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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12 >>

연지바른 마녀 |2004.07.26 09:38
조회 4,096 |추천 0

[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12 >>

 

쓰는 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nate.com)

 


#
[소연 : 언니 소식은 왜 저한테 와서 물어요?]

 

[선우 : ^^;;; 계속 연락해도 연락이 안되서...
홍선생님은 의사니까 연락이 될 거 같아서..요.
김작가님, 괜찮은거죠?]

 


#
뚜우우-뚜우우-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후우- 벌써 몇번짼지....몇일짼지 모르겠다.

 

한강서 마냥 철딱서니없이 울던, 그 날 이후
마녀는 한 번도 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유치한 동정따윈 하지 말라며...
태석형처럼 내 안을 똑바로 들여다 보라며...

단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그런건가...?
정말 동정뿐이었나?


[마녀E : 선우씰 동료론 좋아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한 적, 한번도 없어요.]


그래...
태석형과 내가 잠시 착각한걸지도 몰라...

 

단지 내가 싫지 않다는 걸로..
무턱대고 덤빌만큼 용감하지 않다, 난.

영화에서처럼 여자도 남자를 사실 사랑하고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찾아가서 터프하게 납치(?)해서 여행도 하고,
치료받자고 억지로 병원으로 끌고 갈 수도 있겠지만...

마녀는 아니라잖아...
젠장.

 

뭐가 뭔지 모르겠다, 정말.

그런데... 지금,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될거 같은 기분은 뭘까?

 


#
[소연 : 언니한테 상태를 직접 들었다면
잘 알 거 아니에요.]

 

[선우 : ...]

 

[소연 : ...]

 

[선우 : 그래서, 어떻할거래요?]

 

[소연 : 언닌 처음에 시카코 쪽으로 갈 생각을 했었어요.
시카코에 일명 마약 호텔이라고 있거든요.]

 

[선우 : 0.0 시카코요? 마약 호텔이요?]

 

[소연 : 병원에서 포기한 말기 환자들에게
합법적으로 마약 투여가 허용되는 호텔이죠.
고통이라도 덜어주겠다는 취지의 세계 유일한 곳인데..
언니는 정확한 진단을 듣기도 전에
그 곳 얘기부터 했어요.
그만큼 통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단 거죠.]

 

[선우 : ...그렇게 심각, 심각..해요? Y-Y]

 

[소연 : 심리적으로도 언니는 아픈 거에,
통증에 꽤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가 많아서
별명이 종합병원이었대거든요.]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어쩌면... 벌써 떠난 걸까?
그래서 연락이 안된걸까?

혼자 이국땅에서 외롭게 죽어가겠다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어떻게 된 여자가...T-T


[소연 : 지금 언니한테 세 가지 길이 있어요.
대전 집에 들렀다가, 시카코로 가는 거.
그냥 대전 집에서 머무는 거.
병원에 입원해서 마지막까지 있는 거.]

 

[선우 : 그러니까...셋 다, 포기한다는 거잖아요.
의사가 그렇게 쉽게 사람 목숨을 포기해도 되요?
홍선생님 어떻게 그렇게 냉정해요?
김작가님하고 친한 거 아니었어요?]


홍소연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소연 : 의사가 감정적이 되면
환자 팔에 바늘 주사 하나 못 꽃아요.]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선우 : (버럭버럭)김작가님 지금 어딨어요? 
벌써 이 땅 뜬 건 아니죠?]


소연은 한숨을 푸욱- 쉬었다.


[소연 : 언니...시카코 행은 어려울거에요,
몇가지 조건에 걸렸대요.
아직 움직일 수 있을 때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조건 맞추기엔 너무 늦었어요.
이미 몸 몇군데 마비증세가 있다가 풀리는 증세가 시작됐을거에요.
...오늘 아침에 잠깐 통화했었어요.]


홍소연의 말이 청량하게 들렸다.

