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기묘한 동거의 시작
“나 왠지 점점 학교에서 구경거리가 되고 있는 기분이 들어.”
오늘도 어김없이 유진에게 손목을 끌려 나오면서 윤이 투덜거렸다.
“기분이 아니라 사실이야.”
죄책감도 없이 웃으며 말하는 유진의 얼굴을 한번 째려봐주고 윤은 계속 중얼거렸다.
“왜 네가 쫓기는데 나까지 달고 다니는 거야?
네 덕택에 나 이번 학기 위험하다고.”
“혼자 쫓기면 외롭잖아.”
“이 자식이! 겨우 그런 이유로 날 원숭이로 만들어?”
“원숭이가 아니라 선망의 대상이겠지.”
“말이나 못 하면.”
입술을 삐죽거리며 유진에게 불만의 표시를 한 윤은
그래도 별말없이 유진에게 끌려가 주었다.
“앗!”
발이 걸려 넘어지는 윤 덕택에 뛰고 있던 유진까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아고, 아파라...”
“아무 것도 없는데 왜 넘어지는 거야? 덕분에 나까지 이게 뭐냐?”
“같이 도망가 주는 나한테 그게 할 소리야?”
둘은 주저앉아서 아픈 무릎을 문질렀다.
유진은 일어서려다가 바닥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고 몸이 굳었다.
‘이건...’
조심스럽게 그것을 집어든 유진의 얼굴이 굳었다.
‘마취탄? 화성인들에게는 신경에 작용하는 어떤 것도 통하지 않는다.
어째서 마취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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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 잡았나?”
-통신을 도청합니다. 수신자는 화성의 장로 메쉬.
발신지는 지구입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에이피가 화성으로 가는 전파를 잡아내는 동안
유진은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찾았습니다.
“뭐야?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목표변경, 유진님에서 지구의 여자로. 납치하는 대로 화성으로 이동.
이상 보고내용입니다.
“뭐라고?”
뇌가 차가와진다.
처음 마취탄을 보았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었지만
직접 듣고 나니 미칠듯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아예 윤이를 노리겠다는 건가? 수치도 모르는 것들!”
가슴에 들끓는 흉포한 분노가 가라앉지를 않는다.
유진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아. 죽어도 화성에는 안 가겠다.
화성인의 긍지마저 저버릴 정도로 내가 필요하다면 절대로 가지 않아.
그것이 내가 그들에게 내리는 벌이다.
에이피, 경계상태로 보안을 바꾸어라.”
-하지만 유진님, 그렇게 되면 희생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이미 그들은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알겠습니다.
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윤에게 상처를 주고 또 그 상처마저 지워버렸는데
이 이상 더 뭘 하라는 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슬프게 만들어놓고
이제는 밟고 있는 땅마저 빼앗으라고? 그렇게는 못 한다. 아니, 안 한다.
“이 걸로 화성과의 모든 인연은 끝났다.”
조용히 중얼거리는 유진의 얼굴은 무섭도록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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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 낮에 보았던 유진의 무표정한 얼굴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어.”
“뭐가?”
“아니야, 아무 것도. 라니는?”
“온이랑 놀러 나갔어.”
“아무튼 온이 오빠는 왜 그렇게 어린 애들한테 약한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는 것뿐이니까 상관은 없겠지.
집 안에 그런 일로 범죄자가 생기는 건 못 참지만.”
“오, 오빠... 그건 비약이 너무 심한 거 같은데.”
“하긴 라니도 보이는 것만큼 어리지는 않으니까 상관은 없나.”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야. 아, 그보다 너희 학교 일주일 동안 휴교라며?”
“뭐? 누가 그래? 나 그런 소리 못 들었는데?”
“아까 뉴스에 나오더라.”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한이 말했다.
‘유진이 이 자식, 한대 더 패줬어야 했어.
에이피를 시켜 휴교령까지 내려가면서 윤이를 보호하려고 한 건 기특하다만
그 이전에 네 녀석의 문제에 윤이가 끌려들어간 거잖아.
아아, 생각하니 속이 더 끓네. 이 기회에 확 떼어놓을까 보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대? 와아, 신난다~!”
“학교 안 가니까 좋냐?”
