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9일 저녁 9시 50여분 경에

 

둘째 조카인 사내자식이 태어났습니다

동생이 출산을 위해 친정에 와 있는데 부모님이 일 하시느라

 

백수인 제가 애기 보는 역할이 주어졌고

전 첫째 조카, 일명 '오초맨' (오초도 가만히 안 있는...

 

사실은 삼초도 가만히 안 있는데 꽤나 관대한 별명입니다)

너무 귀엽지만 하루종일 뛰어 놀아도 지치지 않는 '철인 28호'

 

같은 녀석과 놀아주려니 온 몸이 죽겠더군요-_-...


둘째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감사하지만...

에휴...

아들 둘을 키우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닐텐데...

그리고 여자 조카를 갖지 못하는 제 슬픔도-_-...


동생은 사내 조카밖에 없는 오빠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딸을 낳기 위해 하나 더 낳아라!! 낳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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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N : harang200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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