...안심이 되면서도, 마음이 또 아파왔다.

내 전화를 일부러 안받는거야...
날 피하고 있어...
날...

 


#
뚜우우-뚜우우-

 

허걱, 내가 또 리플레이 버튼을 눌렀나?

 

뚜우- .....

 

응? 신호음이 멈췄는데, 수화기 너머... 조용하다.


[선우 : 여보세요?]

 

"...."

 

[선우 : 여보세요?]

 

"...."

 

[선우 : 여보...]

 

"....음.... 음... 하아..."

 

[선우 : !!]


신음...소리!!


[선우 : 김작가님!]

 

[마녀E : ...선...우씨....아...하..]

 

[선우 : 아파요? 얼마나 아픈거에요?]


마음이 다급해졌다.
계속 이악물고 간간히 나오는 신음소리만...들린다.


[선우 : 집이죠? 갈께요, 좀만 참아요!]


우씨... 이 넘의 바지는 왜 갑자기 작아진거야, 젠장!

어떻게 옷을 갈아입었는지, 문은 제대로 잠갔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파트 입구를 뛰어나오는데
마침 주차장쪽에서 현민이가 차를 주차시키는 것이 보였다.
(현민이네는 옆 동에 산다)


[선우 : 강현민!!]

 

[현민 : 0.0 허걱! 형!!!]


왜 이렇게 놀래냐?


[현민 : 옷차림이 뭐야? 웬 백수 패션이야?
동네 슈퍼 갈 때도 온갖 치장 다 하면서.]

 

[선우 : -_-;;;]

 

[현민 :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앗!!! 가야해!!!!


[선우 : 키 내놔!  니 차 좀 빌려야겠다.]

 

[현민 : 안 됏!! 내가 언제 차 빌려주는 거 봤어?]

 

[선우 : 안다구!!! 너 차라면 껌뻑죽는거!!!
그러니까 빌려달라고, (버럭) 빨리!]


이유없이 느닷없이 소리치며 화내는 내 모습에
현민이 쫄아있는 사이
잽싸게 현민의 손에서 키를 뺏어서
현민의 애마에 올라탔다.


[현민 : (출발하는 나에게) 형, 형... 운전살살 해야돼. T-T]


끼익-
퍽- <--옆 주차턱에 바퀴 부딪치는 소리


[현민 : 살...살 -_-;;;]


부웅~

 


#
쾅쾅-
쾅쾅-

 

무슨 놈의 집이 초인종도 없어?
옥탑방은 사람 사는 집도 아냐?

 

쾅쾅-쾅쾅-


[선우 : 문열어요!!! 김작가님!!! 안에 있어요?
문 좀 열어보라구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고
문에 귀를 갖다댔다.

희미하게... 마녀의 핸드폰 벨소리가 들린다.

안에...있는 거 맞는 거 같은데...


[선우 : 김작가님!!! 문 열어요!!!]


제길, 혹시 정신이라도 잃은 거 아냐?

 

옆 옥탑방 문을 두드렸다.
머리 부시시한 웬 남자가 어리둥절해서 나온다.


[선우 : 혹시 옆 방 사람 나갔어요?]

 

[남자 : 모르겠는데요?]

 

[선우 : 망치같은 거 없어요? 저 문 부실만한 거!]


담이라도 있어야 넘어가지,
꽉 막힌 창고문밖에 없다.


[남자 : (황당해서 보더니)
아랫집이 주인집인데, 아마 열쇠 있을텐데요.]


고맙단 인사도 못하고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갔다.


[주인아줌마 : 뭔 일 있어요?
왜 그렇게 시끄러워요?
우리 애 공부하는데에...]

 

[선우 : 죄송합니다, 저 윗층 열쇠 있으세요?
안에 사람이 있는 거 같은데....]

 

[주인아줌마 : 그럼 그쪽을 만나주기 싫은가보죠.]

 

[선우 : -_-; 아픈 사람이에욧!!!
쓰러진 거 같다구요!!!]