“응. 나 리포트 밀린 게 세 개나 있었거든.”
‘넌 단순해서 참 좋겠다.’
어째 요즘 들어 한숨이 늘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한은 윤의 방을 나섰다.
장남이라는 사실만으로 언제까지 이 철없는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해야 할까.
갑자기 미래가 암담해지는 한이었다.
“다녀왔어.”
“또 하나의 바보가 돌아왔군.”
“유진이랑 세진형도 같이 왔는데.”
“당분간 유진이랑 세진형은 우리 집에서 지낼 거다.”
“왜?”
“유진이네 집 공사한단다.”
“갑자기 무슨 공사를?”
“보일러 교체 공사야.”
힘없는 세진의 대답에 나름대로 납득한 온은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죄송합니다.”
“됐어. 일단 윤이를 보호하려고 하는 일이니까 눈감아 주기로 하지.”
“일이 이렇게 돼버려서...”
“세진형 잘못이 아니야. 어쨌든 한 집에서 지내게 됐으니 편하게 있어.”
온화하게 웃으며 말하는 한의 뒤로 무시무시한 악마의 형상이 비쳤다.
유진과 세진은 서로를 마주보고 꿀꺽 침을 삼켰다.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요?’
‘그, 글쎄... 바짝 말라비틀어진 미라가 될지도...’
불안해하는 두 사람을 내버려 둔 채 한은 힘줘서 닭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퍽퍽 소리를 내며 잘려나가는 닭의 사지에 유진과 세진은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토막난 닭에 싱크로하는 날이 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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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외계인들로 북적거리던 MIB는 철통같은 경계 속에 모든 이착륙이 금지된 상태였다.
그리고 그 겹겹의 호위 속에서 극비리에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드물게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관장의 얼굴에
MIB의 요원들은 모두 가슴이 철렁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사람이다.
지난 번 화성의 쿠데타 소식을 들었을 때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놀란 관장의 표정이 이 사안이 대단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대변해 주었다.
“라탄의 사정이야 잘 알고 계실 거니 더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왕녀의 안전입니다.
만의 하나,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경우지만 라탄의 저항군들이 왕녀를 납치했다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왕녀를 살려 둘 리 없으니...
그렇게 된다면 라탄의 왕께서는 크게 분노할 것이고
저희로서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겠지요.
잘못하면 라탄과 지구 간에 전면전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왕께서는 불같은 성정을 지니고 계신지라
라탄의 왕녀가 어떤 식으로든 해를 입는다면 관계된 모든 것이 무사치 못할 것입니다.”
“아직 라탄 저항군이 지구에 착륙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지구는 현재 외계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터라
저희의 눈을 피해 지구에 착륙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사태를 두고 보는 한편 왕녀의 소재를 찾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로군요.”
“그래서 도움을 요청드리는 것입니다.
왕녀께서 어디 계신지 모르는 마당에 일을 크게 벌일 수는 없습니다.
저희로서도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정보를 모으고는 있습니다만
혹시 정보상인들의 귀에 들어갈까봐 극히 조심스러운 형편입니다.
MIB라면 저희보다는 좀 더 행동반경이 넓어도 크게 의심을 사지 않을 테니 그 쪽을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왕녀의 행방을 찾을 것이니 좋은 결과를 기대해 봅시다.”
“지구의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요. 이 건은 지구의 명예와 생존에도 관계가 있는 일이니 서로 최선을 다 해야지요.”
“한 가지 더 걱정되는 것이...”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왕녀께선 지금 성인식을 앞두고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십니다.
만일 저희가 없는 곳에서 변화가 시작된다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 유의해 주십시오.”
“말로만 들어 라탄의 성인식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변화 이후 라탄의 신역에 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얼마나 남았습니까?”
“시간상으로는 넉넉하지만...
제가 우려하는 것은 불안정한 시기라 계산대로 진행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말을 마친 라탄의 위병대장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흘렀다.
관장 역시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대한 인력을 동원할 것이니 왕녀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도록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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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입니다! 캬캬캬
저도 도배했습니다~! *_*
이제 게름의 지존자리를 넘기겠습니다.
모두들 제게 부지런 작가라고 불러주세요. 으쓱으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