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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드 II (1)

Zelkova |2004.09.22 14:16
조회 408 |추천 0

<2004년 8월>

 

몇일 동안 비가 지겹게 내리고 있었다. 양평에 있는 44번 국도. 

강변으로 나있는 도로 옆 강가에 Lexus 한대가 서 있었다. 

 

차창에는 김이 서려 안을 들여 볼 수 가 없었다.

 

- 아무튼 요즘 것들은 세상이 망조가 들어도 단단히 들었어.

 

강가에 매어 놓은 배를 살피러 온 한 주민이 혀를 차며  차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그 안에는 성한이와 성윤이 있었다. 성윤에 손에 쥐어진 픽업된 커피는 하나도 줄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커피에서 나오는 김이 차창을 다 덮고, 더 이상 김이 올라 오지 안을때까지 여전히 둘은 말이 없었다.  

 

성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를 반쯤 뒤로 젖힌 상태에서 팔짱을 끼곤 눈을 감고 있었다.

성윤은그런 성한을 한참동안 쳐다 보고 있었다.

 

정말 이 사람이, 내 옆에 있는 사람, 내가 알고 있던 누구보다도 따뜻하다고 생각했던 그 남자가 맞는 걸까?

 

성윤은 성한의따뜻한 미소가 머물던 보조개가 지어지 던 그 곳을 계속 해서 쳐다보았다. 

 

성한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착해보이기만하고 좋아보였던 사람이 윤미의 결혼 소식을 들은 이후 무섭게 변해가고 있었다.

 

성한을 처음 만났던 그때의 깊은 파인 보조의 웃는 그 얼굴, 너무 선해보이는 그 얼굴이 너무 좋았었다. 하지만, 언제 부턴가  보조개가 깊이 파이며 하얀 치아를 들어내며 웃던 성한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성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자존심이란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였나? 남자의 자존심은 함부로 건들이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토록 자신을 망가뜨려고하면서까지 자존심에 대한 상처를 돌려주려하는 성한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 오빠  제발 이러지마. 미친놈, 스토커, 소리에 모잘라서 이젠 가정 파괴범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싶어서그래?

 

그들의 한참동안의 침묵을 깬건 성윤이였다.

 

- 그냥 나 좀 내버려 둘래?

 

성윤은 무표정하게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성한의 저음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성한은 계속 말을 이었다.

 

- 너한테까지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차라리 화를 내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라면 덜 소름이 돋았을 것이다.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성한의 표정은 무표정한 그 모습으로 계속 굳어져 가고 있었다.

 

성윤은 차갑게 식은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성한의 마음이라도 성윤은 자기 손안에 있는 커피잔처럼 잡아 두고 싶었다.

 

- 오빠? 오빠가 말하던 사랑이 겨우 이런거였어? 오빠가 말하던 사랑은 이런게 아니였잖아.

 

성윤은 계속해서 성한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애써 애써 눈물을 참으려다 결국 눈물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 울지마라, 지겹다. 여자 눈물. 마지막이라고 했지, 이젠 그말을 지켜 좋으면 좋겠어. 이제 우리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한은 차문을 열고 비속 나가 버렸다. 성윤은 차가게 식어버린  커피잔같은 성한의 마음을 이젠 돌일 킬 수 없다는 것을 알기나 한듯 눈물을 훔쳐냈다.

 

아니, '울지마라, 지겹다, 여자 눈물' 그 말이 자꾸만 성윤의 머릿속을 맴돌아서 인지 그녀는 계속 눈물을 참아으려 애를 썼다.

 

성한은 계속해서 비속을 걸었다. 그 무표정한 그 표정은 그대로 였지만, 붉어진 두 눈은 어쩔 수 없었다.

더 이상, 성윤을 마주대하다가는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모든 것이 다 무너질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도 성윤에게 자신 조차 혐오스러워지는 자기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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