 

[주인아줌마 : 에? 0.0]


아줌마까지 동원해서
다시 마녀의 옥탑방에 갔다.


[아줌마 : 멀쩡해 보이던데...
얼마전에 갑자기 방뺀다고 해서
다른 좋은데로 이사가나 했지...]

 

[선우 : 빨리요, 빨리...
(뺏어서 열쇠 넣어보는) 이거에요?]


벌컥!

 

열쇠를 돌리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마녀가 비틀!하더니 
내 가슴으로 퍽...!
쓰러져왔다.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아줌마 : 이봐요! 괜찮아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선우 : 김작가님! 김작가님! 내 말 들려요? ]

 

[마녀 : (간신히) ...병원으로...좀...]


마녀를 들춰업고,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내려가
차 보조석에 앉혔다.


[선우 : 정신 놓지 말아요!!!]

 

[마녀 : ...으음...]


겁났다, 정신잃어버리면 다신 못 깨어날 것 같았다.
운전석에 올라 떨리는 손으로 시동을 걸고 후진했다.
축 늘어진 마녀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제길... 차를 세우고 마녀의 몸에 안전밸트를 했다.


[마녀 : (신음하면서) 으음...
젠장... 차라리... 까무러치는게 낫겠다....]

 

[선우 : Y_Y]


어디로 가야하지?
홍소연이 있는 병원은 너무 멀고...
가까운 병원이, 병원이 어딨더라...

급한대로 방송국 옆의 S병원으로, 달렸다.
뭔 놈의 신호는 이렇게 많은지...
다리 건너 사거리로 진입하는 신호마다 모두 걸렸다.

 

대충 차를 세우곤
마녀를 업고 응급실로 뛰어들어가
아무 침대에나 눕히고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았다.


[선우 : 여기 사람 좀 봐주세요-!! 빨리요!!! 빨리요!!!]

 

[마녀 : ...진...단...서, 내 가방 안에...]

 

[선우 : 알았어요!!! 여기 그대로 있어요?! 알았죠?]


진단서가 있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이것저것 검사할 시간을
단축시킬 거였다.

 

주차시킨 차의 보조석을 열고
차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마녀의 쌕을 꺼내
다시 응급실로 뛰어갔다.

 

툭-

 

뭐가 떨어진 것 같은데,
뭔지도 보지도않고 줏어든 채
달려갔다.

 

마녀 곁에 의사와 간호사가 와 있다.

 

쌕을 뒤집어, 물건들 속에서
의료보험카드와 일반편지봉투 속에
넣어진 진단서를 찾아 내밀었다.

진단서를 받아든 의사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진다.

또...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다.

 

마녀를 보니...
병원까지 와선 안심하고 까무러친 것 같다.


[의사 : (한숨-, 간호사에게) &&& 100실리 준비해요.
다른 거 필요없겠어. (다른 환자에게 가려고 하는)]

 

[선우 : (붙잡고) 괜찮은 거죠?]


의사는 잠시 나를 보더니, 대답도 없이 그냥 가버렸다.

....간호사도 마녀의 손등에 링겔 주사바늘을 꽃고
약물이 떨어지는 속도를 조정하더니
다른데로 가버렸다.

 

아무리... 병명이 확실하다해도 그렇지,
너무 불친절한 거 아냐?

 

하릴없이 의자에 앉아 마녀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커텐 너머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맞잖아, 최선우."

 

"어머, 맞네? 근데 여긴 웬일이래?"

 

"들어가봐."

 

"어머, 니가 들어가봐"


아아...인기 많아도 피곤하다니까.

 


#
죽은듯이 누워있는 마녀의 얼굴이 창백하다.
조금 과장하면 좀비같이 허옇다.

 

...언제 깨어날까...?

...이대로 영영 안깨어나는 건 아니겠지?

 

두렵다.


툭-!

 

응?

 

줏어보니 아까 마녀의 쌕을 들고올 때 떨어졌던 거 같다.
열쇠고리...다.

어째 낯이 익은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뒷통수 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내가 예전에 줬던 기념품이잖아..!!!

 

....

 

중국서 소연이와 백화점 쇼핑할 때
소연이가 계산하면서
기념품 열쇠고리를 사은품으로 받았는데
소연이가 그냥 나 가지라고 줬고,
마녀가 제작팀보다 먼저 떠날 때
그냥 보내긴 뭣해서, 무심히 건넸던 거였다.


[마녀 : 아싸~ 횡재했다 ^^
오늘 운세에 횡재수가 있더니!
고마워요, 잘 쓸께.]

 

[선우 : 뭐, 뭘요 ^^;  별거 아닌데...]


그래, 마녀는 작은 것에도
무척 고맙게 받는 습관이 있지...

 

근데... 왜 이렇게 고리가 헐렁하냐?
그러니 자꾸 빠지지...
명색이 열쇠고린데 열쇠는 하나도 없네?
그냥 계속 갖고 있었던 건가?

네모난 아크릴 안에
龍 자가 세련되게 디자인 된 부적같은 그림...

어? 아크릴 중앙이 금이 갔네?

그리고... 금을 따라 투명테이프로
꼼꼼하게 붙여져 있다.

 

돈 주고 산 것도 아니고,
받은 건데, 그냥 버리고 말지.
하여튼....


[마녀E : ...으으음...]

 

[선우 : (후다닥 다가가며) 깼어요?]

 

[마녀 : ...^^]

 

[선우 : 놀랬잖아요!!!]

 

[마녀 : ^^; ...미안해요...]

 

[선우 : 괜찮은거에요?]

 

[마녀 : (끄떡끄떡) 그건 뭐에요?]

 

[선우 : 아....이거.]


쥐고 있던 걸 펴보였다.


[마녀 : (굳어서) 왜 남의 걸 맘대로 갖고 가요? (확- 낚아채 간다)]

 

[선우 : 아, 아니 그게...금도 간 거 뭣하러 갖고 있어요? (다시 뺏는다) 그냥 버려요.]

 

[마녀 : 줬다 뺏는 법이 어딨어요?]

 

[선우 : -_-;;; 더 좋은 거 사줄게요.]

 

[마녀 : 싫어요, 줘요.
그거 날 지켜주는 부적인데...]

 

[선우 : 금가서 잘못만지면 다친단 말이에요.]

 

[마녀 : 줘요.]

 

[선우 : 싫어요.]


내 호주머니에 푹 넣어버리곤
빈 두 손을 보였다.


[마녀 : 씨이...(일어난다)]

 

[선우 : ^_^  어? 벌써 일어나도 돼요?]

 

[마녀 : 갈래요.]

 

[선우 : 삐쳤어요? -_-;]

 

[마녀 : 네에. (지나가는 간호사 부르는) 여기요- 바늘 빼주세요.]

 

[선우 : 아, 알았어요, 줄께요.
이거 다 맞구 가요.]

 

[마녀 : 내놔요.(손바닥 내민다)]

 

[선우 : 우씨... (툴툴) 깨진게 뭐가 좋다고.]


할 수 없이 열쇠고리를 내줬다.

 

정말 이상한 여자야, 그깟거 뭐가 중요하다고.

 


#
링겔을 다 맞고
마녀와 응급실을 나왔다.


[마녀 : 부축같은 거 필요없어요.]


쌀쌀맞게 내 손을 뿌리친다.
서운하다.

 

요란한 엠블런스 소리가 들리더니
응급실 입구에 엠블런스가 서고
사람들이 침대에 묶인 환자를 내린다.

 

우욱-

 

교통사고 환잔지, 어디서 한 판 맞짱뜨고 온건지...
온몸이 피...(-우욱-) 투성이다.

 

...어지러워진다.

 

그 때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졌다.
마녀의 손이 내 눈을 가리고 있었다.


[마녀E : 보지 마요, 보지말고 그냥 따라와요.]


내 손이 마녀의 다른 손에 잡혔다.
장님처럼 천천히... 마녀의 이끌림에 따라
더듬더듬 주차장까지 왔다.

그제서야 내 눈에서 마녀의 손이 치워졌다.

 

휴우-


[마녀 : 괜찮아요?]

 

[선우 : (끄떡끄떡) ...그런거 같아요.]


수시로 사방에서 나를 위협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선우 : 빨리 여기서 탈출합시다.^^
뭐해요? 타요.]

 

[마녀 : 전 그냥 갈게요.]

 

[선우 : 그 몸으로요?
혼자 집에서 또 무슨 일 나려구요?
그렇게 당하구도 그런 소리가 나와요?]

 

[마녀 : 이젠 괜찮아요.^^]

 

[선우 : 말같은 소릴 해요!!!]

 

[마녀 : 화내지 마요.]

 

[선우 :화 안나게 생겼어요?  얼른 타요!]

 

[마녀 : 그냥 택시타고...]

 

[선우 : 진짜 이 여자가 되게 말 안듣네!!]

 

[마녀 : 누구보고 이 여자 저 여자에요?]


이 여자가
아까까지 죽은 듯이 엎어지고 신음하던 여자 맞나?


[선우 : 우씨... 말 좀 들어요!!!
내가 병원에 데려온 거 잊었어요?]

 

[마녀 : 그래서 생색내고 싶어요?]

 

[선우 : 새, 생색 -_-;;]

 

[마녀 : 고마워요, 무지 고마워요!! 됐죠?]


진짜... 화나려고 한다.

근데 어라?


[선우 : 어딜 가요?]


이미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마녀야... 난 당신이 그 옥탑방에 들어가는게 싫어.
바로 앞이 8차선 도로라 시끄러운 소음에
수시로 집 전체가 흔들리잖아.
안은 온갖 전자제품으로 전자파 투성이고.
그런데 있으니... 자꾸 아프지.


[선우 : 야, 김윤아!!]


마녀가 돌아본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이대론 옥탑방으로 보낼 수 없어.
눈 딱 감고, 시도해보는거야!


[선우 : 우리 결혼하자!!!]


...세상의 모든 것이 멈췄다.
주변의 분주한 모습도, 소리도...

 

잠시 고요 후에...
어이없는 눈빛으로
조용히 내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녀 : ...당신, 미쳤어.]

 

[선우 : 사랑은 정신병이야, 미친 짓이지.]

 

[마녀 : ...]

 

[선우 : 김작가님 첫드라마에 나왔던 대사에요.]


...그래, 내가 마녀를 아주 모르는 건 아니었구나.

 

현민이가 마녀의 첫 드라마 왕 팬이어서
중국서 활동하고 있는 내게
꼭 보라며 일일히 다 녹화해서 보내줬었다.

 

마녀가 꽤 감동한 듯 하다.
용기내어 마녀에게 가서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퍽!

 

윽!

 

...그럼, 그렇지.
마녀가 달리 마녀냐.
마녀한테 채인 정강이가 너무 아프다. T_T


[마녀 : (싸늘) 다신 연락하지 말아요,
난 미친놈 상대 안하니까.]


마녀는 휙 돌아서더니...
종종걸음으로 멀어져갔다.

...내게서...
...어쩌면 영원히...

 


#
아니나 다를까,
그 몸으로 비척비척 걸어올 줄 알았다.

 

멍든 정강이를 쓸어내리다가
골목길을 올라오는 마녀의 모습이 보이자
급히 바지를 내렸다.


[마녀 : ...?]


그렇게 독하게 내친다고..
내가 순순히 물러날 줄 아셨나...?

 

사, 사실 -_-;;
사실은... 포기하고 싶었었다.

그런데... 난 또다른 힌트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힌트의 뜻도...

 

뚜벅뚜벅...마녀한테 다가갔다.


[마녀 : 뭐에요? 내가 내 상태도 모르고
억지 고집이나 부리는 어린앤 줄 알았어요?
여기까지 와서 제대로 집에 들어가나-
지키고 서 있는 거에요?]

 

[선우 : 네에-]


자신만만하게 자기 팔짱을 꼈다.


[마녀 : 들어갈거니까, 그만 가세요.(들어가려는)]

 

[선우 : 당신 나 좋아하지? ^^]

 

[마녀 : (어이없어 보다가, 끌끌 혀 찬다) 아주 맛이 갔네.]

 

[선우 :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준 열쇠고리를
그렇게 애지중지할 수 있어요?
그것도 금까지 간 거 테이프로 붙여가면서.]

 

[마녀 : 그, 그거야 -_- 그림이 이쁘니까 ^^]

 

[선우 : 부적이랬어, 당신 지켜주는 부적.
그거 내가 준 거에요...]


마녀가 이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면...
그건 나라고...
열쇠고리는 나에게 확신을 주고 있었다.


[선우 : (또박또박) 내가 준 거라구요...]

 

[마녀 : ...]

 

[선우 : (조용히) 김작가님...]

 

[마녀 : 선우씨, 이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선우 : ...]

 

[마녀 : 나한텐 시간이 얼마 없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멀쩡한 척
운신할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어.]

 

[선우 : ...]

 

[마녀 : 내가 누굴 좋아했든,
그건 내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그 때,
딱 멈췄어요.
그러니까 분명하게 알아들어요.
난 지금 선우씨 좋아하지 않아요.
자꾸 귀찮게 하지 않아줬음 좋겠어요.]


들어가려는 마녀 앞을 막아섰다.


[선우 : 그래요, 우리한텐 모든게 얼마 안남았어.
그러니까 이런 입씨름으로 에너지 낭비하지 마요,
감정이 어떻게 하루 아침에 끝날 수 있어?]

 

[마녀 : ...]

 

[선우 : ...삼류 멜러처럼 굴지 마요, 우리.]

 

[마녀 : 훗...삼류 멜러는 어떤데요?]

 

[선우 : ...여자는 남자를 위한답시고
어딘가 숨어버리고
남자는 미친 넘처럼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결국 찾아내는 거요.]

 

[마녀 : -_-;;;]

 

[선우 : 그리고 울고짜고 화해하는 거요.^^]

 

[마녀 : ^^;;;
선우씨...난 어디도 숨을 데 없어요.
여행같은 거 할 줄 모르잖아요.
기껏 가봤자 대전 우리집 정도겠죠.]


...마녀를 끌어안았다.


[선우 : 나랑 살아요.
마지막으로, 진짜 마지막으로...
나 이번에도 거절당하면...
다신 용기 못내요.]

 

[마녀 : ...]

 

[선우 : 결혼해요, 우리.]


내 등을 감싸안는 마녀의 팔의 몸짓이 느껴졌다.


[마녀 : 바보구나, 선우씨.  현실을 봐요.]

 

[선우 : 그래도...달라지는 거 없어요.
같이 살아요, 우리.]

 


#
떼쓰다시피 해서...
마녀를 내 아파트로 데려왔다.

 

사람 많은데, 시끄러운데, 외진 데... 모두 싫다고 하니...
달리 갈 데가 없었다.

 

맘 같아선, 시골 별장 같은데 ^^ 가서
단 둘이서 분위기 좀 잡아보고 싶었지만.

그 왜 있지 않나, 영화같은 데 보면
벽난로에서 타닥타닥- 불꽃이 멋지게 타오르고...
그 앞에서 폼나게 와인 잔을 쨍-건배하며 한 모금 마시고...
그리고...ㅋㅋ
아, 지금 다들 무슨 상상하는 거야?


[선우 : 좀 쉬어요.]


마녀를 내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많이 힘든가보다, 얌전히 눕는거 보니.


[마녀 : ...잘래요.]

 

[선우 : (끄떡끄떡) ]

 

[마녀 : 누가 보면 못자요.]


...나가란 소리네, 쩝.

 

방을 나와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열어봤다.
며칠 전 찬거리 사다놓은 게 조금 남아있었다.
...이따 마녀가 깨면, 같이 장보러 가야겠다

 

중국서 같이 장보러 갔다가
마녀와 투닥거리던 기억이 떠올라서
슬그머니 미소가 떠올랐다.

일단 있는 재료로 솜씨 한 번 부려볼까나? ^^

 


#
살짝 침실 문을 열어보고 들여다봤다.
조용하다...

살금살금 발꿈치 들고
침대로 다가가 쭈그리고 앉았다.

 

잠든 모습이 아기 천사같다 ^^

 

갑자기 웬 닭살돋는 멘트냐구?
...원래 사랑에 빠지면
곰보도 다 이뻐보이는 법이야 ^^

 

...마녀가 살짝 얼굴을 찌푸린다.

눈은 뜨지 않은 채
손을 침대 아래로 휘젓는다.


[선우 : 깼어요? 왜요?]

 

[마녀 : ...가방 속 약 좀..]


침대 아래에 놓은 쌕을 뒤져
병원에서 받아 온 약봉지를 찢어 건네고
부엌에서 물을 떠왔다.

마녀는 약을 삼킨 뒤에야
눈을 떴다.

 

... 아플 때마다 약을 먹어야 하나?

가슴이 덜컹거린다.

 

베개에 얼굴을 반쯤 묻고 나를 보는 포즈가...
웬만한 여배우들의 이쁜척 포즈는 저리가라다.

 

앞으론 그렇게 나만 봐요, 알았죠?


[선우 : 또 아파요? 잠 잘자고도, 아프면 어떻해요.]

 

[마녀 : ...뇌종양은 잠에서 깰 때가 두통이 제일 심해요.
눈이 튀어나가는 거 같애.]


...그렇구나...


[마녀 : (중얼) ...다신 깨지 않았으면 좋겠어.]


가슴이 덜컥! 빠르게 쿵쿵- 거린다.


[선우 : 눈을 떠야, 내 멋진 얼굴을 보죠, 흠. ^^]

 

[마녀 : ^^;]


이건 유머어-다, 유머어-
썰렁하든 닭살이든
마녀가 웃으니까 된거지, 뭐.


[선우 : 배 안고파요?  먹을 거 좀 해놨는데.]

 

[마녀 : ^^ 그럼 올만에 선우씨가 해 준 음식 먹어볼까요? (일어나고)]

 

[선우 : 맨날맨날두 해 줄 수 있어요 ^^]

 

[마녀 : 풋....]

 

[선우 : 왜요?]

 

[마녀 : 대사가 무지 유치해요~
요즘 그런 말로 여잘 꼬시는 남자가 어딨어요?
거짓말인거 다 아는데.
안넘어갈래.]

 

[선우 : 어...아닌데, 진짠데, 진짠데.]

 

[마녀 : 밥먹읍시다. (나가고)]


억울하다, 진짠데...

 


#
[선우 : 왜요? 죽 싫어해요?]


마녀는 식탁에 앉아서
자기 앞에 놓인 죽을 한참 그냥 쳐다만 보고 있다.


[마녀 : (도리도리)]

 

[선우 : 그럼요? 소화 안될까봐 야채만 좀 넣었는데, 싫어요?]

 

[마녀 : ^^ (도리도리) 
... 울 엄마 말구 다른 사람이 끓여준 죽은 첨이에요.]

 

[선우 : 아하- 감동먹었구나? ^^]

 

[마녀 : 잘 먹겠습니다~ ^^]


....그러나 마녀는 세 수저도 채 뜨지 않고,
수저를 내려놨다.


[마녀 : ... 미안해요, 속이 안받네요.]


중국서 체류할 때
머슴밥도 모자라서 내 밥까지 뺏어먹던
그 기개는 다 어디갔나...?


[마녀 : 표정이 그게 뭐에요?]

 

[선우 : 예? 어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나?


[마녀 : 나중에 먹을게요, 그렇게 슬픈 척 하면
내가 억지루 더 먹을 줄 알구?]

 

[선우 : -_-;;;]

 

[마녀 : 선우씨는 뭐 먹었어요?]

 

[선우 : (도리도리)]

 

[마녀 : 그럼 이거 먹을래요?]

 

[선우 : (도리도리)]

 

[마녀 : ...나 전염병 아닌데...]

 

[선우 : (후다닥 죽그릇 끌어당기며)
머, 먹을래요 ^^
야채죽이 팅팅 불음 별루 맛 없어요.
내가 이거 먹구, 이따 다시 해줄게요.]

 

[마녀 : 밥 없어요?  밥 먹어요... 멀쩡한 사람이 죽먹음 기운빠지는데.]

 

[선우 : 이것두 남은 쌀 박박 긁어서 끓인거에요.]

 

[마녀 : -_-;;; 쌀 모자라서 죽 끓인 거에요?]

 

[선우 : ....그, 그건 아니구...-_-;;;;]

 

[마녀 : 선우씨 그거 먹구, 장보러 가요.]

 

[선우 : ^^;;;;]

 


#
[마녀 : 이거 봐요.]

 

[선우 : 에이- 그거 재미없어요.]


대형마트에서 대충 장봐서, 배달시키고
비디오.책 대여점에 들렀다.


[선우 : 이거 봐요.]

 

[마녀 : 나 그거 봤는데.]


행복이란 거 별 거 아니다.
여자만 작은 거에 행복을 느끼는 거 아니다!

 

늘 혼자 더벅머리하고, 슬리퍼 질질 끌고
혼자 처량하게 비디오 테잎을 고르던 내가
어쩌다가 신혼 부부들이 같이 볼 영화를 조율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집에 돌아와 얼마나 지랄발광을 했던가, 너무 부러워서 Y-Y


[마녀 : (불쑥) 이거 볼래요?]

 

[선우 : 으악!]

 

[마녀 : ^0^]

 

[선우 : 저리 치워요! 빨랑!!!]


마녀는 커버를 도로 제자리에 꽃아놓곤,
계속 킥킥 거린다.

 

우씨, 아무리 장난이래두 그렇지...
피 흘리는 포스터가 있는 비디오 커버를 들이대면, 어쩌라구...
나 여기서 기절하면 어쩌려구....

 

....

 

겨우 세 시간을 걸려, 영화 두 편을 골라서 -_-;;;
아파트에 돌아왔다.

 

배달되어 온 찬거리들을 냉장고에 넣고
몇 가지는 바람 잘 통하는 베란다에 놓아두는 동안,

마녀는 뭐가 급한지 비디오 테이프를 넣고
플레이 시키고 있다.

 

...이거 뭔가 역할이 바뀐 느낌이다.

뭐가 바뀌었지?
에잇- 상관없다.


[마녀 : 우하하하-(데굴데굴)]

 

[선우 : 왜 그래요?]

 

[마녀 : 저거,저거 (화면 가리킴)]

 

[선우 : -_-;;]


이익!!!
거,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했더니
진짜 안도와주네...
아무도 안도와주네...젠장.

비디오 대여점 아줌씨가 마녀를 질투한게 틀림없어!!!
안 그럼 평소에 잘 빌려주던 야한 비됴가
왜 갑자기 동물의 왕국 다큐로 변신을 하냐구!!!!

화면에선 원숭이 한 쌍이 다정하게, 아주 다정하게!
서로 털고르기를 해주고 있었다...-_-;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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